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증거는 술 파티 가리켰으나… 법무부 직무유기 [뉴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사실 술 파티 위증 혐의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6.16.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어 술파티 위증 혐의로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 전 부지사는 지금까지 위증한 적이 없다 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왔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과 증언도 다수 존재한다.
다시금 짚어 보면, 술파티 의혹 당일인 2023년 5월 17일 오전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은 수원구치소로 면회 온 회사 임직원에게 오늘 내가 이화영과 대질해서 끝장을 본다.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야 편한데, 페트병에 담아 물처럼 꾸며 준비해 와라. 내가 검사에게 이미 말했다 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까지 제시됐다. 실제 박상웅 전 이사 명의의 쌍방울 법인카드로 이날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소주 4병, 생수 3통을 구매한 결제 내역도 확인된 바 있다.
이날 저녁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에서 이뤄진 저녁 자리에 박 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박상웅 전 이사가 참석했다는 교도관들 진술도 있으며, 이날 밤 수원구치소로 복귀한 이 전 부지사가 술 한잔해서 기분 좋다. 안주로 회를 먹었다 고 말했다는 동료 재소자의 증언도 공개된 상태다. 심지어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가 실시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술파티 진술은 진실 로 판정됐다. 김 전 회장과 박 전 이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의 국회증언감정법(위증)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배심원 평결이 팽팽히 갈린 끝에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나온 결과를 존중했기 때문인데, 만약 술자리가 있었다 고 결론 낸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의 감찰 기록이 제공됐다면 평결 자체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법원으로부터 문서제출명령까지 받았는데도 서울고검 측은 수사 자료 제출을 끝내 거부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으로서는 통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4.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광민 변호사는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고검은 술 반입이 맞다 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수사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판부가 수사 자료를 제출하라 명령했음에도 거부했다 면서 결국 무죄를 밝혀줄 핵심 증거가 통째로 누락된 채 억울한 유죄 판결이 나고 말았다. 수원지검 식구들이 다칠까 봐 재판부의 명령까지 묵살하며 진실을 덮어버린 소름 돋는 제 식구 감싸기 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이렇게나 무섭다 고 개탄했다.
이어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거짓말 탐지기, 편의점 영수증, 동료 재소자 증언 등 객관적 증거가 모두 술 파티를 지목했음에도 유죄가 나온 것 이라며 이런 검찰에게 계속 우리의 정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 라고 했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역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김현철 변호사는 애초에 이 사건 기소 자체가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소는 피고인 이화영이 2024년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소추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3년 5월 17일 수원지방검찰청 1313호실에서 술을 제공받았다 고 허위로 진술해 위증했다 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는 전체 40여 분간의 진술에서 ①공범 분리 규정 위반 ②진술 회유와 압박 ③진술 세미나 ④김성태에 대한 지나친 특혜 ⑤외부 음식물 반입을 고발했고, 그중 다섯 번째 외부 음식물 중의 하나로 술이 들어왔다 고 약 1분간 언급했다. 그 뒤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교도관들의 진술로 위 다섯 가지 사항이 모두 증명됐고, 다만 술 은 생수병에 담겨 있었던 탓에 교도관들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증죄의 허위 진술 판단에 관해 대법원은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 절차에 있어서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 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86도2584). 만약 검찰이 위 진술 전체를 위증죄로 기소했다면, 외부 음식물 중 술 하나가 불분명한 것만으로 위증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화영의 다섯 가지 고발 가운데 술 하나만을 떼어내 위증죄로 기소했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다섯 가지 고발을 했고, 술 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증명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서 기소된 술 에 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재판부의 그러한 태도 자체는 비난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형사소송법이 기소독점주의 를 채택하고 있어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한 것만 판단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술이 없었다 고 진술한 증인들, 즉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박상웅 전 이사 등은 박상용 검사의 위법행위를 덮어줘야 할 공동의 이익이 있음에도 배심원단의 평의 과정에서 그 점이 제외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위험은 사실 판단의 문제 에 있었다. 이 사건 위증죄 기소에 대한 형사소송법의 원칙상 술을 제공받지 않았다 라는 사실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유죄에 대한 입증 책임은 당연히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술 반입 사실 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검사가 술 미반입 사실 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혐의 사실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주체는 박상용 검사가 아니라 피고인인 이화영과 그 변호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8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종합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28. 연합뉴스
김현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은 뒤 이 사건 기소에서 유죄는 오직 술이 없었다 고 확신할 때만 해당하고, 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판단은 무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재판 중간에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배심원단은) 술 반입이 입증됐는가, 그렇지 않은가 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며 진술 전체에서 아주 작은 파편을 떼어내 기소한 검찰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고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결국 이화영이 박상용 검사의 여러 위법 사실을 고발했음에도 그중 술 하나만을 떼어내고, 사실상 이화영에게 술 반입 사실 을 증명하게 한 기소 자체가 문제였다. 법무부가 조기에 이런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서울고검 TF가 검찰청에 술이 반입됐다 라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했고, 이를 기초로 법무부가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권한 범위 내에서 이런 처분을 행할 수 있음에도 민간인인 이화영이 검사의 위법 사실을 증명하도록 떠넘겼고, 술 반입 사실 을 증명하지 못한 꼴이 된 이화영은 징역 4월의 위증죄 처벌을 받게 됐다.
김 변호사는 이는 법무부의 직무유기이며, 이런 법무부의 부작위는 검사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한 이화영에게 다시 2차 가해 를 자행한 것과 마찬가지 라면서 법무부는 자신의 권한으로 처분을 내릴 수 있음에도 지나친 보신주의와 우유부단함으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서울고검 TF는 변호인단이 요청한 수사 자료 문서송부촉탁도 거절했다 며 이제 법무부가 박상용을 징계할 수 있을까? 개가 날개를 달았다. 박상용 연어 술파티도 증명 못 하는데 어떻게 조작 기소를 증명할 건가?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수사도 저희 변호인들에게 떠넘길 건가? 라고 따져 물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