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오세훈의 몽니 정치 …후보 등록 거부 도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당의 목을 조르는 이 지독한 모순은 결국 유권자의 냉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난 3월 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 마감일은 대한민국 정당 정치사에 또 하나의 씁쓸한 오점을 남긴 날이었다. 5선 고지를 눈앞에 둔 오세훈 현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당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당 지도부의 ‘윤 어게인’ 노선 철회다. 하지만 이는 번지르르한 수사일 뿐, 본질은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인질 삼아 당 지도부를 굴복시키려는 노련하면서도 무모한 정치적 겁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15년 전, 보수 진영을 암흑기로 몰아넣었던 그 ‘무모한 고집’의 재림이다. 2011년 자신의 정치적 결기를 증명하겠다며 시장직을 걸고 도박을 벌였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를 기억하는가. 당시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 저지’라는 깃발을 흔들며 시정을 벼랑 끝으로 몰았고, 결국 중도 사퇴하며 보수 궤멸의 단초를 제공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오세훈은 진화했다. 과거에는 정책을 위해 직을 걸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해 후보 등록 자체를 거부하며 당을 협박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지독한 선민의식과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다. 오 시장에게 서울시정의 연속성은 자신의 대권 야욕을 위한 ‘볼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오 시장의 계산은 치밀했다. 나경원, 신동욱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생긴 ‘인물난’을 그는 급소로 활용했다. 자신이 빠지면 서울 수성이 불가능하다는 공포 마케팅을 극대화한 것이다. 결과는 ‘항복’이었다. 장동혁 당대표와 이정현 공천위원장은 결국 맥없이 주저앉았다. 긴급 의총을 열어 비굴한 결의안을 바치고, ‘추가 등록 기간’이라는 전례 없는 특혜성 카펫을 깔아주며 그를 모셔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한 명의 정치인이 공당의 원칙을 이토록 쉽게 헌신짝으로 만든 것은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오 시장은 지금 자신의 진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차기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고, 스스로를 당을 구한 ‘구원투수’이자 보수 재편의 ‘설계자’로 포장하려 하면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선거판을 추악한 당내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그가 비판받는 이유는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을 책임져야 할 본분보다, 당 지도부를 흔들며 자신의 체급을 키우려는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940만 서울시민에 대한 기만이며, 공당의 후보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내팽개친 처사다.
오세훈의 이 위험한 도박이 성공한다면, 그는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숫자가 아닌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다. 당을 무릎 꿇린 그의 기세는 중도층의 눈에 ‘선민의식에 찌든 독선과 오만’으로 비칠 뿐이다. 2011년의 사퇴가 어설픈 고집이었다면, 2026년의 등록 거부는 노회한 협박이다.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당의 목을 조르는 이 지독한 모순은 결국 유권자의 냉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만약 이 오만한 행보로 인해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본선 패배로 이어진다면, 그 파멸적 책임은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과신한 오 시장이 온전히 떠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