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자라·라코스테...70개 패션업계, 순환경제 살릴 세제 개편 요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패션·섬유 기업과 단체 69곳이 의류 재판매(리세일)와 수선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H&M 그룹, 라코스테, 프라이마크(Primark), 리포메이션(Reformation) 등 의류 제조사와 중고 플랫폼 쓰레드업(ThredUp), 빈티드(Vinted)가 참여했다. 자라 모기업 인디텍스(Inditex),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잘란도(Zalando), 엣시(Etsy) 등 거의 70곳이 미국·캐나다·EU에 정책 변경을 촉구하며 뭉쳤다.
이 성명을 주도한 곳은 순환경제 분야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엘렌 맥아더 재단이다. 재단은 자발적 기업 행동만으로는 산업을 순환경제 방향으로 이끌기에 충분치 않다고 봤다. 재단은 현재 경제 시스템은 기존 의류를 수선하거나 되파는 것보다 새 옷을 생산하는 쪽이 더 수익성 높게 설계돼 있다 고 지적했다.
글로벌 패션·섬유 기업과 단체 69곳이 의류 재판매(리세일)와 수선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알렌 맥아더 재단
핵심 요구는 세 가지… 세금·인건비·생산자책임
이번 공동성명에서 담은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세금 인하다. EU에서 재판매 제품과 수선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VAT)를 낮추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재판매 제품 및 수선 서비스에 대한 판매세 부담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둘째는 노동비 부담 완화다. 재판매와 수선은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재판매·수선 일자리에 연계된 노동세를 낮추고 세액공제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다. 셋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해 수거 및 분류 인프라 구축자금으로 쓰자는 것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1차 생산자에게 추가 비용을 매겨 재판매와 수선을 상대적으로 장려하는 효과를 낸다.
엘렌 맥아더 재단은 별도 신규 보고서 새로운 손익분기점(The New Bottom Line) 을 내고, 이 3가지를 동시에 적용하면 효과가 상당하다고 추정했다. 표적화된 정책 변경으로 재판매의 매출총이익률을 최대 55%, 수선을 최대 4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로 보면, 유럽이 23%, 미국·캐나다가 12% 늘어나는 수치다. 모델은 EU 부가세를 6%로 낮추고, 품목당 약 0.29달러(약 400원)의 가상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수수료 일부를 재판매·수선 지원에 배정하는 방식을 가정했다. 이는 EPR 자금으로 고객의 개별 수선비를 보조하는 프랑스의 수선 보너스(repair bonus) 제도를 본뜬 것이다.
옷 100벌 손질이 한 벌의 100배 … 순환모델의 구조적 불리함
중고 의류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 쓰레드업의 2026년 재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중고 시장은 13% 성장했고, 전 세계 의류 지출의 10%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3930억달러(약 589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수선 시장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비영리단체 서큘러 패션 페더레이션(Circular Fashion Federation)의 2025년 보고서는 유럽 의류 수선 시장이 2024년 27억유로(약 4조5000억원), 2030년 37억유로(약 6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장률과 수익성은 다르다. 보고서는 생산량을 늘리면 신제품 단위당 비용은 내려가지만 중고는 정반대라며, 100벌의 중고 의류를 분류·세척·수리하는 데 드는 노력은 한 벌 작업의 100배 라고 표현했다. 새 옷은 대량생산으로 단위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중고 의류는 상품 상태가 제각각이라 표준화가 어렵고, 수거·분류·검수·세탁·수선·물류 비용이 발생한다. 수선도 자동화가 어렵고 인건비 비중이 높다.
전문매체 ESG 다이브는 유럽 소매업체 추정 기준으로 재판매 상품 비용의 약 35%, 수선 상품 비용의 약 50%가 노동비 라고 전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려는 가격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순환경제는 좋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리하다”고 정부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엘렌 맥아더 재단의 패션 리모델(Fashion ReModel) 프로젝트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3개 브랜드와 협력해 3년간 옷을 새로 만들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사업으로, 첫해 참여사들의 재판매·렌탈·수선·리메이킹 매출이 나머지 사업보다 4배 빠르게 성장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4조원에서 2025년 약 43조원 규모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전 카테고리 기준). 이 가운데 패션 부문은 약 5조 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으며, 연 30%대 성장세다.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C2C 플랫폼에 더해 무신사가 2025년 8월 무신사 유즈드 를 정식 론칭했고, 롯데백화점(그린 리워드)과 현대백화점(바이백)도 리세일 전문 스타트업 마들렌 메모리 를 통해 중고 의류를 수거하고 자사 포인트로 보상하는 리커머스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