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출마 회피 말고 오어게인 심판 받아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 마감일인 8일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윤어게인’ 노선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한다. 대다수 언론들은 이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는 이상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도 필패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9일 지방선거 등 당내 현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본 뒤 후보 재공모가 되면 후보 등록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조선일보가 9일자 사설에서 다급하게 썼듯이 현역 시장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오 시장의 공천 신청이나 나아가 불출마 검토는 국힘의 장동혁 대표가 보이는 이른바 ‘윤어게인’ 행보 때문인 것으로 비친다. 그는 여러 발언을 통해 장 대표가 윤 어게인 행보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며 수차례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당 차원에서 절윤 선언을 해야 추가로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 시장이 공천 신청을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이유로 국힘의 윤어게인 노선을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국힘의 윤어게인 행태가 최근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내 차기 출마 의지가 확고했던 오 시장의 그간의 언행을 생각하면 다른 이유, 무엇보다 선거에서의 우세 구도가 열세로 바뀐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남권 대개조 2.0 기자설명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6.3.5 연합뉴스
오 시장의 공천 포기를 염려하며 안타까워하는 위의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있다. 작년 말까지 서울에서 국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많았을 때만 해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후보가 많았는데, 최근 민주당 후보가 20% 포인트 앞선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 결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그간 선거 불출마 가능성이 전혀 없던 오 시장이 국힘 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장 대표를 향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했던 시기가 지난 1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시킨 직후인 것과도 겹치는 대목이다.
오 시장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의 전망이 제시되는데 차기 국힘당 대표를 노린다는 관측 등이 나온다. 그의 정치적 장래나 조선일보가 걱정하듯이 서울시장 후보 구인난 까지 걱정해야 하는 제1 야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얘기할 게 아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출마하려 하지 않을 경우 그것이 그의 선거 포기 이상으로 무엇을 빼앗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짚을 필요가 있다. 그의 선거 포기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서울시민의 중요한 판단과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오 시장은 ‘윤어게인 안 돼’라고 얘기하지만 윤어게인 이전에 그 자신이 ‘오(세훈) 어게인’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윤어게인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한다고 하지만 그 자신부터 과연 ‘윤어게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 시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그는 최소한 계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계엄 발동 당일과 직후, 오 시장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은 사실이다. 계엄에 반대하며 계엄은 철회되어야 한다 는 입장문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이 거의 확실시되던 시각이긴 하지만 발표했다. 내란 발발 1주년인 지난해 12월 3일에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자 시장으로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의 불법성에 대한 반대가 전적으로 내란 사태에 대한 분명한 반대였다고 볼 수는 없다. 계엄 자체에는 반대했지만,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거나 윤석열 정부의 논리와 유사한 주장을 펼쳐 동조 했다는 비판을 샀다. 계엄 직후 내놓은 반대 입장문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위한 극단적 방탄 국회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 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내세웠던 종북 세력 및 입법 독재 처단 논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입장이다.
윤석열 탄핵에 대해서도 헌정사의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 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 등이 계엄 상황에서 실질적인 저항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내란에 동조한 또 다른 윤석열 이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던 것도 이런 오 시장의 행적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이같은 태도나 행적이 국힘의 ‘윤어게인’과 얼마나 다른지 서울시민들의 판단을 구해볼 필요가 적잖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펼친 시정에 대한 평가다. 202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보인 10여 년 만의 제 2기 오세훈 시정, 말하자면 ‘오어게인’ 시정에 대한 평가를 서울시민들로부터 구해야 마땅하다. 이번 선거는 그의 시정의 핵심 정책이었던 개발 중심 도시 정책이나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서울을 ‘글로벌 경쟁 도시’로 만들겠다며 밀어붙인 대규모 개발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평가의 기회다. 한강 르네상스 2.0 한강 개발 프로젝트라든가 고층 건물 허용 확대, 이 과정에서 종묘 인근에 고층 빌딩 건설을 추진한 것, 광화문 광장이나 경복궁 맞은 편에 이승만 기념관을 설치한다든가 초거대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든가 하는 오세훈표 발상과 정책들에 대해 시민들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판단을 내려볼 볼 기회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내놓은 새로운 복지 정책들이 그 이름대로 좀더 약자들이 살기 좋은 서울로 만들고 있는지를 서울의 약자들이 평가를 내릴 기회다.
오세훈 시정에 대한 서울시민의 평가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또한 전임자인 박원순 시장의 10년 시정과의 비교이며 박원순 시정 자체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시장 복귀 뒤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대거 폐지·축소하거나 방향을 바꿨다. ‘박원순 흔적 지우기’라는 말을 붙일 만했다. 예컨대 박원순 시정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도시재생 뉴딜’을 사실상 폐기했다. 노후 지역을 개발 대신 소규모 정비와 공동체 회복 중심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성과가 부족하고 개발을 막았다”며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없앴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박원순 시정의 주요 사업들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정책 성과 및 예산 집행 조사를 벌였다. 이로써 ‘박원순 10년 시정’은 그의 급작스런 죽음과 함께 본격적인 평가도 받지 못한 채 후임자에 의해 일방적인 품평과 심의의 대상이 돼버렸다.
오세훈 시정에 대한 서울시민의 평가는 그래서 더더욱 오세훈 시정과 함께 박원순 시정에 대한 하나의 평가라는 2중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지 두 명의 전임 후임자 간의 비교 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오늘과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오세훈 시정과 박원순 시정의 도시 철학 차이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평가다. 두 시장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평가이자 서울시민 자신들이 내린 선택에 대한 자기평가인 것이다.
단순하게 나누자면 한쪽에는 도시를 개발보다는 삶의 질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보다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것으로, 사회적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를 추구한 서울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정비 사업을 벌이고 글로벌 랜드마크를 추진한 또 다른 서울이 있었다. 이는 도시에서의 서울에서의 삶과 발전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이며, 그래서 이는 서울시민들이 내리는 자기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결정의 문제이다.
서울시민에게 이 판단과 결정을 내릴 기회를 주는 것은 그래서 현직 서울시장에게 자유로운 선택 이상의 의무이기도 하다. 오세훈 시장의 이후의 장래 설계가 어떻게 되든 간에 그가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