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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농민에게 …이번엔 농지 투기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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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 언급을 넘어선 시대적 선언이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보유하는 경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행명령, 필요하면 매각명령까지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오랫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 곧 농지의 투기화를 정조준했다. 이 발언은 결코 즉흥적이거나 과격한 선동이 아니다. 헌법이 천명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되살리고, 농지를 농민의 삶의 터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원칙 선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히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땅은 경작하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원칙은 해방 이후 토지개혁의 정신이자, 농업을 국가의 근간으로 본 공동체적 합의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부동산 가격 급등의 흐름 속에서 농지는 점차 생존의 터전이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었다. 도시 거주자가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농지를 사두고, 실제 농사는 임대나 형식적 위탁에 맡기거나 방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사이 청년 농부는 진입 장벽 앞에서 좌절했고, 고령의 농민은 땅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농지를 소유하되 경작하지 않는 이들, 즉 사실상의 부재지주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농지법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이 느슨하거나 예외가 남용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측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선언이다. 법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꾸는 도구가 될 때 비로소 국가는 정의를 구현한다. 일각에서는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한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특히 농지는 일반 상업용 부동산과 성격이 다르다. 식량 안보와 직결되고, 농촌 공동체 유지와 직결되며,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직결된다. 농지를 단순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만 바라볼 때, 우리는 식량 주권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길로 가게 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구조가 확대될수록, 실제 경작자는 임차인의 지위로 밀려나고 투자 수익률의 논리에 종속된다. 이번 발언은 단지 농지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해 온 부동산 중심 사고, 땅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다. 대통령이 이 나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 부동산”이라고 지적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노동 소득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청년은 미래를 꿈꾸기 어렵고, 생산적 투자 대신 투기적 자산 쏠림이 반복된다. 농지 역시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번 정책 방향은 과거 한국 현대사에서 굵직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에 비견할 만하다. 1993년 전격적으로 단행된 금융실명제는 음성 자금을 양성화하고,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획기적 조치였다. 당시에도 재산권 침해 논란과 경제 충격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제도적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금융 거래의 실명 원칙은 그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농지에 대한 엄정한 관리와 투기 억제 역시 그에 못지않은 구조 개혁이다. 금융실명제가 자본의 흐름을 투명하게 했다면, 이번 농지 정책은 토지의 사용 목적을 투명하게 하려는 시도다. ‘누가 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가 땅을 경작하고 있는가’를 묻는 전환이다.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이동, 그것이야말로 경자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더욱이 이 정책은 단속이나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청년 농업인이 땅을 구하지 못해 영농을 포기하는 현실, 고령화로 경작이 어려워진 농촌의 공동화, 식량 자급률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농지를 생산의 현장으로 되돌리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묶여 있는 한, 농업은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정치 지도자가 불편한 진실을 직시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는 늘 민감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반발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지 투기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고, 필요하다면 매각 명령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결단이다. 인기 영합을꾀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메시지다. 정책은 구체적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세밀함이 필요하다. 실제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자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 임대차 제도의 합리적 정비, 농지은행 기능 강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큰 방향이 옳다면, 세부는 보완을 통해 다듬어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복원이다. 농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키우는 공간이며, 세대를 이어가는 터전이다. 경자유전의 정신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식량 위기와 기후 위기 속에서 더욱 절실한 가치다. 땅을 직접 가꾸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땀 흘린 만큼 결실을 얻는 구조가 정착될 때 농촌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금융실명제가 음성 경제의 그늘을 걷어냈듯, 농지의 투명성과 실경작 원칙을 강화하는 정책은 토지 불로소득의 그늘을 걷어낼 수 있다. 이는 단지 농민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이익을 얻는 구조 개혁이다. 식량 안보가 강화되고, 투기 자본이 생산적 영역으로 이동하며,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숙의다. 대통령의 발언을 정략적으로 왜곡하기보다 우리 사회가 어떤 농업 구조를 지향해야 하는지 토론해야 한다. 농지를 지키는 일이 곧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땅을 통한 불로소득의 시대를 넘어, 노동과 생산의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신호탄이다.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가 그랬듯, 처음에는 거센 논란이 따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분명해질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원칙을 세우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존중받는 나라, 농지가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생명의 터전이 되는 나라. 그 길로 나아가겠다는 이번 결단을 나는 기꺼이 지지한다. 이것은 단순한 농지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구조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개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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