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나는 게 무섭다 국감 앞두고 떠는 건설사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김영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질의받고 있다. / 사진 = 제21대 국회 국정감사 영상 회의록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올 추석 대형 건설사들 최고 경영진은 좌불안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 올해도 어김없이 호출 당해서다. 게다가 ‘부실 공사’와 ‘사망 사고’, ‘벌떼 입찰’ 등 뜨거운 이슈들로 호출 당한 만큼 매서운 질문세례가 예상된다.
10일 국토교통위원회는 ‘철근 없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논란에 선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무리한 입찰 경쟁으로 이득 편취를 노린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를 증인석에 세운다. 12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수의 사망 사고가 나는 이유를 따져보고자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김진 롯데건설 안전보건실장, 차승열 KCC ESH 위원장을 불러냈다.
‘순살자이’ 악명…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무슨 말 할까
국감 첫날 증인석에 출석하는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이번 국감장에 나서는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먼저 국회에서 증인으로 불렸다. 그만큼 국회가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국토교통위원회는 양평고속도로 문제와 함께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깊이있게 파헤친다는 입장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안단테아파트 지하 주차장 1층과 2층의 지붕 구조물이 지난 4월 29일 큰비가 내린 이후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며 지반 아래로 흘러내렸다. 67%까지 공정이 끝난 상태로 예정대로라면 10월 준공해 12월 964세대가 입주할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였다.
지난 7월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말 그대로 총체적 부실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점을 주요 사고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붕괴구간 인근 기둥 32개 중 11개는 전단강도 부족, 9개는 휨강도 부족, 7개는 전단강도와 휨강도가 모두 부족했다. 현장 안전 관리 부실도 지적됐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GS건설에 대해 각각 8개월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도 예고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LH안단테 아파트 입주예정자에게 전면 재시공을 약속한 상태다. 다만 주거지원 대책 등 보상 규모와 관련해 주민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은 입주예정자의 주거지원 대책으로 ‘6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3000만원 무이자대출+7500만원 규모 주택도시기금 금리대출’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보상안 지원규모가 현실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검단신도시 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 전세는 3억원 이상으로 GS건설의 보상액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해서다. .
부실시공 문제 뒤에 터진 입주예정자 보상안까지, 임 부회장이 국회의 맹공을 잘 막아낼지가 관건이다. 사실 임 부회장이 국감에 자주 얼굴을 보여왔다. 2013년부터 10년째 GS건설을 맡고 있는 그는 2017년과 2018년, 2020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네 번째 국감장에 선다. 공사대금이나 이자 지급, 노무비 등을 미루거나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갑의 횡포’로 국감 증인으로 불렸다. 그때마다 적극적으로 회사 입장을 대변하다가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2018년 국감에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가 징벌적 성격의 고발을 당한 것이다.
허나 임 부회장이 이전과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실시공, 안전관리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답게 안정적 어조와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지만, 여야가 잔뜩 벼르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실제 임 부회장은 국토위가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채택한 증인이다.
임 부회장은 국감장에서 사고가 벌어지게 된 경위를 비롯해 사후 대책을 어떻게 할 것에 관한 질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 방식이 다르지만 지난해 국감에서 광주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증인으로 출석한 정익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의 경우 책임 소재는 물론 입주예정자 보상 대책 등이 대해 강력하게 추궁받았다.
사망사고 발생한 DL이앤씨·롯데건설…집중 추궁 전망
“좀 더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방법을 찾아서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이 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마 대표의 약속이 무색하게 DL이앤씨는 올해도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올해까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는 현장 안전조치를 강화해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7~8월 연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정도로 DL이앤씨 내 안전의식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압수수색은 DL이앤씨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는 전년보다 안전 문제에 대해 더 강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었는지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차승열 KCC ESH 위원장, 김진 롯데건설 안전보건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중 차 위원장은 지난 8월 DL이앤씨 부산 레이카운티 현장 근로자 사망 사고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다. 숨진 창호 작업 근로자가 KCC 소속 업체 근로자였는데, 차 위원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DL이앤씨 현장의 안전관리 문제와 안전의식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사망사고도 이번 국감을 통해 수면 위에 오른다. 롯데건설은 지난 3년 동안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에도 지난 2월과 5월, 7월, 9월까지 4건의 사망 사고가 연거푸 터졌다. 김진 롯데건설 안전보건실장은 사고 경위와 재발 방지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만 잘 살고 싶다‘ 호반건설 벌떼입찰 재점화
이번 국감에서는 호반건설의 벌떼 입찰도 무게감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는 국감 첫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증인석에 앉는다.
올해 호반건설은 건설업계 10위 안에 든 건설사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호반건설은 오너 2세 경영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위로 부터 600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부당 지원 행위로 공정위가 부과했던 과징금 중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성이 높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건설사 간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2013년 말부터 2015년 사이 호반건설이 낙찰받은 23개가 벌떼입찰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입찰이 추첨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노렸다.
지난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와 LH에 의뢰해 공개한 ‘LH 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현황’을 보면, 호반건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공택지 18필지를 낙찰받았다. 이에 호반건설의 벌떼입찰은 이전부터 국회가 벼르던 사안이었다. 지난 2021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 말까지 LH가 공급한 총 83개 공공택지 가운데 호반건설을 비롯해 우미건설과 중흥건설이 30개를 낙찰받은 점을 문제삼았다. 지난해 정무위원회는 LH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관련해 호반건설을 증인으로 호출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벌떼입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영 승계와 연관된 사안임에도 그룹 회장이 아닌 계열사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서다. 이로 인해 국회의 불만은 상당하다. 지난달 26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은 회장을 부르고 대기업은 대표이사로 내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회에서 요구했던 그룹사 회장이 아닌 고용 사장이나 담당자만 줄줄이 출석해 꼬리 자르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공정위의 제재로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문제가 드러난 점을 고려할 때, 입찰 당시 공정성을 따져 묻는 것은 물론, 경영 승계를 위한 계열사 편법지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