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진흙탕 싸움...김정호 내부총질 일파만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의 경영쇄신 드라이브가 '내부갈등'이란 암초를 만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공동체 쇄신 역할로 영입한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화약고' 역할을 맡고 나선 형국. 김 이사장은 개인 SNS를 통해 카카오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강도높은 폭탄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김 센터장의 주도로 카카오의 경영쇄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안팎으로 뭉쳐야 할 카카오 구성원들이 서로를 저격하고 있어 이전투구를 연상케 하고 있다. 구성원 일부는 김 이사장이 업무 과정에서 폭언과 욕설을 했다며 그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현 카카오 임직원들과 변화의 칼을 빼든 김 이사장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김정호 이사장이 공개한 카카오의 비리 의혹과 썩은 조직문화가 한 두개가 아니다보니 그의 폭로는 공동체 내외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너무 솔직해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과 함께 김 이사장이 '욕 먹을 각오로 쇄신에 나섰다' 라는 의견이 안팎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이사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내부 경영 실태 고발과 함께 욕설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지겠다는 글을 올렸다.
"2달 동안 전쟁 수준의 갈등 겪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라는 표현이다. 김범수 센터장의 간곡한 부탁에 카카오의 쇄신임무를 맡고 파견된 김 이사장이 겪은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지난 9월25일부터 카카오 공동체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전날에 이어 페이스북에 "첫 출근날 김범수 창업자가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카카오 내부에서 들려온 대답은 "먼저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법인 골프 회원권부터 내놓으시죠"라는 답이었다.
그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과 종합해보면 '카카오는 골프 때문에 망하겠다'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특정 부서에 과도하게 부여된 골프 회원권은 카카오 내부의 문제 중 하나였다. 다만 카카오 임직원은 골프 회원권이라는 특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공동체 골프회원권 현황을 보고하라는 김 이사장의 요청에 한 달 가까이 되서야 보고를 하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카카오, 골프 때문에 망한다"
쇄신에 안일한 카카오 내부 구성원들의 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약 700~800억원이 소요되는 제주도 프로젝트 공사에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을 투입하자고 제안했지만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이날 밝혔다. 정식 결제나 내부 합의도 없이 결정했다는 말에 화가 나 언쟁이 10여분 이어졌는데 다른 임원들은 수수방관 하고 있어서 욕이 나왔고 '이후 바로 3번의 사과를 이어갔다' 라는 것이다.
이같은 김 이사장의 폭로는 카카오 공동체내에 그간 내부통제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극명히 드러내 보여준다.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있었다는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 1억원의 법인카드 개인 용도 사용, 주식 먹튀 등 그간 카카오 경영진들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점 역시 이러한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수백억 공사를 결제나 검토 없이 진행"
개별 개열사의 경영 자율권을 존중하다 보니 김 이사장의 지적대로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드는 사업 역시 정식 결제와 내부 검토 과정 없이 추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 센터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23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과 첫 회동에서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카카오 내 경영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김정수 이사장의 공동체 내부총질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 경영진들이 변화와 쇄신에 미온적이고 비협조적이라는 것이 전면에 드러나서다.
경영쇄신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에서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반면 카카오 임직원들은 김정호의 욕설을 빌미 삼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하며 그를 공개 저격했다. 김정수가 페이스북에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카카오 조직의 썩은 내부를 투명히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공동체 내 변화를 두려훠하는 내부 임직원들과 변화의 주도권을 쥔 김정수 이사장 간의 갈등 양상이 더 거칠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숨겨온 치부는 더 낱낱이 까발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위 조절도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경영 쇄신이 진행중인 과정에서 조직 문제를 개인 SNS를 통해 공론화 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김범수 센터장의 태도가 관건
결국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이 쇄신 방향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균형잡힌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정호 이사장은 김 센터장이 데려온 인물이자 그의 최측근이다. 준법과신뢰위원회에서 유일한 내부위원으로 활동하며 카카오 공동체와 외부위원들간 가교 역할도 담당한다.
앞으로 카카오의 쇄신에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카오 공동체와 대립각을 세운다면 제대로 된 쇄신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쇄신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쇄신 과정에 있어서의 윤리성과 원칙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4일 진행될 6차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김 센터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