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유족DL이앤씨 사고 무마에 급급”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4일 오전 10시, DL이앤씨 서대문 본사 앞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쳥 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발족,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 사진 권해솜 기자.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중대재해서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에서 7번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고, 희생자는 모두 하청 노동자거나 이주노동자,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들에게 DL이앤씨 공사장은 죽임의 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8월 DL이앤씨의 부산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고(故) 강보경씨 유족이 거리에 나섰다. 7~8월에만 3명이 사망했음에도 회사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들은 시민단체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DL이앤씨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는 한편 정부에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4일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 서대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시민대책위원회는 강씨의 유족을 중심으로 김용균재단,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8개 관련 단체가 함께 한다. 대책위는 DL이앤씨에서 유독 산업재해가 잦았던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거의 모든 재래형의 산재사망사고를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산업역군이라며 칭송하던 그 산업의 현장이 사실은 죽임의 현장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DL이앤씨가 7번째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표는 장례식장에 얼굴 한번 비추지 않은 건 물론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었다. 건설사의 안하무인적 태도가 놀랍기만 하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사고 장소를 은폐하고 사고를 무마하는데 전력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강씨의 누나인 강지선씨도 사고 수습 과정에서 DL이앤씨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선씨에 따르면, 사망 다음날 현장을 찾은 유족의 출입을 제지했다. 사고 정황을 파악하고자 함께 조를 이뤘던 다른 2명의 동료 연락처를 요청했을 때에도 거부했다는 게 지선씨의 주장이다.
지선씨는 가장 큰 문제로 미숙련 일용직 노동자를 위험작업에 투입하고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숨진 강씨는 대학원 학비를 벌기 위해 부산 아파트 6층에서 창호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강씨가 창호 보수작어베 투입된 첫날 벌어진 사고였다. DL이앤씨 건설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6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상황, 그러나 안전장치는 미흡했다. 지선씨는 “사고 장소에는 안전벨트를 걸 고리나 안전망이 없었다”며 “고 전했다.
현장 안전관리 허점을 감추려 한 정황도 의심된다고 했다. 지선씨는 “근로계약서 또한 위조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안전보건교육 8시간 인수증 사본을 확인할 수 없었고, 대부분 한자로 서명을 했던 고인의 습관과 달리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에서다.
사고 초기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맥박이 뛰고 있었다”는 현장 관리자의 진술이 있었지만, 구급차가 도착을 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 강씨가 숨을 거둔 것으로 유족들은 판단하고 있다.
대책위는 DL이앤씨 현장을 보면 강씨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창호 설치를 했다가 마지막에 다시 하자보수를 했기 때문에 내부 벽지와 바닥에 흠집이 날까 안전대 걸이를 설치하지 않았다”면서 “고소 작업대 혹은 스카이 장비도 사용하지 않아 추락을 방지할 수 없었다. 건설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준공을 앞둔 아파트의 품질만은 생각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하청 일용직 노동자인 강씨에게 안전교육도 안전장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일용직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건설 현장에서 죽음은 예견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늑장수사와 늑장기소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29일 DL이앤씨 소속 79개 시공현장에 대한 일제감독을 실시, 61개 현장에서 20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하지만 지금껏 DL이앤씨에 대한 기소를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DL이앤씨에 대한 엄정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회사 역시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