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인허가 속도전…청정수질법 401조 손질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정부의 에너지 프로젝트 차단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 개편에 착수했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주정부가 수질 보호를 명분으로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막아온 관행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칙을 추진하고 있다.
청정수질법 401조 손질…주정부의 ‘에너지 제동권’ 축소
청정수질법 401조는 주정부와 부족 정부가 연방 인허가 사업이 자국 수역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 승인 또는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동안 일부 주는 이 권한을 근거로 파이프라인이나 석탄 수출 시설 등 에너지 프로젝트를 차단해 왔다.
EPA가 제안한 새 규칙은 이 같은 주정부의 개입 범위를 대폭 좁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석유·가스 파이프라인과 석탄 수출 터미널 등 수역을 통과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주정부와 부족 정부의 검토 대상을 ‘직접적인 수질 영향’으로 한정하고, 대기오염·교통 문제·기후 목표 등은 판단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연방 허가 신청에 대해서는 최대 1년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추가 자료 요구로 심사가 장기화되는 관행도 제한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정부가 수질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 에너지 사업을 지연·차단해 왔다고 보고 있다. EPA 수질국을 총괄하는 제스 크레이머는 청정수질법이 수질 보호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워싱턴주는 2017년 컬럼비아강 인근에서 추진되던 석탄 수출 터미널을 수질·대기오염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고, 뉴욕주는 2020년 펜실베이니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수질 영향과 기후 목표 훼손을 이유로 거부했다.
크레이머는 새 규칙이 주와 부족 정부가 사전에 요구 정보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해, 사업자가 신청서를 철회했다가 다시 제출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칙이 검토 범위를 과도하게 넓혔다고도 평가했다.
청정수질법 401조 적용 범위가 정권 변화에 따라 확대·축소를 반복해온 흐름.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의해 2020년에 한 차례 수정됐으나, 무효 판결을 받아 1971년 규정으로 되돌아갔고, 항소를 통해 2020년 규정을 복원했으나, 바이든 정부에 의해 다시 뒤집힌 배경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EPA 규정 소개 PPT자료
AI·전력 수요 명분 속 환경·주 권한 논란 재점화
EPA는 이번 규제 개편이 에너지 산업 전반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신산업 인프라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스 크레이머는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허가 절차가 미국의 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고, 신흥 AI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수질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리버스의 대변인 호크 해머는 환경 규제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며, 과거 오염 규제가 느슨했던 시기의 환경 피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미야생동물연맹의 법률 담당 이사 짐 머피도 이번 조치가 깨끗한 물 보호와 주 권한 강화를 약속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어긋난다며, 주와 부족 정부의 권한 약화와 식수 안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가스 산업계는 주정부가 청정수질법을 사실상 국가 에너지 정책을 좌우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고 주장한다. 미국가스협회의 카렌 하버트 회장은 파이프라인 건설보다 허가 절차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정수질법 401조의 적용 범위는 정권 교체 때마다 확대와 축소를 반복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주정부의 검토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규칙을 확정했지만, 연방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후 연방대법원이 항소 심리 기간 동안 해당 규칙을 한시적으로 복원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이를 다시 뒤집어 주정부 권한을 강화했다.
이번 규제안은 사실상 트럼프 1기 시절 규칙을 재도입하는 내용이다. EPA는 3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 봄까지 최종 규칙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