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해운·조선 안보 자산 으로 격상...2035년 저탄소 선박 1만척 공급 [환경] 유럽연합(EU)이 조선·해운 산업을 공급망 안보와 탈탄소, 방위 역량을 함께 떠받치는 전략산업으로 격상했다. 기존 해양 정책이 해운 탈탄소와 운송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전략은 친환경 선박 건조와 디지털 조선소, 항만·방위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산업정책에 가깝다.
EU 이사회는 8일(현지시각) 교통·통신·에너지(TTE) 이사회에서 ‘EU 해양산업전략’에 대한 회원국 공동 입장을 채택했다. 이번 공동 입장은 지난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발표한 해양산업전략을 바탕으로, 회원국들이 산업 경쟁력과 투자, 탈탄소, 안보, 인력 양성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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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선, EU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 산업으로
EU 이사회는 해양산업전략이 제3국의 불공정 보조금과 시장 왜곡 관행에 대응하고 유럽의 해양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현재 전 세계 크루즈 선단의 97%를 건조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반 상선과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일부 공급망은 역외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EU는 기존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 방어 수단을 적극 활용해 시장 왜곡 여부를 점검하고 핵심 산업 역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조선, 선박 설계, 수리·개조, 해양 기자재, 선박 재활용,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을 전략적 자율성과 산업 회복력의 기반으로 규정했다.
안보 문제도 주요 의제로 포함됐다. EU 이사회는 그림자 선단 운영과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해상 안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항만과 해양 인프라를 민간 물류뿐 아니라 방위 목적에도 활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인프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력 부족 문제도 함께 다룬다. EU는 해양산업의 고령화와 인력난이 장기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해양 교육과 직업훈련 확대, 재교육 프로그램, 청년 인력 유입 확대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친환경·디지털 선박 1만척 목표…스마트 조선소 육성
해양산업전략은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조선 기술 투자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유럽 조선·해양기자재 업계는 2035년까지 친환경·디지털 선박 1만척 공급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EU 이사회는 저탄소·무배출 선박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청정 추진 시스템과 차세대 선박 기술, 연구개발 투자가 주요 지원 대상이다.
디지털 전환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인공지능(AI), 첨단 센서, 자동화, 로보틱스, 스마트 유지보수 기술을 해양산업 전반에 확산해 조선소 생산성과 선박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EU는 ‘미래 조선소’와 해양산업 가치사슬 연합 구축도 추진한다.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 항만 장비 업체, 연료 공급사, 기술기업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해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해운 탈탄소는 선사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EU는 연료 생산자와 공급업체, 조선소, 항만을 포함한 해양 가치사슬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해양연료를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친환경 선박 확산의 핵심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지원도 포함됐다. EU 이사회는 중소기업이 해양 공급망과 기술 혁신의 핵심 축 이라며 전략적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ETS 수익 활용 검토…해운 규제 체계도 재조정
EU는 해운 탈탄소화를 위해 배출권거래제(ETS) 수익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U 이사회는 ETS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후 관련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설명했다. 선박 개조와 친환경 선대 전환, 대체연료 인프라 구축, 항만 에너지 설비, 해양 기술 개발 등이 주요 활용 분야로 거론된다.
규제 체계의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됐다. EU 이사회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도입될 경우 퓨얼EU 마리타임(FuelEU Maritime), 선박 연료사용 모니터링·보고·검증(MRV) 규정, 해운 ETS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전했다.
이는 동일한 배출량에 대해 중복 비용이 발생하거나 행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U는 해운 탈탄소 규제는 유지하되 글로벌 규범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