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독재 회귀할뻔 …박성재에 5년 얹어 25년형 선고 [사회혁신] 12·3 비상계엄에 가담하고 김건희 여사의 수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6.22 연합뉴스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의 소임을 망각한 피고인의 공소제기 범죄사실과 같은 행태는, 작금의 검찰청 폐지에 이른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될 것 이라면서 피고인과 같이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려주시길 요청한다.
6년차 검사의 준엄한 논고가 이진관 재판장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구형량인 징역 20년에 5년을 더 얹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날 법정에서 그를 구속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지시하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지시하며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비상계엄 해제 직후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권한 남용 문건 을 작성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 역시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에 대한 양형 배경을 설명하며 피고인은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헌법 수호의 의무를 끝내 외면하고, 외려 가담하기로 선택했다 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에 대한 양형 배경을 설명하며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을 수호해야 할 무거운 의무를 부담하지만,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내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가담하기로 선택했다 고 질타했다. 이어 특히 피고인의 수행 의무는 윤석열의 반대 세력을 제압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저지하는 핵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 라며 이런 행위로 대한민국은 자칫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 고 짚었다.
아울러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서슴없이 허위 진술하거나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진술했다 며 신문 과정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하다 고 했으나, 이런 태도에 비추어 그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지만, 그의 경력 등에 비춰 이는 양형에 제한적으로 고려했다 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5월 김건희 씨로부터 서울중앙지검에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전담 수사팀이 구성된 경위를 파악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은 후 하급자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선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6.22 연합뉴스
계엄 해제 직후 이뤄진 안가 회동 에서 계엄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게도 마찬가지로 공소 기각이 선고됐다. 이 사건이 내란특검법에서 정한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전 처장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참고로 공소 기각이 확정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수사하고 기소해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다시 수사해 기소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내란특검의 정재인 검사는 지난 4월 27일 결심공판 말미에 박 전 장관의 취임사 중 한 대목 검사들이 다시 검사 선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를 인용해 징역 20년을 재판부에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장관의 무려 35년 후배인 정재인 검사는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와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로 구형 논고문을 읽어내려가 큰 화제가 됐다.
2020년 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6년차 검사인 정 검사는 논고문을 직접 쓰고 법정에서 낭독했다. 1993년에 태어나 광주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다 특검팀에 합류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정 검사의 논고문 가운데 백미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다.(중략)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목도하고도 눈을 질끈 감은 채 한 배 를 탔다. 정의와 인권 ,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 같은 것은 피고인의 안중에 없었던 것 이라고 질타한 대목이었다.
그는 이어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추상같은 판단으로 법 지식과 전문성을 내세운 피고인의 이중성을 단죄하고,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 세워주실 것을 요청한다 면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성재 전 장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서 서게 된 사실과 저의 인생을 깡그리 부정하는 특검 측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매우 참담한 심정 이라고 말했다. 또 앞서 피고인 신문 때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상황을 막지 못하고 대통령 설득에 실패한 데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라고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진정성을 의심했다.
내란특검의 정재인 검사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결심 공판 도중 구형 논고문을 낭독하고 있다. JTBC 법정 생중계 화면 갈무리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