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 소송에도 소용없다…캘리포니아 공시, 기업은 이미 준비 나섰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엑손모빌의 소송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주 기후 공시에 기업들의 선제 대응이 잇따르고 있다. / 출처 = Unsplash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미국 기업 기후 공시 기준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엑손모빌(NYSE: XOM)과 미국 상공회의소가 캘리포니아 기후관련재무위험법(SB 261)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주 정부 기준이 연방 공시 체계를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SEC 후퇴…주 정부가 공시 기준을 쓴다
연방 차원의 기후 공시 의무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2024년 3월 발표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은 대규모 의견 수렴에도 불구하고 법적·정치적 반발에 막혔고, SEC가 법정 방어를 포기하면서 시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기업 기후 공시 확대를 추진해온 지속가능성 비영리단체 세레스(Ceres)의 스티브 로스타인 수석프로그램책임자는 SEC는 투자자 정보 제공 기관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역할 수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공백은 캘리포니아 주가 메우고 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약 4조1000억달러(약 6068조원) 규모인 캘리포니아는 저탄소 연료 기준과 배출권 거래제 등 주요 기후 규제를 연방보다 먼저 도입해온 지역이다. 포춘 500대 기업 중 50곳 이상이 본사를 두고 있어, 주 단위 규제가 전국 기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 하나에 4000개 기업 영향
캘리포니아 기후관련재무위험법(SB 261)은 연매출 5억달러(약 7400억원) 이상 기업에 기후 변화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2년마다 공시하도록 한 법이다. 적용 대상은 3000~4000개 기업에 달한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2024년 1월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엑손모빌(NYSE: XOM)도 연방 증권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별도 소송에 나섰다. 올해 1월 시행 예정이던 법은 현재 제9연방항소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별도 법안인 캘리포니아 기업 온실가스 공시법(SB 253)은 법원의 제동을 받지 않았다. 이 법은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4800억원)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제로, 오는 8월 10일까지 직접 배출량(Scope 1·2)을 공개해야 하고, 공급망 배출량(Scope 3) 공시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두 법안의 차이는 공시 방식에 있다. SB 261이 기후 리스크와 대응 전략 등 서술형 정보 공시에 초점을 둔 반면, SB 253은 배출량이라는 정량 데이터 공시에 집중한다. 법원은 현재까지 SB 253에 대해서는 시행 정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종 위헌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향후 추가 소송이나 상급심 판단에 따라 법적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적 불확실성과 별개로 기업들의 공시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기후 재무위험 보고서를 자발 제출한 기업은 139개다. PG&E(NYSE: PCG)를 비롯해 인포시스(Infosys), 마페이(Mapei), 보쉬+롬(Bausch + Lomb) 등 해외 기업도 포함됐다.
탄소 관리 플랫폼 스윕(Sweep)의 레이철 들라쿠르 대표는 기업의 고민은 공시 여부가 아니라, 시장과 법정에서 방어 가능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