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중 미국 땅에서 월드컵 세 경기... 비자 신경전 [국제] 곡절 끝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길이 열린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그 동안 전지 훈련과 평가전을 치른 튀르키예 안탈리아 공항을 떠나 대회 거점이 차려진 멕시코 티후아나로 떠나기 전 비행기 앞에서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선수들만 일단 미국 입국 비자가 발급됐고 핵심 지원 인력 12명의 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모두 함께 떠나 티후아나에서 미국 비자를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2026.6.6 이란축구협회 공보실 제공 AFP 연합뉴스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출전을 위해 전지훈련 장소인 멕시코 티후아나 공항에 7일(현지시간) 새벽에 도착해 걸어나오고 있다. 2026.6.7 티후아나 AP 연합뉴스
미국과의 전쟁이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상태에서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막을 올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치르던 튀르키예를 전날 떠나 20시간 비행 끝에 7일 이른 새벽 대회 거점으로 삼을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5일 밤사이에 이란 대표선수들에게 미국 입국 비자가 발급됐다고 보도했다. 곡절 끝에 선수들의 본선 출전 길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선수단을 지원할 핵심 스태프들의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무더기로 막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 이란 매체들은 선수들과 달리 이란축구협회 사무총장과 대표팀 단장, 미디어 담당관 등 대표팀 운영의 핵심 인원 12명이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튀르키예 주재 이란대사관은 6일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은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의도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며 미국 정부의 조치를 강력히 규탄했다. 대사관 측은 선수 비자 발급만을 앞세운 미국 정부 특사의 발표를 정조준해 국가대표팀 운영에 필수적인 관리·행정 스태프와 기술 고문 등 상당수 대표단에 대한 비자가 거부된 사실은 왜 밝히지 않느냐 고 쏘아붙였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미 당국은 이란이 이 시스템을 악용해 거짓 명목으로 테러리스트를 미국에 몰래 들여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명목을 들이대 지원 인력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자가 막힌 이란 스태프들은 일단 우회 조치 를 취하기로 했다.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전지훈련과 친선 경기를 치른 튀르키예에서 대표팀과 함께 6일 출국해 미국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미국 비자를 재신청해 입국을 재시도할 계획이다.
11일 막을 올리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이란은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속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잉글우드에서 15일 뉴질랜드와 21일 벨기에, 26일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이집트와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때 이란의 월드컵 참가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우려했던 대회 불참 사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이 전쟁 중인 국가의 대표팀을 받아들인 월드컵 역사에 첫 번째 대회가 될 것이다. 이란은 전쟁 발발 거의 일 년 전인 지난해 3월 아시아 예선 조 1위를 차지하며 진출권을 확보했다.
다만 전쟁 여파와 외교 갈등 때문에 이란 대표팀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차릴 예정이었던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지난 달 말, 멕시코 티후아나로 전격 변경해 대회를 준비해 왔다.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는 비자 발급 조건에 따라 자국 선수단이 경기 당일 미국에 입국해 경기를 치른 뒤 그날로 티후아나 전지훈련 캠프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사관 성명은 미국의 발표를 화이트워싱 (불합리한 대목을 덮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제 이란 축구팀에 대한 고의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최고 수준으로 격화시켰다 고 덧붙였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대회 기간 이란 국가대표팀과 공식 대표단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어떤 제한이 적용될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BBC에 건넨 성명을 통해 월드컵 기간 미국 국민과 관중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굳건히 하고 있다 고 밝혔다. DHS는 또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전국 11개 개최 도시 부지를 확보하는 정부 전체의 접근 방식에 정교하게 관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번 주 초,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단에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인사들을 포함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란 대표팀의 여러 선수들이 혁명수비대에서 군 복무를 이행했다. 이란 대사관 관계자들은 월드컵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2020년의 모흐센 레자이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美 제재로 동결된 자산 전용하겠다는 계획인지는 불명확
이란, 동결자산 해제 요구…트럼프, 수용하면 정치적 역풍
미국 재무부가 이란 자산 을 걸프 지역 국가들의 피해 복구 및 재건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6일 보도했다. 이런 구상은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인 모흐센 레자이가 전날 미국 CNN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의 1000억 달러(약 156조 원) 규모 자산 중 최소 240억 달러(37조 4000억 원)를 해제해주는 것이 이란이 원하는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이라고 밝힌 직후 공개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우방국들에 입힌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관련 팀에 지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기습공격하기 시작한 이래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은 중동의 석유 인프라, 공업단지, 미군 시설 등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해왔으며, 4월 8일 휴전이 체결된 후에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당한 페르시아만 지역 미국 우방국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소재 미군 기지들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중 6발은 요격됐고 1발은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미 재무부가 언급한 이란 자산 이 미국 제재로 동결된 1000억 달러 규모 이란 자산이나 그 일부를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로이터는 미 재무부가 검토 중이라는 이란 자산 이 어떤 것인지 취재원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서 취재원이 쓴 언어로 보면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자산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FT 역시 백악관과 재무부에 문의한 결과 답변이 오지 않았으며, 특히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피해 복구에 미국이 사용하려고 하는 이란 자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위와 상관 없이 미국이 이란 자산 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점 자체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갈등이 추가되는 것이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지속되고 있는 위태로운 휴전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양측이 진행 중인 협상을 더욱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40억 달러 동결 해제 요구는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이지만, 미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관련해 충분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동결 자금을 해제하면 협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발효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이행하는 과정에 2016년에 이란이 17억 달러(2조 6500억 원)의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점을 맹렬히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 10배가 넘는 대규모 동결자금 해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전협상의 교착 속에 두 나라는 이번 주말에도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주고받았다. 미군은 이란이 발사한 드론을 격추한 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해안 레이더 기지들을 타격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