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원의 ESG투자트렌드】트럼프2.0을 앞두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돌아왔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안티 ESG의 아이콘이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몇 주 전만 해도 ESG 담당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ESG는 이제 끝나는 거 아닌가요?"였다. 이제 그 질문이 'ESG는 이제 끝난 거 아닌가요?'로 바뀔 것이다.
극단적인 주장은 늘 쉽고 분명해서 쉽게 이목을 끌게 된다. 그러나 실제 세계는 늘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칼럼에서는 트럼프 시대 ESG투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몇 가지 지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과거를 한 번 돌아보자
다행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덕분에 지난 재임 시절에 ESG투자가 어땠는지 한번 돌아볼 수 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0일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2021년 1월 20일에 퇴임했다. 그 기간에 ESG투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보자.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1년이 지난 무렵 미국 내에서 ESG펀드에 들어오는 자금은 분기당 20억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퇴임하는 시점인 2021년 1분기에는 10배 가까이 늘어난 약 2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ssociation)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ESG투자 동향 자료에서도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 모닝스타는 공모펀드 위주로 집계되는 반면, GSIA의 자료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일임, 사모펀드 등)를 포괄하고 있어 보다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SIA에 따르면 보면 전 세계는 물론 미국의 ESG투자도 2014년 대비 2020년에 2.5배 이상 증가했고, 특히 트럼프 재임기간(2018-2020)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었다.
물론 그때도 이랬으니 지금도 이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금물이다. 다만 정권의 의지라는 변수와 ESG투자가 항상 동조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해 볼 수 있다. ESG투자는 정치적 힘보다는 고객을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주요 동력으로 하여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트럼프 첫 재임기간 때와 달리 안티ESG가 더 구체화됐다는 점도 유의가 필요하다. 2022년경부터 거세진 안티ESG 운동 이후 공화당이 우세한 주 상당수가 관련 법을 도입했다. 이 영향으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ESG에 대해 과거에 비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서 ESG 이슈에 대해 조심스러워진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이미 안티ESG의 영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얼마나 더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기후변화, 그리고 기후리스크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벌써부터 파리협정 탈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강하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탈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 체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로서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중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기후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 리스크는 전환 리스크(정책 변화로 인한 생산비 증가, 경쟁력 저하)와 물리적 리스크(폭염, 가뭄, 홍수 등)로 나뉜다. 트럼프의 집권은 각 리스크를 어떻게 바꿀까?
전환 리스크의 핵심은 탄소가격이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며, 미국 역시 유사한 탄소 관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 관세에 초당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탄소 비용을 높여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온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기온 상승폭에 따라 더욱 심화된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인류가 정한 목표가 1.5도다.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약 40억 톤의 추가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70억 톤이다. IPCC보고서에 따르면, 1.5도 상승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의 배출량이 약 330억~340억 톤이 되어야 한다. 즉 앞으로 약 5년간 230억 톤 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트럼프 정책으로 40억 톤의 배출량이 추가된다면, 1.5도 달성은 요원해지며, 이는 곧 물리적 리스크 상승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래의 리스크를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용한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거칠게 분류해 보면 1)단계적으로 차근차근 1.5도 목표를 달성하는 시나리오, 2)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급격하게 규제를 강화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시나리오, 3)지속적인 배출 증가로 인해 목표치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시나리오로 구분할 수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첫 번째 시나리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향후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지, 아니면 느슨하게 규제가 유지되어서 온도가 크게 상승할지,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전환 리스크를, 후자는 물리적 리스크를 크게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얼마나 축적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지금 많이 내뿜을수록 미래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고, 이는 곧 더 급격하고 강력한 제도가 필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투자은행인 RBC 캐피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어닝콜에서 ESG를 언급하는 빈도가 2021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에는 빈도가 2021년 대비 5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ESG와 관련된 리소스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2024년 수행된 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기업이 ESG 리소스 투자를 늘렸다고 응답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리소스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FTSE 러셀(Russell) 이 350개의 연기금 등 투자자를 조사한 결과, ESG 관련 인력 및 리소스 투입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미국 투자자 비율이 79%였다. 이 역시 2024년에 행해진 조사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 공화당 유권자와 공화당이 우세한 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기후변화 등 ESG 관련 이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규제는 건재하다. 중장기적인 리스크는 변함이 없다. 고객 니즈 대응, 규제 준수,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된 존재가 아닌 이상 여전히 ESG에 관심 있는 소비자를 신경 써야 하고, 탄소가격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하며,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을 준비해야 한다.
ESG를 이야기할 때 모두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그림이 다 다르다. 누군가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하고 누군가는 리스크 용어로 사용한다. 누군가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누군가는 사회와 관련된 이슈를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재생에너지 투자와 같은 기회를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떠올린다.
ESG는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는 용어이고, 그만큼 ESG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뒤집어 말하면 단면만 보고 경솔하게 판단하기도 쉬운 주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중에서는 변하는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트럼프라는 존재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준비해야 할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 박세원 팀장은
박세원 팀장은 국내 ESG리서치 기관에서 ESG리서치 및 의결권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SG전담부서를 맡아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ESG평가 모형을 비롯한 ESG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운용부서와 협력하여 ESG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