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권의 ESG 모멘텀】생산적 금융 대전환…ESG 금융의 판이 바뀐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는 국내 ESG 금융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 정책들이 발표되었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와 대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ESG가 금융 시스템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들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역할 증가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투자 자산의 장기적 가치 제고와 수익자의 이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원칙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리인 문제와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반성 속에서 영국이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도입 이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의결권 행사나 주주제안 등이 이전보다 활발해지는 변화가 있었다.
다만 국내 도입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실효성과 적용 범위 등을 두고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정부의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추진은 이행점검 절차의 도입과 결과 공시, ESG 고려, 상장주식 외 적용 자산으로의 확대 등을 통해 수탁자 책임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구체화하려는 시도다.
투자 판단, 기업 관여 등에서 투자자들이 ESG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관행이 점차 자리잡게 되면, 기업에서는 ESG와 관련한 투자자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친환경 투자 활성화
2026년~2035년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투입하기로 한 발표에서 그 규모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한국형 전환금융’의 도입과 ‘기후금융 웹포털’의 구축이다. 기후금융 중 녹색금융이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전환금융은 탄소 다배출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 기준이다.
기존에 K-Taxonomy(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있었지만 녹색금융과 관련한 적합성 판단 절차의 실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활동이 전환금융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려 해도 금융기관과 기업 모두 판단에 부담이 존재했던 구조였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K-Taxonomy와 탄소감축 로드맵 부합 기준을 모두 적용하여 판단의 명확성과 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뿐 아니라 전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경우 SPV(특수목적회사)까지 적용 대상을 포함한 점도 특징이다. 올해 3분기부터 기후금융 웹포털을 통해 녹색금융과 전환금융 적합 여부에 대한 판별도 지원할 예정으로, 친환경 투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과 기업의 의사결정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배출량 활용도 제고
금융기관은 투자, 대출 등을 통해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을 산정하여 포트폴리오의 기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에 필요한 온실가스 데이터를 금융기관이 개별적으로 수집해야 했고, 정보가 부족한 경우 추정치를 적용해야 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마다 산정 범위와 계산 방식이 달라 금융배출량 정보를 활용하거나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반면에,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부담은 적지 않았다.
금융배출량 플랫폼은 PCAF에서 제시한 자산군을 대상으로 금융업권별로 공통된 기준에 의해 금융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시도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금융배출량 산정 비용 부담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더욱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기관 간 기후 리스크 노출을 비교하는 것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데이터의 플랫폼 반영 비중을 늘려서 금융배출량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배출량이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의미있게 활용될수록 기업, 상업용 부동산 등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 역시 커지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금융 전략 체계도 / 이미지 = 금융위원회
ESG 정보에 생기를
실제 금융 시스템에서 ESG가 작동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것은 규제, 평가 등에 대한 논의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투자자의 행동 변화,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 기준, 그리고 비교가능성을 갖춘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본 글에서 다룬 정책들은 바로 이러한 기반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개인적으로도 정부의 금융업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전환금융에서의 SPV 포함, 금융배출량 산정 지원과 관련해 제언했던 내용이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의미가 있었다. 수많은 ESG 정보들이 금융 시장 내에서 살아 숨쉬는 데이터로 사용되어 생산적 금융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중권 팀장은
강중권 마스턴투자운용 ESG팀장은 금융·컨설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ESG 기획·자문을 담당해왔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하고 BC카드를 거쳤으며, Deloitte 안진회계법인 등에서 ESG 전략·평가·공시 자문을 제공했다. 이후 현대차증권에서 ESG 추진체계 구축과 기획 업무를 주도했으며, 현재 마스턴투자운용 ESG팀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