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이겨내고 기꺼이 나아간 발걸음, 선뜻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선뜻
그림 속, 붉게 타오르는 횃불 뒤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 스스로 일어난 의병들의 당찬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적셔옵니다. 여느 때에는 흙을 만지던 농부의 손, 글을 읽던 선비의 고운 손, 장사를 하던 이웃들의 소박한 손들이 이제는 횃불과 창을 단단히 쥐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여러 빛깔 구름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색감이 어우러져, 두려움을 이겨낸 우리 겨레의 뜨거운 얼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비록 무기는 거칠고 투박할지라도, 맞은 쪽을 바라보는 그들의 맑고 단단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나라를 지키는 일에 내가 어찌 머뭇거리겠는가 하는 굳센 다짐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만 같습니다.
마음에 망설임 없이 기꺼이 행동하는 선뜻
오늘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스스로 일어나 목숨 바쳐 싸운 의병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의병의 날 입니다. 대구 달서구에서는 의병장 우배선 장군을 기리며 활쏘기와 전통 예식을 재현하고, 충북 제천에서는 뜻깊은 국가기념행사가 열린다는 반가운 기별이 들려오네요. 나라를 위해 삶의 자리를 내려놓았던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오늘 우리의 마음속에 품어볼 고운 토박이말은 선뜻 입니다.
우리의 말집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동작이 빠르고 시원스러운 모양. ‘산뜻’보다 큰 느낌을 준다. 라고 풀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나서는 모양 이라고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나날살이 속에서 선뜻 나서다 라거나 마음이 선뜻 내키다 라는 말로 자주 부려 쓰는 말이지요. 이 말에는 등 떠밀려 억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시원스럽게 마음을 내어놓는 주도적이고 아름다운 결이 담겨 있습니다.
망설임을 넘어선 당신의 선뜻 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빛입니다
그림 속 의병들은 원래 싸움을 하던 싸울아비(군인)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농사를 짓고, 글을 읽고, 장사를 하던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었지요. 목숨이 위태로운 줄 몰라서, 혹은 두렵지 않아서 앞장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내 이웃과 가족을 위해 자기가 가진 소중한 하루를 잠시 접어두고 머뭇거림 없이 일어섰던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 곁에도 이러한 의병의 마음을 이어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우리 겨레의 숨결이 담긴 토박이말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 삶 속에서 마음껏 즐기거나 부려 쓰는 토박이말 누리기 운동에 앞장서시는 분들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외롭고 낯설 때도 있지만, 우리 얼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토박이말바라기 에 선뜻 함께해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는 그 귀한 손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소중한 의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거창하게 나라를 구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고민하곤 합니다. 지친 동료에게 따뜻한 마실거리 한 잔을 건넬 때, 길을 잃은 이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때, 혹은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려 시간을 낼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작은 망설임들이 찾아오지요.
하지만 그 두려움과 번거로움을 누르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당신의 그 선뜻한 마음이야말로, 오늘날 지친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가장 위대한 의병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를 대단치 않게 여겨왔다면,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세요. 당신이 망설임 없이 내밀었던 그 다정한 손길 한 자락이, 어쩌면 누군가의 무너지던 하루를 단단하게 지켜준 소중한 기적이었을 테니까요.
[마음 나누기]
내가 뻔히 아는 말이라서, 혹은 이제껏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해 안 쓰던 말이라서 저마다 공감과 공유를 망설이는 까닭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토박이말바라기 모람(회원)이 되어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추천 이나 좋아요 를 누르고 둘레 사람들에게 글을 공유하거나 다정한 댓글을 다는 것 또한 우리 토박이말을 지키는 굳센 의병의 힘이 됩니다. 그림 속 의병들처럼 누군가를 돕거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참 잘 나섰다 라고 느꼈던 여러분만의 선뜻 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소중한 마음을 나누어 주세요.
[한 줄 생각]
나라가 어려울 때 선뜻 나선 사람들의 마음이 오늘의 우리를 지켜 주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선뜻
뜻: 동작이나 마음이 시원스럽고 빠른 모양, 산뜻 보다 큰 느낌을 줌
보기: 우리 토박이말을 살리자는 뜻깊은 운동에 많은 이들이 선뜻 힘과 슬기를 보태주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