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오 판사 49재, 부검 없는 죽음 에 대해 [사회혁신] 오늘(23일)은 고 신종오 판사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불교에서 49재는 망자의 영혼이 다음 생을 향해 마지막 문을 통과하는 날이다. 그 문 앞에서 우리는 아직 하지 못한 말을 해야 한다.
국가는 그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
신종오 판사는 김건희 여사 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1심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던 사건에서, 그의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판결 후 8일 만에,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법원 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 없다 고 발표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부검을 했다는 얘기가 없다.
이것이 이 칼럼이 묻고자 하는 핵심이다. 유서가 있으면 부검이 필요 없는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유서는 죽음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는다. 유서는 망자의 마지막 말일 뿐이다. 그 말이 어떤 압박이나 강요 없이 자유롭게 쓰인 것인지, 당시의 신체적 상태는 어떠했는지, 사망 경위의 세부 사실은 무엇인지 — 이것을 확인하는 것이 부검이다. 유서가 있을수록 부검은 더 필요하다. 유서로 진실이 봉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보통의 사건이 아니다. 당대 최대의 정치 재판을 이끌던 재판장이 판결 직후 8일 만에 사망했다. 판결 전부터 협박과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사회 곳곳에서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 혐의점 없다 는 한 줄 발표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진실을 확인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유엔이 국가기관 개입이 의심되는 의문사에 적용하는 미네소타 프로토콜은 명확하다. 독립적 부검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유서가 있어도 예외가 없다. 이것은 국제 기준이다. 한국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나는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도 묻는다. 그는 사망 당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49재가 되는 오늘까지, 그의 공개 발언은 없다.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26.4.28. 연합뉴스
그러나 신종오 판사가 그렇게 무너진 구조를 만든 자 중 하나가 바로 대법원장이다. 6·3·3 원칙 — 2심을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 촉박한 기준 — 아래서 신 판사의 재판부는 2월에 사건을 배당받아 4월에 선고를 냈다. 내란전담재판부 신설로 기존 재판부 사건이 무더기로 재배당되면서 업무는 폭증했다. 동료들은 신 판사가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하며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판사 한 명을 소진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한 자가, 그 판사의 죽음 앞에서 침묵을 지킨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는 원리는 거대한 독재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작은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자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세 가지를 해야 했다. 첫째, 신 판사의 사망 경위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촉구해야 했다. 둘째, 판사들의 업무 과부하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해야 했다. 셋째, 정치적 압박 속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국가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밝혀야 했다.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두 번째 직무유기다.
한 나라에서 판사가 자신의 법원 청사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것도 시대의 가장 무거운 재판을 이끈 직후에.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사법 시스템 전체가 보내는 경고음이다. 경고음에 귀를 막는 것이 세 번째 직무유기다.
49일이 지났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장의 공개 발언도 없다. 구조적 개선 약속도 없다.
신종오 판사는 유서에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 고 적었다. 그러나 묻고 싶다. 죄송한 것은 그가 아니다. 그를 그렇게 몰아간 구조이고, 그 구조에 침묵한 자들이다.
국가는 공인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그 의무는 유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유서 한 장이 국가의 의무를 면제시키지 않는다. 49재가 지나도 그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반박될 수 없는 기록이 가장 강한 견제의 무기다. 오늘 이 칼럼이 그 기록의 한 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록이 쌓여,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고 신종오 판사의 명복을 빈다.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