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페이지투미   페이지투미 플러스
페이지투미 홈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늘 세상의 파시즘을 고발하는 예술 너머의 예술

늘 세상의 파시즘을 고발하는 예술 너머의 예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앨런 쿠라스 감독의 ‘위대한’ 영화 에서 2차대전 전방의 여성 종군사진작가 리 밀러(케이트 윈슬렛)와 그의 남성 동료이자 기자인 데이비드 셔먼(앤디 샘버그)이 쓰는 카메라는 롤라이플렉스이다. 이 카메라는 필름 사이즈가 6x6cm 정사각형이라 독특한 앵글로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중형 카메라이다. 당시 종군기자들은 대체로 가벼운 라이카 카메라를 썼다. 아우슈비츠 시체더미 사진을 에 올린 패션 전문 사진기자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사용하는 장비로도 표현된다. 리 밀러와 데이비드 셔먼은 각각 패션지인 와 화보 중심의 보도 잡지인 를 위해 일한다. 그들, 특히 리 밀러는 종군 목적으로 사진을 배우거나 찍지 않았지만 결국 전쟁의 참화를 찍어 내기 시작한다. 이제는 리 밀러가 쓰는 사진 장비가 그녀를 바꾸기 시작한다. 그녀의 롤라이플렉스가 그녀를 패션의 아이콘에서 종군사진작가로 변모시킨다. 리 밀러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그녀가 목격하는 세상의 장면(사진)들이 이번엔 리 밀러 자신을 바꾼다. 바야흐로 그녀의 예술세계는 다른 차원으로 고양된다. 예술은 예술이고 세상은 세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우파 지식인들에게 이 영화 는 따귀를 때리듯 일갈한다. 예술은 실천이며 가장 실천적일 때에만이 예술가의 삶은 완성될 수 있다는 말을 던진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믿어라!’. 이 말은 리 밀러가 찍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시체 더미 사진을 자신들의 정기호에 내보낸 미국판 가 기사의 제목으로 쓴 말이다. 리 밀러의 이 사진 한 장은 2차대전의 역사, 그 기록이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지를 보여 준, 그야말로 웅장한 역사의 중심이었다. 의 원제는 그냥 이다. 국내 개봉 과정에서 부제까지 다소 장황하게 붙은 이유는 리 밀러란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때로 특정한 예술가를 발굴하고 숨겨진 역사를 들춰냄으로써 보는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개안(開眼)하게 만든다. 이 영화로 사람들은 눈을 뜰 것이다. 역사는 때론 한 명의 위인이 바꾸고 세상은 때론 한 편의 영화가 바꾼다. 전쟁의 참상, 파시즘의 악마성 찍은 예술 너머의 예술 전기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서사 구조는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 영화 속 현재인 1977년 영국 팔리의 농가주택과 영화 속 과거인 1938년 프랑스 무쟁에서 거주했던 시기, 1940년 이후 프랑스 생말로 전투와 종전 직전의 독일 폴란드 국경까지, 종횡무진 시공간을 오간다. 전체 서사의 프라임은 앤서니(조쉬 오코너)라는 전기 작가가 리 밀러를 인터뷰하고 중간중간 그녀의 기억이 플래시백으로 이어지게끔 구성했다. 영화의 시작은 생말로 전투에서 리 밀러가 포탄을 피해 참호로 뛰어들고 잘린 다리(장화만 남은)를 찍으려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과거 회상이 이어지는데 이 생말로 전투씬은 영화가 시작된 후 40분쯤 후에 한 번 더 반복된다. 그 40분간, 감독 앨런 쿠라스는 리 밀러가 어떤 여자였는지를 보여주되, 요란하지 않게 세세한 설명은 축약한 채 녹여낸다.   리 밀러는 1907년 태생이고 1914~1918년의 1차 대전을 겪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 대체로 그렇듯이 다다이즘에 경도됐던, 술과 섹스와 사랑을 즐겼던 인물이다. 그녀는 한 곳, 한 남자에 머문 적이 없었지만 그건 도피가 아니라 의도된 회피였을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예술가들이 모여 전쟁보다는 퇴폐를 꿈꿨던 시절. 만 레이가 있었고 피카소가 있었으며 루이스 브뉘엘과 헤밍웨이가 있었던 때이다. 이들 곁에는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걸출한 예술 애호가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할 만큼 예술과 사회정치적 실천을 동일체로 생각했던 인물들이다. 리 밀러는 그 영향을 받았으며, 이 영화가 그녀를 만 레이의 뮤즈, 만인의 연인으로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만 레이는 나오지도 않는다) 곧바로 종군기자 캐릭터로 보여주는 것은 그 같은 그녀의 ‘과거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데 그건 연출상 매우 잘한 선택이다. 앨런 쿠라스가 리 밀러의 삶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전쟁의 참상이며 파시즘의 악마성이고, 그 안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무수한 비극들(강간과 폭행, 심지어 어쩔 수 없는 부역의 화간까지)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예술은 그 참혹한 장면들을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기록해 내고 또 그려내야 하는지를 얘기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면 비극마저도 ‘예술적’으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건 예술이 오로지 예술로만 존재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리 밀러가 히틀러의 저택에서 그가 사용했던 욕조에서 벌거벗고 목욕을 한 것은 자신의 사진예술이 끝내 파시스트를 이겨낼 수 있음을, 그것을 희화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진은 수치와 극복 사이에 있는 예술이었다 리 밀러의 오랜 연인인 롤런드 펜로즈(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전쟁이 끝나가고 파리를 되찾았을 때 그녀를 찾아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당신은 이제 내가 돌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롤런드가 미처 몰랐던 것은 리 밀러가 달라졌다는 것이며 그녀가 자신이 찍고 또 찍은 현실의 모습을 통해 예술가로서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자각했다는 점이다. 리 밀러는 전장에서도 여자라서 출입금지 구역이 많고 숱하게 차별받는다. 그럴 때마다 같은 여성들(보급기 조종사나 간호사)은 그녀에게 말한다. 당신 사진을 보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간호사는 대뜸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여기서 아마도 ‘우리’는 차별받는 여성, 전쟁으로 고통받는 인간 모두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영화 는 페미니즘과 이 이즘이 가져야 할 보편성에 대해서 역설한다. 리 밀러가 목격한 것은 수치심이다. 그녀는 말한다. 그것은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거야.” 인간은 수치를 겪으면서 정신이 파괴된다. 강간과 윤간을 당한 여자들, 고문을 당한 사람들, 빵 한 조각 때문에 바닥을 기거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친구를 배신해야만 했던 사람들은 정신이 파괴된다. 그 수치심을 극복해야만 사람의 삶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사회도 나아갈 수가 있다. 수치와 극복 사이에 있는 것이 예술이고 예술가들이다. 리 밀러와 그녀의 사진이 그랬음을 영화는 보여 주려 애쓴다.   지금 다시 히틀러가 스멀스멀 등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실존 인물들이 거의 흡사한 모습 그대로, 싱크로율 백 퍼센트로 분장해 등장하고 있는 것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리 밀러와 영국 보그지 편집장 오드리 위더스, 데이비드 E. 셔먼은 과거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이건 테크놀로지 덕이 아니라 진정성의 힘 때문이다. 케이트 윈슬렛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녀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도 맡았다. 감독인 앨런 쿠라스와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왜 리 밀러의 삶을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현재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나치의 시대, 파시즘의 시대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전기 작가 앤서니는 리 밀러에게 묻는다. 왜 그런 일을 가만히 놔뒀나요?” 리가 말한다. 모든 게 서서히 진행됐으니까. 그럴 줄(히틀러가 권력을 잡을 줄) 몰랐으니까.” 앨런 쿠라스와 케이트 윈슬렛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일 것이다. 미국의 나치화, 유럽의 파시즘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줄 사람들이 몰랐다는 것, 바로 그러한 정치적 자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음미해야 할 대목이며 새겨들어야 할 과거 역사이다. 영화 는 9월 24일 전국 개봉된다. 민들레 독자들에게는 최적화된 영화이다. 많은 관람이 요구되는 바이다.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5.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