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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적에게 유리하면 모두 국가기밀 헌법을 뒤집은 문장

적에게 유리하면 모두 국가기밀 헌법을 뒤집은 문장
[뉴스]
정권의 충견이 됐으나 사표 한 장으로 끝난 인생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4권을 펼쳤다. 이규명(李揆明, 1934~1988) 항목에 검찰총장 신직수(1914~1998)의 말이 인용돼 있다. 공개회의에서 밝힌 사실이라도 우리에게 불리하고 적에게 유리한 것은 모두 국가기밀이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 공개의 원칙, 언론자유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뒤집은 궤변이다. 그런데 이규명은 이 궤변을 그대로 받아 동양통신 기자들을 구속 기소했다. 명령을 충실히 집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54년 인생은 1987년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돼 옷을 벗고, 그 일 년 뒤에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구조가 보인다. 충성을 다한 사람이 그 충성의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가. 이규명의 경우, 대가는 거의 없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34년 서울 출생, 경복고에서 서울법대까지 이규명은 1934년 7월 21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에 광복을, 열여섯 살에 한국전쟁을 겪었다.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1958년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4년 뒤인 1962년 제14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스물여덟 살이었다. 1966년 11월 서울지검 검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편파적 수사기관 의 충실한 부품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가 떠오른다.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1913~1994) 행정부의 법무부 일부 관료들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선택적 수사를 자행했다. 이규명의 1967년 선거전담반 활동이 바로 이런 구조였다. 같은 위법행위라도 야당이면 구속, 여당이면 불기소. 이것이 시스템적으로 작동했다.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가 1972년 2월 25일 건배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967년 양대 선거, 야당 10분의 1만 기소한 선거전담반 이규명의 반헌법 행위 가운데 첫 장면은 1967년 6·8부정선거다. 서울지검 선거전담반(반장 문상익, 반원 백광현·석진강·이규명·강철선)이 만든 선거사범처리요강 은 노골적으로 편파적이었다. 공무원의 선거운동, 대리투표를 유발하는 불법 서명날인, 돈 뿌리기의 방편인 호별방문은 기소유예 대상으로 미리 정해놓았다. 반면 이를 고발한 시민은 무고죄로 역수사하도록 규정했다.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국회의원선거 관련 입건 정치인 44명 중 기소된 11명 가운데 신민당 등 야권이 10명, 공화당은 단 1명이었다. 야당 기소자가 여당의 10배였다. 박정희가 개헌 가결선인 3분의 2 의석을 얻기 위해 3·15부정선거를 능가할 만큼 부정을 저지른 선거였는데, 검찰은 오히려 야당을 때렸다. 이규명은 한 가지를 더 했다. 야당후보 김대중과 정해영이 김구(1876~1949) 암살사건 관련 발언을 했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했다. 그런데 정작 안두희를 직접 통제했던 김병삼(공화당 후보)에 대해서는 안두희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 이라 답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진실을 말한 야당을 처벌하고, 실제 암살 관련자였던 여당 후보는 봐준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적에게 유리하면 국가기밀 , 동양통신과 동아일보 탄압 1968년 이규명은 동양통신 기자들을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했다. 보도된 내용이 공화당 기관지에도 똑같이 실려 있었는데도. 검찰총장 신직수가 공개회의에서 밝힌 사실이라도 우리에게 불리하고 적에게 유리하면 국가기밀 이라는 궤변을 내놓았고, 이규명은 이 논리를 충실히 집행해 51명의 언론인을 소환했다. 같은 해 동아일보도 표적이 됐다. 『신동아』가 게재한 기사에 김일성을 공비 두목 이 아니라 빨치산 지도자 로 번역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을 적용했다. 이규명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사건과 무관한 회의록, 서신까지 모두 압수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주간과 부장을 구속했다. 결국 동아일보는 굴복해 주필 천관우 등을 해임했다.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적이던 언론사의 저항의지를 검찰의 손으로 꺾은 것이다.   항의의 뜻으로 텅 비어있는 동아일보 광고란. 광고 중에 임성기 약국 이 나오는데 한미그룹의 모태이다. (나무위키) 간첩사건들, 사형 구형과 처형의 연속 이규명이 처리한 간첩사건들의 목록은 길고 무겁다. 1968년 김연규 등 28명을 기소해 사형 등을 구형했다. 통일혁명당 사건에서는 73명을 수사해 26명을 구속기소, 6명에게 사형을 구형해 5명의 사형이 확정됐다. 1969년 7월 10일에는 통혁당 사건 주범 김종태의 사형 집행에 직접 입회했다. 박노수·김규남 유럽거점 간첩단사건에서는 일본거점 관련자 최종수를 담당했다. 최종수는 중앙정보부 고문으로 조작된 자백이라고 호소했지만 이규명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했다. 변호인 박승서가 1심에서는 중앙정보부 각본대로, 2심에서 석방하는 묘한 타협을 봤다는 의혹도 있다. 결국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3년 재심에서 박노수, 김규남, 김판수 모두 가혹행위에 의한 자백임이 인정돼 무죄가 확정됐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 사형 선고 49년 만에 무죄 확정 / KBS 2025.05.29. 1971년 사법파동, 판사를 구속하려 한 검사 이규명의 가장 결정적인 반헌법 행위는 1971년 사법파동이다. 국가배상법 위헌판결 등 소신 판결을 내리던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해, 이규명, 김종건(1935~2012), 최대현(1926~1984) 등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이 판사를 표적 조사해 약점을 찾아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 결과 전국 판사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하는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이를 한국 사법부가 독립성을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고 평가한다.   조선일보 1971년 7월 29일 1면. 나무위키 1974년 인혁당재건위, 8명의 사법살인 이규명 반헌법 행위의 절정은 1974년 비상보통군법회의 검찰관으로서 민청학련 및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기소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형사절차를 위반해 피의자의 권리를 유린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조작된 사건에 가담해 8명을 사법살해하고 150여 명이 중형을 선고받게 했다.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당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 후에 무죄로 밝혀졌다. ⓒ 의문사위 자료사진 1971년 김대중 『다리』 필화사건과 서승 간첩단사건 1971년 대선에서 신민당 김대중(1924~2009) 후보의 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다리』 필화사건을 이규명이 그대로 기소해 중앙정보부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을 용공분자로 몰기 위해 보안사령부가 조작한 서승 형제 간첩단사건도 그대로 기소했다.   서승·서준식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1971).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검사장 누락, 그리고 1년 뒤 사망 이규명은 20년간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다. 그 대가는 무엇이었나. 1987년 검사장 승진에서 후배 기수들에게 밀려 탈락하자 검찰을 퇴직했다.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1988년 11월 27일, 54세로 사망했다. 그가 받은 상훈은 1984년 홍조 근정훈장 하나였다.   이규명이 홍조 근정훈장을 목에 걸고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법무부 관료 일부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정치적 충성과 법적 책임 사이의 경계가 명확했다. 한국에서 이규명은 사법파동을 일으키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검사장 승진 탈락 일 년 뒤 세상을 떠났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적에게 유리하면 국가기밀 이라는 궤변을 떠올렸다. 헌법의 원칙을 권력의 논리로 뒤집은 그 문장이 반 세기를 건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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