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첫 ‘유럽 그린본드 기준’ 적용 국채 발행… 연말까지 2조원 조달 예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덴마크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새 그린본드 기준(EuGB, European Green Bond)을 적용한 첫 국채 발행에 나선다.
덴마크 재무당국은 오는 2025년 하반기부터 발행을 시작해 최대 100억덴마크크로네(약 2조1774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발행은 EuGB 제도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첫 사례이자, EuGB에 부합하는 최초의 주권국 채권으로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그린본드의 투명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U ‘골드 스탠다드’ 첫 적용… 투명성·규제 강화
덴마크는 2025년 하반기에 은행 컨소시엄을 통한 신디케이션(syndication) 방식으로 만기 10년 국채를 최초로 발행한다. 이후에는 중앙정부의 정기 발행 일정에 포함해 장기 경매 방식을 통해 추가 공급하며, 연말까지 총 100억크로네 조달을 목표로 한다.
이번 발행은 EuGB 규정을 최초로 적용한 국가 단위 채권이다. ‘그린본드 시장의 골드 스탠다드’로 불리는 이 제도는 녹색채권의 신뢰를 높이고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 11월 도입 및 2024년 12월부터 발효됐다.
EuGB 규정에 따라 발행 자금은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에 사용돼야 하며, 세부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발행 자금의 최대 15%까지만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덴마크는 이번 발행 자금을 전액 택소노미와 정합시키기로 했다. 자금 사용처 공개, 정기 보고, 녹색 전환 계획 수립 등 공시 요건도 한층 강화된다.
사진=픽사베이
채권은 기존 10년 만기 국채와 동일 조건으로 발행되는 ‘트윈 본드(twin bond)’ 구조를 채택해 투자자 유연성과 시장 유동성을 높였다. 이 방식은 녹색채권과 일반 국채가 나란히 발행돼 투자자가 두 채권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투자자는 동일한 만기 구조 속에서 녹색채권과 일반채권 간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발행으로 덴마크는 2022년 이후 누적 340억크로네(약 4조7559억원) 이상을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이력을 이어가게 된다.
10년 만기 주권국 채권 발행… 에너지 전환·교통·농지 전환에 투입
덴마크 정부는 BNP 파리바, 노르디아, SEB 등 주요 금융기관과 함께 채권 발행 목적과 자금 사용 계획을 담은 ‘EuGB 설명서’를 마련했으며, 글로벌 인증기관인 서스테이너블 피치로부터 이 지속가능성 검증을 받았다.
설명서에 따르면 발행 수익금은 교통(49%), 재생에너지(44%), 천연자원 관리 및 토지 이용(7%)에 각각 투입된다. 배분 비율은 2024년 정부 지출 내역을 기반으로 산정됐다. 교통 부문에서는 철도 인프라, 에너지 부문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과 송전망 확충이 중심이며, 나머지는 습지 복원과 조림 등 자연 복원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배분 비율은 2024년 정부 지출 내역을 기반으로 산정됐다.
시그네 크로그스트룹 덴마크 중앙은행 총재는 덴마크는 유럽의 녹색 투자 공통 언어를 적극 지지하며, 최고 수준의 기준을 따름으로써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EuGB 발행 이후에도 자금 배분 보고서와 영향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녹색 지출의 효과와 자금 배분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웨덴 대형 은행인 SEB 지속가능부채자본시장 대표 라르스 에이베홀름은 덴마크의 첫 EuGB 발행은 다른 국가와 투자자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EU 택소노미와 견고한 거버넌스에 완전 정합해 향후 주권국 발행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부 예산 전반의 자금 추적과 부처 간 협력, 높은 준수 의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SEB는 최소보호(MS)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주권국에 맞는 별도의 지침을 마련했으며, 이를 다른 국가들도 참고할 수 있는 로드맵으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제 금융시장, 그린본드 기준 높였다 환영
덴마크는 이번 EuGB 발행을 통해 녹색전환 정책 이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GHG) 배출을 70% 감축하고, 2028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소비를 달성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웠다. 2020년 제정된 국가 기후법(National Climate Act)에 따라 정부는 매년 관련 행동계획과 성과를 보고하며, EU 택소노미의 ‘실질적 기여(SCC)’와 ‘중대한 피해 방지(DNSH)’ 기준에 따라 녹색 지출 항목을 평가할 예정이다.
투자은행, 신용평가사 등 국제 금융시장은 덴마크 발행을 환영하며, 그린본드 시장의 기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uGB는 까다로운 발행 요건과 공시 기준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덴마크의 사례는 주권국도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SEB 에이베홀름 대표는 EU 택소노미는 기업을 위해 설계된 제도지만, 덴마크 사례는 주권국도 충분히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 예산과 각 부처 간 긴밀한 협력, 높은 수준의 준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확산세가 뚜렷하다. EU GBS 규정 발효 이후, 이탈리아 A2A, 라트비아 상수도 기업 리가스 우덴스, 노르웨이 알루미늄 생산업체 노르스크 하이드로, 스페인 마드리드 시정부 등이 잇따라 EuGB를 발행하며 총 100억유로(약 16조원) 이상을 조달했다.
ESG투데이는 덴마크의 EuGB는 기후 행동을 위한 전략적 도구이자 주권국 녹색금융의 벤치마크이며, 향후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