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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플랜잇의 전환이야기】두 개의 항로법이 말하지 않는 것

【플랜잇의 전환이야기】두 개의 항로법이 말하지 않는 것
[사회혁신]
올해 국회는 두 개의 해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3월 「녹색해운항로 구축 지원에 관한 특별법」, 5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둘 다 해운을 다루고, 둘 다 부산을 거점으로 삼으며, 둘 다 국가 차원의 5년 계획 수립을 의무화한다. 처음 질문은 단순했다. 왜 하나의 해운에 두 개의 법이 필요한가. 그러나 법안을 들여다볼수록 질문이 바뀌었다. 문제는 법이 두 개라는 데 있지 않다. 두 법이 같은 미래를 보고 있는지, 그것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녹색항로법은 해운 탈탄소를 목표로 한다. 선박 연료를 바꾸고,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며, 국제 녹색항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북극항로법은 공급망 다변화와 물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더 짧은 거리, 더 빠른 운송, 새로운 해상 물류축이 핵심이다. 하나는 연료를 이야기하고, 다른 하나는 항로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두 법 모두 미래 해운을 말하면서도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실행 일정에서도 드러난다. 녹색항로 시범운항은 2027년을 목표로 하지만,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올해 9월 시작된다. 깨끗한 항로보다 빠른 항로가 먼저 출발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정책 의지의 차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환이 놓인 단계의 차이에 가깝다. 북극항로는 기존 선박에 극지선박증서만 받으면 된다. 연료를 바꿀 필요 없이 기존 연료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녹색항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무탄소 연료 추진선, 벙커링 인프라, 국제 협력체계가 동시에 필요하다.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극항로가 먼저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속도 차이가 설명된다고 해서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속도는 현상일 뿐,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간다. 왜 같은 해운의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도 한국의 해운정책은 항로와 연료를 서로 다른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가.   산업 육성과 산업의 전환 한국은 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한 나라다. 조선을 키웠고, 해운을 키웠고, 항만을 키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역량과 글로벌 허브항만이 그 결과이다. 이 성공은 산업 육성 시스템 위에서 가능했다. 육성 시스템은 영역을 나눈다. 조선은 조선이고, 해운은 해운이며, 에너지는 에너지다. 각 영역마다 법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이 방식은 산업화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해운이 마주한 도전은 산업 단위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위기,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디지털 전환은 모두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문제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산업별 언어로 구성된다. 녹색항로는 해운 탈탄소 정책이 되고, 북극항로는 물류 경쟁력 정책이 된다. 친환경 선박은 조선산업 정책이 되고, 부산항은 지역 발전 정책이 된다. 각각은 타당하다. 그러나 연결되지 않는다. 반면 전환 시스템은 다르다. 산업 육성이 영역을 나누는 방식이라면, 전환은 영역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전환은 단순한 변화아닌 시스템을 움직이는 원리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선박이 어떤 연료를 사용해 어떤 항로를 운항하는지, 그리고 어떤 항만과 공급망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함께 본다. 선박과 연료, 항로와 항만은 별개의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 본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성장이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이다.   모두가 시스템을 말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시스템 부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두 항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각자의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해수부는 국가 해운·물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부산시는 해양도시 플랫폼을 이야기한다. 산업계는 선박과 연료, 항만을 잇는 가치사슬을 이야기한다. 기후진영은 탄소 전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그 결과 북극항로는 물동량으로 평가되고, 녹색항로는 탄소 감축으로 평가된다. 공급망 안정성은 공급망 정책 안에 머물고, 연료 전환은 기후정책 안에 머문다.  모두가 미래를 말하지만, 그 미래는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정책 목표가 분리되고, 투자가 분산되고, 국민과 산업계가 이해할 서사가 약해진다. 해양강국 , 북극항로 , 친환경 선박 , 녹색항로 는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다른 시스템을 하나의 미래로 연결할 상위 프레임이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특별법이 아니다. 항로와 연료, 선박과 항만을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전환 시스템이다. 전환 시스템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정책을 연결하는 공통의 기준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올해 9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무탄소 연료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해당 항차의 탄소 배출을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데이터는 2027년 녹색항로 시범운항 데이터와 비교될 수 있다. 같은 부산항에서 출발한 두 항로를 같은 지표로 평가하는 순간, 북극항로는 더 이상 물동량만의 정책이 아니게 되고, 녹색항로 역시 탄소만의 정책이 아니게 된다. 서로 다른 정책이 하나의 평가 체계 안에서 만난다.   두 항로법이 말하지 않는 것은 결국 하나다.  녹색항로와 북극항로는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다. 하나는 연료 전환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망 회복력 전략이지만, 둘 다 한국 해운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환 전략이다 세계에는 녹색항로를 만드는 나라가 있고, 북극항로를 여는 나라가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법제화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리고 두 항로에 필요한 선박을 건조할 역량을 가진 나라도 한국이다. 이것을 서로 다른 정책으로 남길 것인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만들 것인가.   질문을 바꿔야한다 두 개의 항로법은 서로 다른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는 길을 묻고, 다른 하나는 연료를 묻는다. 이제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은 더 크다.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전환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그 질문 위에서만 두 항로법이 말하지 않았던 하나의 미래가 비로소 드러난다. ☞지혜련 연구원은 지혜련 연구원은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플랜잇(PLANiT)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플랜잇은 에너지 전환경로를 식별하는 모델 기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량적 연구 기관이다. 지 연구원은 CFD 기반 연구를 수행해 온 조선• 해운 분야 연구자로, ESG 실무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한국과학기술원(KORDI, 현 KRISO)에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연구팀에서 15년간 CFD를 활용한 선박 기술 연구를 수행해왔다. 2022년부터 ESG 실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해운• 조선산업의 탈탄소 전략, LCA 기반 온실가스 감축 평가, 국제 규제 대응 등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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