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ESG적 생각】 토론토의 ESG 보고서 발간이 말하는 것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북미 지역에서 인구 기준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인 캐나다의 토론토. 토론토의 경제는 캐나다 전체 GDP의 9%, 온타리오주 전체 GDP의 23%를 차지(2021년 기준)할 정도로 캐나다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한다.
인디언 말로 ‘만남의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 이 매력적인 도시는 매년 ESG 보고서를 발간한다. 상장 기업도 아니고 금융사도 아닌데, 지자체 차원에서 ESG 성과를 담은 정제된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다. 2021년 첫 발간 이후 지금까지 총 3개의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IR 기능을 수행하는 글로벌 도시의 세 번째 ESG 보고서
이 보고서는 토론토시가 전략적 우선순위, 지속가능금융 및 사회경제적 성과 전반에 걸쳐 ESG 관련 기회와 위험에 어떻게 집중하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캐나다의 공공영역(public sector) 내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다.
2021년 최초 보고서 발간 당시 토론토 시장 존 토리(John Tor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론토와 같은 글로벌 도시는 기후 행동에 대한 우리의 노력에 책임을 져야(accountable) 하며, 모두를 위한 사회적 성과를 개선하고 강력한 거버넌스 관행을 선도해야 한다.”
이 연례 ESG 보고서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토론토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시금융(City Finance) 페이지의 IR(Investor Relations) 메뉴에 속해 있다. 토론토의 ESG 보고서가 여타 민간기업의 경우처럼 IR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적이 흥미롭다.
보고서의 구성은 대기업이나 금융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고재무책임자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보고서의 범위 및 프레임워크 등을 다룬다. 이어서 토론토시 자체에 대한 정보를 갈무리하고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로 나눠 시의 우선순위와 성과를 보여준다. ‘시’를 ‘기업’으로 바꾸면, 우리가 흔히 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골격과 흡사하다.
도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
토론토시가 공개한 ESG 보고서는 도시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향한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약속의 일환이자 문서화된 결과물이다. 이 대목에서 지자체의 ESG 보고서 발간이 갖는 또 다른 의미를 간취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라는 말을 분별없이 쓰는 경향이 있는데,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26000에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조직의 의사결정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individual or group that has an interest in any decision or activity of an organization)’로 규정한다.
지자체도 하나의 조직일 터이다. 토론토시의 ‘의사결정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가 얼마나 많겠는가. 지역 주민(잠재적 거주자 포함), 기업, 언론, 투자자, 직원, 공급업체, 인근 지자체, 규제기관, 학교, 시민단체 등 폭넓은 대상과 집단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일반 민간기업이나 금융사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할 때 보통 앞 단계에서 이해관계자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중대성 이슈 도출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ESG 공시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층위의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직의 ESG 성과와 향후 과제를 설명하는 것에서 공공이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자체뿐 아니라 공기업,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지자체의 ESG 보고서 발간이 ‘이례적’이지만, 앞으로는 분명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해관계자와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그 중요성은 민·관을 가리지 않고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든 기초지자체든 도시 차원에서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곳이 늘어나길 바란다. 도시의 ESG 행정 측면에서든, 그 도시 자체의 브랜딩 측면에서든, 정책의 연속성 및 효과성 측면에서든, IR 측면에서든 유익한 점이 많을 것이다. 새해에는 지자체 간의 경쟁이 이런 맥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길 희원한다.
☞ 김민석 팀장은
김민석 팀장(listen-listen@nate.com)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재직 중이다. 브랜드전략팀 팀장과 ESG LAB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행정학·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필명으로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외부 전문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