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사과에…5·18단체 진정성 없는 사과 필요 없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 등이 깨지고 찌그러진 채로 놓여 있다. 2026.5.21 연합뉴스
5·18 관련 단체들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프로모션과 관련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26일 대국민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 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신극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를 통해 그런 사과는 할 필요도 없다 며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버는 기업이라면 사회적 책임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5·18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며 국민 앞에 충분한 사과와 반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 비판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도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고 평가한 뒤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정작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내용은 없었다. 구체적인 조치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고 말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사과문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며 광고 제작 과정에서 여러 검수와 승인 절차가 있었을 텐데 이를 단순한 실수나 담당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고 질타했다. 그는 또 정 회장이 그동안 보여온 행보를 보면 조직 역시 그 방향에 맞춰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며 경영에서 물러날 정도의 각오 없이 내놓은 사과는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기업은 상품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역사 인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며 5·18과 민주주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려 한 발상 자체가 문제 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이사는 무엇이 잘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고 지적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본사 차원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기업 문화가 낳은 결과 라며 정 회장이 끝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의 저항과 불매운동은 계속될 것 이라고 밝혔다.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고모인 박정애(78) 시인은 한겨레신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분노가 일기에 앞서, 사람이 아니라, 외계 사람들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우리 국민성이 관대하고 용서를 잘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고,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 조사와 엄한 처벌로, 갈수록 민주화운동의 가치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정치권의 비판은 서로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은 같다 는 정 회장의 문제적 발언에 쏠린다. 박지원(해남·완도·진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용진 회장의 사과는 윤석열 개 사과 2탄 이라며 안 하느니만 못한 회견으로, 타는 짚불에 기름을 부었다 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신정훈(나주·화순) 의원도 SNS에서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는 발언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며 민주주의를 짓밟고 사람을 죽인 국가폭력을, 어떻게 생각 차이 로 퉁치려 하느냐 고 따졌다. 신 의원은 역사 왜곡·폄훼는 견해 차이가 아니다. 5·18을 조롱하고 군부독재를 미화하는 시각은 의견 이 아니라 반헌법적 망언 이라며 정 회장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자기들의 세계관을 끝까지 합리화하는 변명일 뿐 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이어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다 같이 나라 걱정한다 는 말로 포장하는 순간, 극우·일베 시각을 다양한 의견 중의 하나로, 그리고 애국으로 격상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을 언급하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한다 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광주를 방문해 사과하는 방안,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약관에 따라 스타벅스 선불카드 충전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문제 해결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향후 적절한 시점에 저희가 내려가는 부분도 고민할 수 있겠다 며 일단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나 그룹에서 광주 현장 방문 등에 대해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할 시간이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많은 고객께서 환불이나 멤버십 탈퇴 요구가 있고 고객분들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며 선불 충전금의 경우 일정 부분을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조속히 조치해 추후 발표를 통해 알리겠다 고 설명했다.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민주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신세계그룹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 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전두환과 계엄군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텀블러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2026.5.20 독자 제공 연합뉴스
5·18 유공자들, 경찰에 정용진 처벌 원한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27명에 대한 고소인 조사에서 정 회장 등에 대한 처벌 의사를 확인했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들은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비방했다며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지난 20일 고소했다. 같은 날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도 정 회장과 손 전 대표가 민주화운동 유족과 광주시민 등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다.
경찰이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5·18 민주화운동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고소장을 접수하고, 명예훼손 혐의에 관한 처벌 의사도 확인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박하성씨 등 고소인들은 스타벅스가 5월 18일을 탱크데이 로 이름 붙이고, 책상에 탁 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이자 역사 왜곡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이 같은 마케팅을 기획한 실무자부터 총책임자인 정 회장까지 전부 처벌해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 직원 등 관계자들을 불러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할 의도가 있었는지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탱크데이 마케팅 담당 실무진 5명 가운데 3명이 스마트폰 포렌식을 거부하는 등 그룹 차원 조사에서 고의성이나 사전 공모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가 스타벅스 불매 운동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 시장은 정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사과도 진상규명도 책임도 모두 빠진 3무(無) 기자회견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용진 회장은) 사과한다면서도 직원을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었다. 진상규명 한다며 시간을 끌었지만 어떤 의혹도 밝히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 책임은 어떻게 질지 말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강 시장은 우리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확실한 책임을 원한다. 무책임한 대처가 추가 혐오를 부추기고 가짜뉴스를 양산한다 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입법기관에서는 개헌, 입법, 정부에서는 수사, 진상규명 역할을 해달라 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벅스 문제와 신세계 투자를 자꾸 연동하는데, 잘못에는 책임을 묻겠지만 투자는 우리 지역 이익의 관점에서 정확히 받아들여야 한다 며 특히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의 경우 추진 주체가 정용진 회장과 다르므로 연동시키는 것은 더더욱 맞지 않다. 원점 재검토는 맞지 않다 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스크린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등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과 회견 TV 생중계 화면이 나오고 있다. 2026.5.26 연합뉴스
강준현 대변인 마무리 잘 된 것 같다 고 했다가 경솔
스타벅스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해 온 더불어민주당의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고 평가했다가 몇 시간 뒤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정청래 총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그동안 극우적 언행을 봤을 때 소나기 피하기 성 가식적 사과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면서 상처받은 분들께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노력하라 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의 뒤늦은 사과를 보며 씁쓸하다 며 맨입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님을 명심하라. 5·18 영령들께 더 머리 숙여 사죄하고, 정 회장의 사과에 분노하는 민심에 더 진정성 있고 더 책임지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고 촉구했다.
앞서 강 수석대변인은 오전 국회 간담회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고 평가했다. 이어 마케팅 과정에 고의성의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신세계 측 결론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느냐 는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인지했다 며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 고 답변했다.
박지혜 대변인도 신세계 측에서 시간과 공을 들여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하고 총수도 나서서 사과했다 며 스타벅스의 파트너들, 점주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이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데 사태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 안돼 점주 어려움에 공감 운운한 것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진성 당원들이 자주 찾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민주당이 정신 나갔다 , 헛웃음이 난다 , 선거 앞두고 지금 표 계산하는 것이냐 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에 강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회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숙한 답변을 드렸다 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고 밝혔다. 그는 해당 사안을 충분히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고, 경솔하게 표현했다 며 특히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당과 사전에 논의된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판단과 표현에서 비롯된 발언 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진보당 어설픈 사과쇼 정의당 극우 오너 리스크
진보 정당들은 정 회장의 사과가 면피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손솔 수석대변인은 성명을 내 이번 사과는 본인을 향한 법적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총수 면피용 사과쇼에 불과하다 며 탱크데이 논란을 고작 생각의 차이 정도로 치부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고 하는 것은 본질을 흐려 적당히 넘어가려는 얄팍한 꼼수 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을 내세워 따뜻하게 봐달라 고 감성에 호소한 것 역시 대단히 부적절하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자, 현장 노동자들을 방패막이로 삼은 비겁한 행태 라며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면, 그 책임자인 본인이 실질적인 보상책을 내놓고, 직원들에게도 사과해야 마땅하다 고 했다.
진보당은 이번 사태는 과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멸공 논란 부터 극우 정치·종교 콘퍼런스인 빌드업 코리아에 대한 후원까지, 정용진 회장 스스로 끊임없이 표출해 온 왜곡된 역사 인식과 극우적 행보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 라고 평하면서 정용진 회장은 어설픈 사과쇼로 넘어갈 생각 말고,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서 신세계그룹 회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 며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의당도 성명을 통해 절절하게 사과하면서도 아무런 진상을 밝히지 않았고, 난데없이 국민을 훈계하는 대목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면서 이게 사과인가. 법적 책임 회피 아닌가 라고 물었다. 정의당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계엄군 탱크를 연상시키는 마케팅을 한 것이 생각의 차이로 정리될 문제인가 라고 되묻고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조롱이고, 희생자들의 명예에 대한 모독이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틀려먹은 것 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굴지의 대기업이 자백한 업무 처리 과정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체 조사의 구조적 한계를 스스로 시인한 셈 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극우 정용진 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 가 빚어낸 조직문화의 결과 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태의 책임은 오너에게 있다. 사과로 끝낼 생각 말고 제대로 진상규명하라 고 강조했다.
26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5·18 폄훼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 코리아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요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5.26 연합뉴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