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잇의 전환이야기】산업 전력화가 몰고 올 400TWh의 충격…11차 전기본으로는 부족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기반 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각각 1억톤과 52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탈탄소를 위해서는 현재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과 가스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전력화(Electrification)’가 필수적이다.
다만 현재의 전력기본계획은 2038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체 전력 수요 확대에 관한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의 완전한 탈탄소화와 전력화로 증가하게 될 전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고려한 전력기본계획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 철강ㆍ석유화학 탈탄소 전력화 수요 급증...11차 전기본 이후 논의돼야
스웨덴 정부는 철강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대표 프로젝트인 ‘HYBRIT’ 사업에서 연간 1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철 (저탄소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약 4~5TWh(테라와트시) 전력이 소비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공정에서 벗어나 수소 기반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 전력 수요가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대한민국의 절반 수준인 연간 3600만톤의 철강(조강)을 생산하는 독일 또한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철강산업의 완전한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약 130~150TWh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주로 고로-전로 공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톤의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2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 사용량은 톤당 약 0.5 ~ 0.7MWh(메가와트시) 수준이다. 그린철강 생산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할 경우, 약 3.5~4.0MWh 이상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차 전기본 vs 2050 산업전환 비교/플랜잇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관측된다.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화학물질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공정은 800℃ 이상의 고온을 필요하며, 현재 대부분의 열원은 대부분 나프타와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현재 국제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전기가열로 공정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약 에틸렌 1톤 생산에 최대 15MWh 수준의 전력이 요구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6700만톤, 에틸렌 생산량은 900만톤 수준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전력 소비량 원단위 추정치를 적용하면 철강 부문은 약 235~270TWh, 석유화학 부문은 110~135TWh가 필요하다. 두 산업이 100% 전환을 위해서는 약 총 345~405TWh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2023년 기준 한국 전체 전력 발전량인 590TWh의 60% 이상이 되는 수준으로, 산업부문의 완전한 탈탄소화가 국가 전력시스템의 총체적인 재편을 요구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산업 탈탄소에 따른 산단 전력 수요 늘어...인프라 준비되어 있나?
산업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지역별 산업 밀집도에 따라 더욱 뚜렷한 편차를 보인다. 대규모 철강 제철소가 밀집한 포항과 광양은 각 지역에 연간 65~75TWh, 울산의 철강 및 석유화학 복합단지는 약 65TWh의 추가적인 전력이 요구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수와 대산의 석유화학 단지 역시 각각 35TWh 규모의 전력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들 다섯 개 거점의 필요 전력을 합산하면 약 275TWh에 달한다. 포항만 놓고 보더라도 포항시 전체 연간 소비량인 약 15TWh의 5배를 상회하는 전력이 철강 산업에서 필요할 것이다. 이는 산업 전력화가 수도권 외 지역의 대규모 전력 수요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국가 전력망의 지역별 균형과 인프라 확충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5대 산업 거점의 필요 전력/플랜잇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산업부문 전기화 수요를 63TWh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철강의 수소환원제철 공정과 석유화학의 전기가열로 도입 등을 초기 단계의 전력화를 포함한 수치로, 2038년까지 가시화될 초기 전환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훨씬 큰 규모의 전력 수요가 필요하다.
앞선 분석에서도 드러났듯,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11차 전기본 추정치의 5배 이상의 산업 부문 전력 수요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2050년까지 남아 있는 여섯 차례의 전기본 수립과정에서 산업 전력화 수요 확대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보다 정교한 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 박진수 대표는
박진수 대표는 기후환경 전문가로 2024년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플랜잇(PLANiT)을 공동설립했다. 플랜잇은 정량적 모델 기반으로 기업, 국가, 및 지역의 전환 경로를 연구하는 연구소다. 박 대표는 2019년 2050저탄소사회비전포럼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환경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탄소버블: 기후위기는 어떻게 경제위기를 초래하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