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체감 경기전망 악화되면서 예금 잔액 줄어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산업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제조업 지수도 상승 국면에서 하락 전환했다.
전반적인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고금리까지 겹쳐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 간다. 이에 기업들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금융권 차입보다는 내부 유보금 활용을 우선하고 있다. 기업의 은행 예금 잔액이 19년 만에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p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9월(64)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0∼12월 70을 유지했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달 조사는 지난 5∼14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305개 기업(제조업 1815개·비제조업 1490개)이 설문에 답했다.
업종별 BSI는 가전제품·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전자부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7p) 업종의 지수가 하락했다. 수익성이 나빠진 의료·정밀기기(-13p)와 석유정제·코크스(-7p)의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2월 제조업 업황 BSI도 전월보다 1p 내린 70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8월 67까지 떨어진 이후 상승세를 보이다가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제조업 업황 BSI를 기업 규모·형태별로 보면 대기업(-2p)과 중소기업(-1p), 내수기업(-3p)이 하락했고, 수출기업(+2p)은 올랐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좋았으나, 내수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BSI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2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67로 전월과 같았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7p)이 부진했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인한 자금조달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된 영향이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5p)은 수요 증가로 체감 경기가 개선됐으며, 운수창고업(+2p)도 해운업 업황이 좋아지면서 지수가 상승했다.
예금은행 기업 원화예금 잔액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금 조달의 주요 수단이 '내부 유보자금'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권 차입'은 33.7%, '회사채·주식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은 2.3%로 비중이 현격히 작았다. 지난 2022년 8월 조사에서는 금융권 차입이 48.2%로 내부 유보자금(27.9%)을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융권 대출의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대출 상환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고금리 대출에 대해 현재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53.3%, 올해 안에 원리금 상환이 도래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19.3%로 10곳 중 7곳(72.6%)이 올해 중 고금리 대출 상환 청구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업의 은행 원화예금 잔액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 52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5조 8260억 원(0.9%)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잔액은 853억 8140억 원에서 925조 9810억 원으로 8.5% 증가했다.
기업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말 135조 812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 7070억 원(2.9%)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기업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과 지난해 두 차례뿐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