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7개 주 캘리포니아가 전국 포장재 기준 강요 …집단 소송 [뉴스] 캘리포니아 SB54는 생산자에게 포장재 감축과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는 EPR 제도다. / 출처=캘리포니아 재활용·자원회수국(CalRecycle)
미국 공화당 주정부들이 캘리포니아의 포장재 규제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에너지·환경 전문매체 E&E 뉴스는 23일(현지시각) 네브래스카주를 포함한 17개 주 검찰총장이 캘리포니아의 포장재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법률인 SB54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 결과가 전국 단위 제품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개 주 캘리포니아가 전국 포장재 기준 강요
소송 대상은 2022년 제정된 캘리포니아주 SB54다. 캘리포니아는 203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와 식품용기를 25% 줄이고 재활용률을 65%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생산자에게 포장재 감축과 재활용 의무를 부과했다.
원고 측은 환경 목표 자체보다 규제의 파급력을 문제 삼고 있다. 소장에는 SB54가 전국 기업의 제품 설계와 사업 모델, 물류 체계에 막대한 변화를 강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브래스카주 마이크 힐저스 검찰총장은 캘리포니아가 전국 정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고 주장했다.
소송에는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 16개 주가 추가로 참여했다. 기업 측에서는 전미도매유통협회(NAW)가 유일한 민간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최대 소비시장인 캘리포니아의 규제가 사실상 전국 단위 제품 설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고들은 이를 근거로 SB54가 헌법상 주간 상거래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주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 기업의 사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캘리포니아가 생산자책임기구인 서큘러 액션 얼라이언스(CAA)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고도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의 상당 부분은 CAA의 역할과 권한에 집중돼 있다.
5년 비용만 26조원 전망…CAA 권한도 도마 위
원고 측은 캘리포니아가 EPR 제도의 핵심 기능을 민간 조직에 넘기면서 사실상 공적 권한을 위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생산자책임기구(PRO)인 서큘러 액션 얼라이언스(CAA)가 있다. CAA는 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조직으로 생산자 등록과 데이터 수집, 수수료 징수, 재활용 투자 집행 등 EPR 제도의 실무 운영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CAA를 통해 제도를 집행하고, 주 정부 기관인 캘리사이클이 이를 감독하는 구조다.
원고 측은 이 과정에서 CAA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부담할 비용을 사실상 CAA가 산정하는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전미도매유통협회(NAW)는 기업들은 부과된 비용에 대해 법원에서 다툴 수 없고 CAA가 운영하는 중재 절차에 의존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비용 규모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CAA는 최근 공개한 프로그램 초안에서 2027년 프로그램 비용이 최대 18억7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5년 누적 비용은 최대 172억달러(약 26조원) 규모로 전망했다. 해당 비용은 생산자들이 분담금 형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기업들의 관심이 비용 규모에 쏠리는 이유다.
전미도매유통협회는 오리건주의 포장재 EPR 제도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 일부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예비적 금지명령을 받아냈다. 오리건 사건은 다음 달 본안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캘리포니아 소송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도 소송 제기… 규제가 오히려 약해졌다
SB54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기업과 주정부의 반발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환경단체들이 정반대 이유로 법원 문을 두드렸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오세아나(Oceana), 캘리포니아 환경폐기물재단은 이달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SB54의 목표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올해 5월 확정된 시행 규정이 플라스틱 감축과 재활용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시행 과정에서 예외 조항과 완화 규정이 추가되면서 당초 법이 의도한 플라스틱 감축 효과가 약해졌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반발하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규제가 약해졌다고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CAA는 소송과 관계없이 제도 시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라린 우르비나 CAA 대변인은 주 법률과 규제 감독에 따라 SB54 이행을 계속할 것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