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본 경력 단절, 차별일까?…美 법원, AI 채용 소송 본격 심리 [채용] 미국 법원이 AI 채용 소프트웨어 업체의 차별 책임 가능성을 인정하며 소송을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 / 출처 = Unsplash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도 채용 AI에 대한 법적 책임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 리타 린 판사가 인공지능(AI) 기반 인사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데이의 소송 기각 신청을 재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워크데이는 자사 채용 알고리즘이 장애인과 고령자, 여성 등 특정 지원자를 차별적으로 걸러냈다는 집단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도구일 뿐 안 통했다…공급사 책임론 시험대
이번 소송의 핵심은 채용 AI를 만든 업체도 차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다.
워크데이는 그동안 최종 채용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고객사이며, 자사는 소프트웨어만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워크데이가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이뤄진 행위에 관여했다면, 다른 주나 해외 지원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도 캘리포니아 차별금지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단은 워크데이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AI 공급사를 고용주의 대리인(agent) 으로 볼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SAP 석세스팩터스, 오라클 HCM, 에잇폴드AI 등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사 솔루션 업체들도 같은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 2월 워크데이 플랫폼을 통해 2020년 9월 이후 채용에 지원한 40세 이상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참여 공지를 허용했다.
경력 공백은 정보인가, 감점 요소인가…법원, AI 선별 기준 들여다본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주목한 또 다른 쟁점은 장애인 차별 여부다.
원고 측은 워크데이의 AI가 암 치료나 정신건강 문제, 육아 등으로 발생한 경력 공백을 채용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워크데이는 장애 여부나 건강 상태 같은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해당 청구 역시 기각하지 않았다.
특히 법원은 경력 공백이 장애나 질병을 추정할 수 있는 대리 지표(proxy) 로 작용할 수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본안 심리 대상으로 남겨뒀다. 원고 측은 AI가 경력 공백을 단순히 정리해 보여준 수준이 아니라 지원자 평가와 선별 과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겉으로는 중립적인 기준이라도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초래했다면 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차별금지법의 기본 원칙이다.
EU는 법으로, 미국은 소송으로…채용 AI 규제 확산
이번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규제 흐름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채용과 승진, 인사 평가에 활용되는 AI를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데이터 품질 관리와 위험 평가, 기록 보관 등 추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채용 AI를 단순 업무 지원 도구가 아닌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AI 가이드라인을 철회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2025년 10월부터 자동화의사결정시스템을 활용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 중이고, 일리노이도 2020년부터 AI를 활용한 채용 차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유럽은 입법으로, 미국은 법원 판결과 주정부 규제로 채용 AI에 대한 책임 기준을 구체화하는 흐름이다.
국제 로펌 노턴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는 이번 사건을 채용 AI 활용에 대한 첫 번째 법적 도전인 동시에, 법원이 향후 AI 관련 소송을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예고편 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