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거래는 줄고 가격은 올랐다…‘품질 프리미엄’이 판 바꿨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이 거래 물량보다 ‘품질’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고품질 크레딧에 대한 프리미엄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본헤럴드는 16일(현지시각) 탄소 데이터 전문업체 실베라(Sylvera)가 1월 15일 발표한 ‘탄소크레딧 현황 보고서(State of Carbon Credits 2025)’를 인용해, 지난해 탄소크레딧 상쇄 물량은 줄었지만 시장 가치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거래량 줄었지만 시장가치는 확대… 고품질에 돈 몰린다”
탄소크레딧 품질 등급에 따른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등급 ARR 프로젝트의 프리미엄이 2025년 이후 뚜렷하게 상승했다. / 이미지 출처 실베라 ‘탄소크레딧 현황 보고서(State of Carbon Credits 2025)’ 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탄소크레딧 상쇄 물량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1억6800만크레딧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종 수요자의 총 지출액은 6% 증가해 10억4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장 가치가 성장한 것은, 구매자들이 환경 무결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크레딧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가중평균 가격은 2024년 톤당 5.75달러(약 8000원)에서 2025년 6.10달러(약 9000원)로 상승했다. 실베라는 탄소시장 성장이 더 이상 물량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에 의해 좌우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품질 기준이 가격에 명확히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2025년 기준 BB+ 이상 등급의 고품질 크레딧은 전체 상쇄 물량의 50%를 차지해 전년(44%) 대비 확대됐다. 이들 크레딧은 전체 지출액의 70%를 차지했으며, 구매자들이 무결성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BBB+ 이상 크레딧은 3년 연속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유형별 가격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조림·재조림·복원(ARR) 프로젝트 크레딧은 톤당 2달러(약 3000원)에서 50달러(약 7만4000원) 이상까지 폭넓게 거래됐다. 2025년 말 기준 고등급 ARR 프로젝트 평균 가격은 톤당 26달러(약 3만8000원)를 넘긴 반면, 저등급 프로젝트는 약 14달러(약 2만1000원) 수준에 머물렀다. 실베라는 구현 비용은 프로젝트 유형별로 다르지만, 동일한 유형 내에서는 품질이 가격 프리미엄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선구매·규제 수요 확대…미래 공급 경쟁 강화
규제 목적 탄소크레딧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2030년 전후로 자발적 시장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이미지 출처 실베라 보고서
보고서는 탄소시장 구조 변화의 또 다른 신호로 ‘선구매(offtake)’ 시장의 급성장을 지목했다. 2025년 발표된 선구매 계약 규모는 123억달러(약 18조2000억원)로, 2024년 39억5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이 계약들은 2035년까지 연간 약 1200만크레딧을 평균 톤당 180달러(약 26만5000원)에 공급하는 내용으로, 현재 전체 상쇄 물량의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연간 20억달러(약 18조1000억원) 이상의 시장 가치를 시사한다.
실베라의 앨리스터 퓨리 최고경영자(CEO)는 현물 시장 거래량만으로는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고품질 탄소제거 크레딧에 톤당 180달러 수준의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수요 역시 시장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2025년 상쇄된 크레딧 가운데 약 24%는 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CORSIA)나 CCP 라벨 등 규제 프로그램과 연계된 물량이었다. 실베라는 2027년에는 규제 수요가 자발적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CORSIA 1단계 이행 시점과 각국의 국내 제도 확대가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기업 수요 자체는 견조했지만, 구매 주체와 선호는 변화했다. 에너지·유틸리티 부문이 전체 상쇄 물량의 50%를 차지해 최대 수요처로 남았고, 운송 부문은 비중이 줄어든 반면 전문 서비스 부문은 두 번째로 큰 수요처로 부상했다. 산업별로도 에너지 기업은 산림 프로젝트, 전문 서비스 기업은 쿡스토브, 운송 부문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베라는 자발적 시장과 규제 시장이 동일한 고품질 공급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며 품질 기준과 공시 요건이 탄소시장의 핵심 차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