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를 함께 보면 더 풍요로워지는 공연의 묘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을 최고의 연극적 상상력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올린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그녀의 책에서 을 기획에서부터 개봉에 이르게까지 하는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극작품으로 각색하는 데에는, 원작의 어떠한 소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찾아 나가는 과정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팀은 아이디어를 찾고 버리고, 또 다시 찾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라피키 라는 개코 원숭이 무당 캐릭터는 원작에서는 남자였지만 뮤지컬에서는 영적인 중심으로서 모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여성이다. 이는 여성적인 캐릭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고,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는 오프닝의 라피키의 모습에서 희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여성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서 그녀가 주제곡 CIrcle of Life (생명의 순환) 과 또 다른 테마곡 He Lives in You (그는 네 안에 있어) 를 부르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캐릭터만큼은 순수한 인간성을 간직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수많은 가면과 인형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등장인물이 되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 프레스 리허설에서 출연진이 극 중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15.7.13 연합뉴스
요즘에는 장르를 바꿔 무대화 시키는 공연 외에도, 시대를 바꿔 극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를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아닌 밴드와 함께 재즈 공연의 형태로 편곡해 올리는 작품에 참여한 적이 있다. 재즈와 성악의 조화라니. 무대의 배경을 단순히 다른 시대로 옮긴 오페라 공연은 많았지만, 16세기에 써진 클래식 오케스트라 음악을 곡까지 편곡해 마치 재즈 바에 온 것처럼 연주자들을 무대 위에 올린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 재즈 밴드 피아니스트는 이따금씩 무대 위 성악가들과 대화하는 액팅을 하면서 즉석으로 연주하는 듯한 연출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어떠한 무대를 꾸며야 할까, 수없는 고민 후 미국의 스픽이지 바 (Speakeasy Bar: 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간판 없이 몰래 술을 팔던 비밀 술집에서 유래한, 간판/출입구가 숨겨져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바)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금주령 시대에 비밀리에 쾌락을 파는 스픽이지 바는 재즈 연주를 하는 공간으로 어울렸고, 밤의 여왕의 어둠과 자라스트로의 빛이 대립하는 세계에서 타미노와 파미나가 사랑과 이성의 시험을 통과해 어둠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타미노가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어둠의 여왕이 주는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이 억압되고 금기시되어 있는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 그것을 뚫고 빛으로 나오는 과정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다 그래 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하는 오페라 는 여자의 정조에 대해 냉소적인 돈 알폰소의 발칙한 내기 제안에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흔쾌히 동참하면서 시작한다. 전쟁에 나간다며 거짓말을 하고 떠난 후, 변장을 하고 돌아와 서로의 약혼자를 유혹하는 이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유쾌한 소란 후, 결국 결혼이라는 해피 엔딩을 맞는다. 원래의 약혼자에게 돌아가 결혼을 하는 것인지 혹은 새로운 연인과 인연을 맺는 것인지는 작품의 연출가의 해석에 따라 다르지만 극은 용서와 화해의 곡으로 마무리된다. 연출가와 함께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우리는 결혼식 장면의 엔딩을 보라색 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 오페라가 창작된 배경인 이탈리아에서의 보라색은, 애도와 죽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가장 화려하고 귀한 색이어서 본래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색이라고 한다. 결혼식장에서 쓰인 거대한 보라색 커튼은 잃어버린 이전의 사랑의 죽음과 고귀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연출, 무대, 영상, 조명, 의상 등에는 창작 스탭들의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무대 위의 주인공은 당연히 무대 위의 예술가들이지만 그 뒤에서는 수많은 창작 스탭들의 발랄한 아이디어들이 그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모두 조화롭게 합쳐져 있는 공연의 형태를 우리는 종합 예술 이라고 부른다. 작품 해석을 노래와 연기로 분출해 내는 것이 무대 위 예술가들의 역할이라면, 거기에 시각적인 해석과 도움을 보태는 것이 무대 밖 디자이너들의 몫인 것이다.
배우의 노래와 연기도 좋지만 가끔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들여다보고 공연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며 공연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에서는 어떠한 것도 그냥 , 혹은 예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없다. 디자이너들이 숨겨놓은 공간과 빛을 찾으며 공연을 감상하다 보면 진정한 종합 예술의 묘미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듣는 것만큼이나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면 극을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