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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여성 수장 탄생…다른 종교 유리 천장도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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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문화비평가·언론인 지난 3월 25일 영국의 여성 성공회 사제 세라 멀랠리가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에 착좌(着座)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캔터베리 교구를 관할하며 잉글랜드 국교회를 대표한다. 가톨릭 로마 교황이 지닌 수위권(首位權)은 없으나 정교회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처럼 세계 성공회 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적 수장이자 165개국 8500만 신도를 이끄는 영적 최고 지도자다.   멀랠리 영국 성공회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가 성아우구스티누스의 의자에 앉자 사제와 신도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6. 3. 25 연합뉴스 1500년 역사에서 역대 캔터베리 대주교 105명은 모두 남성 1534년 영국 국왕 헨리 8세가 로마 교회에서 독립해 국교회 수장을 겸임한다고 선언한 이래 캔터베리 대주교를 여성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장령 선포 이전의 가톨릭 시기를 통틀어 597년 초대 아우구스티누스를 시작으로 캔터베리 대주교 105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다른 종교로 지평을 넓혀봐도 마찬가지다. 신흥 종교계에서는 여성 교주가 창시하거나 남편 사후 교주의 자리를 이어받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비록 상징적이라고는 해도 전 세계에 수천만 신도를 거느린 유수 종교 가운데 여성 수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 종교에서는 최고 지도자는커녕 여성이 성직자가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위를 볼 수는 있어도 뚫고 올라갈 수는 없는 투명한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예 위가 꽉 막혀 보이지도 않고 올라갈 수도 없는 콘크리트 천장이 여성의 종교적 신분 상승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일 뿐 아니라 대부분 종교의 신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은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세계 유수 종교의 경전과 계율은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국내 주요 교단의 여성 성직자 현황은 어떤지 살펴보자. 비구니·정녀와 달리 수녀는 성직자가 아니다” 불교 비구니, 천주교 수녀, 원불교 정녀로 이뤄진 삼소회(三笑會)는 대화, 봉사, 합창, 전시 등을 통해 종교 간 화합과 영성 계발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중국 동진(東晉)의 불교 승려 혜원이 유학자 도연명, 도교 도사 육수정과 대화를 나누다가 저도 모르게 호계(虎溪)를 넘지 않겠다는 계율을 깨뜨린 것을 알고 세 사람 모두 크게 웃었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나중에 성공회 수녀와 개신교 언님(여성 독신 수도자)도 가세했다.   불교 비구니, 천주교 수녀, 원불교 정녀 등으로 구성된 삼소회 합창단이 2014년 5월 26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 영모전 앞 광장에서 열린 대산종사 탄생 100주년 기념대법회에서 축가를 부르고 있다. (원불교 강남교당) 언론이 삼소회를 소개하며 ‘여성 성직자 모임’이라고 쓰면 천주교 관계자가 즉각 항의하며 정정을 요구한다. 수녀는 수도자이지 성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비구니나 정녀는 법회를 이끌고 수계(授戒)를 할 수 있으나 수녀는 성체성사나 고백성사 등을 집전할 수 없다. 기독교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여성을 열등하고 죄 많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창세기는 하느님이 인류의 시조이자 최초의 남성인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빼서 최초의 여성 이브를 만들었고,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먹게 해 원죄를 지었다고 설명한다. 레위기와 민수기에서도 출산과 생리를 겪는 여성을 정결하지 못한 몸으로 간주한다. 신약성경에서는 여성의 등장 횟수나 역할이 늘어나고 여성관도 부분적으로 개선된다. 그래도 남성 중심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아 여성 지위는 여전히 종속적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부활을 목격하고 세상에 알려 기독교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최측근 제자였으나 12사도(使徒)에는 들지 못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 부활을 목격하는 장면을 그린 성화. 막달레나는 예수 최측근 제자였으나 12사도에 들지 못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사도들이 만든 초대교회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교가 사도들의 계승자라고 가르친다. 이 가운데 로마 총대주교(교황)는 제1제자 베드로의 후계자다. 이들 교회에서는 여성이 주교는 물론 신부도 맡을 수 없다. 남자로 변장해 사제가 된 뒤 추기경을 거쳐 교황까지 올랐다가 출산 중 숨지는 바람에 정체가 드러났다는 요안나의 전설도 있지만 꾸며낸 이야기라는 게 정설이다.   교황 요안나가 길거리에서 아기를 낳는 모습을 담은 목판화. 1474년 작품으로 독일어가 쓰여 있다.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여성 교황이 있었다는 전설은 허구라는 게 정설이다. 만일 여성 사제가 탄생하면 ‘신부(神父)’란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신부를 가리키는 영어의 ‘Father’, 교황을 일컫는 ‘Pope’나 ‘Holy Father’ 모두 ‘아버지’를 뜻한다. 가톨릭 고위 성직자, 혹은 교회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도 영어 ‘Church Father’를 번역한 ‘교부(敎父)’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로마 교황이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하자 독일 신학자 2명이 여성 사제 임명을 청원한 데 이어 1995년 오스트리아와 1999년 아일랜드에서 여성 사제 임명 촉구 운동이 펼쳐졌다. 2002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종파주의 대주교 루물루 브라스치가 여성 7명을 사제로 임명했다. 서품식은 어느 교구에도 속하지 않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의 다뉴브강 위에서 열렸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주교에 서임됐으나 모두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했다. 2005년에도 미국·캐나다 접경지대인 세인트로렌스강의 배 위에서 여성 사제·부제 9명이 탄생했다. 현재 가톨릭에서는 비밀리에 사제, 혹은 부제품을 받은 수십 명의 여성 성직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6월 29일 다뉴브강에서 두 주교가 여성 7명을 사제로 임명하고 있다. (브리지메리 닷컴) 국내 최초 성공회 여성 사제는 2002년 민병옥 정교회는 가톨릭과 달리 나라별, 교구별로 독립적이고 수평적이긴 하지만 여성 사제를 허용하는 곳은 없다. 다만 사제를 보조하는 부제(副祭)는 초대교회에서도 여성이 임명된 적이 있다”면서 2024년 알렉산드리아 정교회가 아프리카 지역의 특수한 선교적 필요와 사목적 이유”를 들어 짐바브웨의 안젤릭 몰렌을 역사상 처음으로 부제로 서품했다. 성공회는 1862년 영국이 엘리자베스 캐서린 페라르드를 최초로 부제에 임명한 이래 여성의 사제 서품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다. 1944년 홍콩의 플로렌스 리 팀오이가 최초의 여성 사제가 됐으나 전 세계 성공회 주교들의 협의를 거친 것이 아니어서 홍콩을 떠나야 했다. 성공회는 1969년 여성 사제 서품을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1992년 투표를 거쳐 2년 뒤부터 여성 사제 서품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여러 주교와 수백 명의 사제가 거세게 반발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캔터베리 대주교에 멀랠리가 지명됐을 때도 나이지리아 등이 세계 성공회 공동체 탈퇴를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대한성공회는 2000년 5월 여성의 사제 서품이 가능하도록 교회법을 개정하고 2001년 부산교구의 민병옥 부제를 사제로 승진 임명했다. 그 뒤로 20여 명의 여성 사제가 배출됐으나 고위 성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1988년), 뉴질랜드(1989년), 캐나다(1995년) 등에서는 일찌감치 여성 주교가 탄생했다.   세실극장 옥상 누리마루에서 본 시청 앞 성공회 건물. 사모지붕의 종탑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희용 사진. 최대 개신교단 예장 합동은 여성 목사 안수 불허 개신교는 만인사제설(萬人司祭說)에 따라 사제란 직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사도 전승도 성경적 근거가 없다”며 주교직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가 늘어나 교단이 형성되면서 목사가 성직자 반열에 오르고 주교 비슷한 직분도 생겨났다. 장로교는 노회를 대표하는 노회장, 감리교는 연회를 책임지는 감독을 두고 있고 그 위에 각각 총회장과 감독회장이 있다. 그러나 가톨릭의 보편주의와는 반대로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 전통을 따르고 있어 통제력은 약하다. 여성 목사가 일찍부터 등장했으나 교단별로 편차가 크고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미국에서는 1853년 회중교회 목사가 된 앙투아네트 브라운 블랙웰이 주류 개신교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기독교감리교의 전밀라 목사가 효시다. 여성 목사의 탄생은 감리교가 가장 앞섰으나 여성 목사 비율은 기독교장로회가 15%(2024년 11월 기준)로 가장 높다. 주요 교단의 여성 목사 안수 도입 시기는 기독교감리회에 이어 기독교장로회(1974년), 예수교장로회 통합(1994년), 기독교하나님성회(1997년), 예수교성결교(2003년), 기독교성결교(2004년), 예수교장로회 백석(2009년), 기독교침례회(2013년) 순이다.   2023년 5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여성 목사 47명이 안수를 받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그러나 목사 안수를 받는다 해도 여성이 목회 활동에 종사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고, 노회장이나 총회장 등은 물론 큰 교회의 담임목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총회장 선출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총회 대표들도 남자 목사 일색이다. 영국 성공회와 비슷한 시기에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한 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지난해 총회 대표 10분의 1을 여성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기각했다. 가장 교회와 신도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아직도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24년 총회에서 신학대학원 여성 졸업자에게 강도사(講道師) 자격을 주기로 결의했다가 일부 목사의 반발에 부닥쳐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예수교장로회 고신과 예수교장로회 합신 등도 여성 목사 안수를 금지하고 있다.   2024년 9월 22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110회 총회가 열리는 서울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 추진 공동행동’ 회원들이 여성 안수를 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아무리 나이가 많은 비구니라도 비구에게 절해야” 삼소회 사례를 보면 불교는 비교적 여성 성직자 진출이 활발해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장벽은 두텁다. 정식 승려가 되기 위해 받는 구족계(具足戒)가 비구는 250계인 데 비해 비구니는 348계다. 비구니 팔경법(八敬法)에는 아무리 나이가 많은 비구니라도 당일 출가한 비구를 만나면 절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비구와 비구니의 비율이 각각 절반에 가까운데,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종회 의원 81명 가운데 비구니는 10명에 불과하다. 24개 교구본사 주지는 모두 비구이고 총무원의 부·실장 8명 가운데 비구니는 한 명이다. 비구니 특별교구를 설립하자는 요구는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3월 31일에도 중앙종회는 비구니 호계위원(판사)을 둘 수 있도록 하자는 종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2019년 3월 15일 대구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법계 품서식이 열리고 있다. 법랍 40년 이상의 비구니 11명이 명사(明師) 품계를 받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그나마 대승불교에 속하는 우리나라 불교계는 나은 편이다. 남방불교로 불리는 상좌부불교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내려온 성차별적 전통을 고수하는 편이다. 여성은 다섯 가지 문제가 있어 부처가 될 수 없다는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나 남성의 몸을 지녀야 성불할 수 있다는 변성남자설(變性男子說)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은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태국 여성들은 극락에 가려면 승려가 된 아들의 노란색 옷자락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비구니 수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태국 여성 불자는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고 돌아와 수행과 포교에 힘쓰고 있으나 태국 불교계는 승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교는 성직자 계급을 두고 있지 않지만 수니파의 경우 이맘(기도 인도자)과 울라마(이슬람법 학자), 시아파는 이맘(신성한 지도자), 아야톨라(이슬람법 해석자) 등이 사실상 성직자 역할을 한다. 여성의 진출은 원천적으로 배제되며 예배도 남녀가 구역을 나눠 따로 올릴 정도로 성차별이 심하고 여성 인권 침해 논란도 잦다. 남녀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종단은 원불교 우리나라의 주요 종교 가운데 남녀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곳은 원불교다. 여성 교무(정녀)가 60 대 40 비율로 더 많은 데다가 국내 14개 교구 가운데 8곳을 여성 교구장이 이끌고 있다. 원불교 최고 의결기관 수위단의 구성원은 남녀가 절반씩이다. 불교의 총무원장에 해당하는 교정원장도 이미 두 차례나 나왔다. 머지않아 불교 종정 격인 종법사를 여성이 맡을 날도 올 것이다.   2021년 7월 13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제248회 임시 수위단회가 열리고 있다. (원불교신문사) 지구상의 주요 종교들은 생겨날 당시에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사상을 내세워 환영과 탄압을 함께 받았다. 신분 타파와 평등주의는 보편 종교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성경·불경·쿠란 등에 적혀 있는 여성관은 고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교단이 커지고 성직자들이 기득권 계급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경전과 계율을 신성하게 여기다 보니 시대 변화에 맞춰 수정 보완하기도 어렵다. 종교도 시대적 산물이어서 대세를 거스르려고 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성공회에서 시작된 여성 성직자 진출 바람이 다른 종교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2019년 10월 22일 바티칸에 모인 ‘여성 사제 서품을 위한 세계네트워크(WOW)’ 활동가들이 가톨릭 교회를 구하려면 여성 사제를 임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WOW 인터넷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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