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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 ESG 콘서트】 ESG 평가 결과에 집착하면 안 되는 이유
[교육]
최근 한국 ESG기준원이 주관하는 2023년 ESG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업 실무자들이 대규모로 있는 채팅방에서는 ESG 평가 결과 발표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주로 "왜 우리회사의 결과가 이렇게 낮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결과를 임원이나 팀장에게 보고했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예상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필자 또한 이런 실무자들의 심정에 공감하는 이유는 이전 회사에서 발생했던 여러 지배구조 이슈들에 맞서 ESG 평가에 대응해야 했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ESG 평가에서 엄청난 감점을 당하였고 그 이유를 실무자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모두가 알지만 공론화시키지는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속 이상한 이유만 들어가면서 문제 해결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었다. 수년간 여러 ESG 평가 대응을 해보면서 기업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요인들에 대해서 감점을 당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얘기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그냥 내가 맡은 업무가 이러한 업무이고 언젠가는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대응해 왔던 것 같다. 올해 1월, 임팩트온에서도 '포스코홀딩스, 삼성전자…DJSI서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ESG 평가와 관련된 기사가 올라왔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ESG 실무자들 또한 이 기사를 보고 왜 이 기사가 이제서야 나왔는지 아쉬워하였으나 지금이나마 업계 의견을 대변하였다며 ESG 평가에 대한 현황과 한계점에 대해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현실에 많이 안타까워하였다. 특히 이 기사에서 언급된 DJSI 평가에 대해서는 원래 ESG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말들이 많았다. 도대체 결과가 나왔는데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아시는지? 모 기관에서 본인들에게 컨설팅을 받으면 좋은 등급을 받는 것처럼 얘기하던데 사실인지? 필자에게 많이들 물어봤었다. DJSI 평가를 필자가 처음 접했던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당시 재직 중인 회사에서 갑자기 경영층이 DJSI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당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 컨설팅을 받으면서 평가 대응을 시작했었다. 그 이후부터 DJSI를 포함한 ESG 평가 대응 담당자로서 수년간 대응을 했었다. 지금은 S&P Global ESG 평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한때, DJSI 평가는 ESG 평가 중 인지도가 높은 평가였고 평가대상 기업 중 일부 기업을 선정하여 World, Asia Pacific, Korea 등의 등급을 부여하였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DJSI 평가 결과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특히 DJSI World에 편입하면 마치 해당 기업이 세계적으로 ESG 우수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인식되고 홍보되었다. 그래서 한동안 타 국가보다 더욱 DJSI 평가 대응에 엄청난 리소스를 쏟고 결과에 일희일비 하면서 상당히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DJSI World 편입’은 공신력 있는 기관인 ‘Dow Jones 가 인정한 세계에서 우수한 지속가능한 기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DJSI 평가는 타 평가와는 다르게 백지상태로 시작했었다. 타 ESG 평가는 일차적으로 평가사 자체에서 평가 후 그다음에 피드백을 요구하는 순서를 가지지만 DJSI 평가는 문항만 주고 모든 문항에 대한 답변을 기입하고 해당 답변에 대한 상세 코멘트까지 기입해야 했었다. 심지어 내부 문서까지 첨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항 수가 상당히 많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평가에 들이는 리소스가 상당한 실정인데 진짜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2명 정도의 담당자가 Full-time으로 최소 1개월 이상은 공을 들여야 했다. 또한, DJSI 평가는 결과에 대해 해당 영역에서 이러한 점수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전혀 예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점수의 변동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 희한한 점은 당시에 이러한 점수의 변동에 대한 이유나 개선 사항이 담긴 상세 피드백을 평가기관이 유료로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평가기관이 평가도 하고 동시에 유료 컨설팅도 하는 셈인데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수년 전 DJSI 평가가 얼마나 과열되었고 기업들이 이 평가에 얼마나 집착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당시 그 기업의 경영층 목표가 무조건 해당연도 내에 'DJSI World 편입’이었이다. 그래서 DJSI 평가 대응을 위해 30명 이상의 유관부서 담당자로 구성된 상근 TF를 만들어서 1개월 내내 DJSI 평가 문항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고 컨설팅에 엄청난 자문료를 들여 자문받으면서 대응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해당 기업이 상근TF를 운영하면서 사용한 자문료 및 인건비만 해도 수십억에 달한다는 풍문도 있었다. 그리고 그 기업은 해당연도에 DJSI World에 편입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무슨 DJSI World 타이틀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정도 리소스를 써가면서 대응해야해? 경영층 개인의 타이틀 욕심 아닌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결국 DJSI World에 편입 이후, 해당연도에 인사로 인해 당시 담당했던 경영층은 오히려 교체가 되는 바람에 그 이후 DJSI 평가는 금기시할 정도로 대응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한다.  ESG 평가 자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파악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평가가 만들어진 목적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기업이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원래 모든 평가의 본질은 성적을 잘 받기 위함이 아닌 해당 내용에 대해 수준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평가라는 것 자체가 서열을 세우는데 활용되는데 원래 목적인 객관적인 수준 파악과 개선은 후자로 밀려나고 1위, 2위, 3위 등 순위에 목숨을 걸게 된다. 즉, 평가받는 입장에서 평가기관의 의도와는 다르게 평가 자체를 서열화 시키고 평가에서 순위가 높으면 ESG가 우수한 기업임을 홍보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여러 ESG 평가를 대응해 오면서 이렇게 기업의 리소스를 들일만큼의 효용성이 있는지 계속 의문을 가져왔다. 그냥 현재 우리 수준을 판별하고 솔직하게 기업의 수준을 인정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평가는 평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평가의 본질은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지 좋은 등급을 받아서 홍보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ESG 평가 대응을 할 경우 결국 지속가능한 ESG 평가 대응이 될 수 없다. 만약 ESG 평가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ESG 평가 등급 하락 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DJSI 평가를 대응하는 기업의 실무자를 만날 때마다 항상 이런 얘기를 했었다. “최고 등급이나 순위에 편입된 것을 대단한 결과물로 포장하는 순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항상 최고 등급이나 순위를 유지할 수 없거든요. 저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필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내려놓게 되었고 이제는 관망하는 입장에 서 있다. ESG 평가에서 무슨 등급, 레벨 등 그 결과가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나 싶다. ESG 평가 기관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평가 기준도 다른데 어떻게 그 순위를 일률적으로 비교 가능할 수 있겠는가? ESG 평가 결과에 집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만 줄이면 ESG 분야에서 1위 기업일까? 정말 ESG 분야에서 1위 기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 준(필명)님은   준(필명)님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대기업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ESG 평가 대응, ESG 경영 체계 수립 및 개선과제 도출, 사회적 가치 측정,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사회공헌 등 다양한 ESG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ESG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스터디 모임인 한국ESG실무연구회의 운영진으로서 ESG 실무자들의 교류 및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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