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믿음을 단단히 여물게 하는 말 검정새치 [뉴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검정새치
그림 속, 맑고 아늑한 달빛이 내리쬐는 밤하늘 아래 한옥의 창호문 틈새로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방 안에서는 한 장인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등불을 켜고 무언가를 정성스레 만들며 자신만의 소중한 솜씨를 일구고 있네요. 하지만 그집 앞 어두운 그늘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장인의 손길을 몰래 숨죽여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새들과 푸른 대나무 숲의 고요함 속에 대조적으로 흐르는 긴장감을 보고 있으면,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흘린 정직한 땀방울과 그 가치를 몰래 가로채려는 차가운 눈길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남의 비밀을 몰래 캐내거나 엿보는 검정새치
최근 정부와 수사기관에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나라의 핵심 기술을 나라 밖으로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 단속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보니 최근 5년간 적발된 기술 유출 사건만 해도 수십 건에 이르며, 그 피해 예방액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네요. 이제는 기술 유출을 단순한 기업 범죄를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오랫 동안 밤낮으로 흘린 정직한 열매를 한순간에 가로채려는 이들을 보며,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검정새치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을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뜻풀이합니다. 우리는 들온말(외래어)인 스파이 나 한자말인 간첩 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이 고운 토박이말의 뜻을 조금 더 넓혀 쓰면 참 좋겠습니다. 검정머리가 (흰)새치 노릇을 한다는 데서 비롯한 말인 만큼 같은 무리인 척 곁에 머물면서 소중한 기술이나 정보들을 바깥이나 다른 나라로 몰래 빼돌리는 노릇을 하는 자들이야말로 사전 속 풀이와 가장 잘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요란한 가짜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안의 정직한 알맹이를 믿는 오늘
많은 이들이 이런 아름다운 토박이말이 있는 줄조차 몰라서 부려 쓰지 못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살아있는 나무와 같아서, 이미 있는 말은 자꾸 찾아 쓰고, 시대에 맞추어 뜻을 더 넓혀 쓰거나, 필요하다면 더 나은 말을 스스로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토박이말을 다정하게 가꾸고 부려 쓰는 일이야말로,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우리 고유의 정신과 가치를 단단하게 지켜내는 첫걸음이 됩니다.
살다보면 정당한 노력 없이 남의 성과를 교묘하게 가로채거나, 겉으로는 다정한 이웃인 척하면서 뒤에서는 시기와 질투의 눈길로 우리를 끊임없이 염탐하는 거친 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나면 문득 내 자존감이 무너지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무서워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밤새 등불을 밝히며 묵묵히 제 몫의 결을 벼려내던 그림 속 장인의 손길처럼, 당신이 오랜 시간 성실하게 쌓아 올린 마음의 실력과 됨됨은 결코 남이 쉽게 훔쳐 갈 수 없으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마음 나누기]
스파이 대신 검정새치 와 같은 토박이말을 우리 삶 속에서 더 널리 부려 쓰기 위해 우리가 어떤 슬기를 모으면 좋을지 여러분의 고운 생각을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다정한 온기들이 모여, 서로의 소중한 꿈과 우리말의 미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장 튼튼한 울타리가 됩니다.
[한 줄 생각]
오랜 땀으로 이룬 솜씨를 몰래 넘보는 검정새치는 모두의 앞날을 훔치는 셈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검정새치
뜻: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쉬운 풀이: 간첩 , 스파이 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보기: 그는 겉으로는 우리를 돕는 척하더니, 몰래 정보를 넘겨준 검정새치였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