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미·중의 세계 전략 충돌과 생명평화운동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2026 세계 최강대국의 선택: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중국의 ‘군비통제 백서’
2025년 현재 유엔(UN) 가입 회원국 수는 193개국이며, 옵저버 국가인 팔레스타인과 바티칸을 포함하면 총 195개의 나라가 지구상에는 존재한다. 이중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들이다. 이들 두 나라가 최근 며칠의 시차를 두고 각각 자국이 추구하는 2026년 세계 질서의 상을 공표했다.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은 11월 27일 「신시대 중국 군비통제·군축 및 확산방지 백서」(이하 ‘백서’)를 발표했다. 이어 12월 5일, 미국 백악관은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이하 ‘전략’)을 공개했다.
12월 5일 발표된 2025년도 미국 국가안보전략 (NSS)
중국의 ‘백서’는 1995년과 2005년 이후 20년 만에 발간된 세 번째 문서이다. 중국을 세계 평화의 건설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 다자 안보 체제의 핵심 기여국”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 구축을 의도한다. 미국의 ‘전략’은 1947년의 국가안보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1986년 골드워터-니콜스법(Goldwater-Nichols Act) 이후 대통령은 정기성을 갖고 의무적으로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가 제출한 전략은 전임자들이 제출한 것과 비교해 ‘미국 중심주의’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의 ‘백서’와 미국의 ‘전략’을 동일한 위상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2026년 두 패권국의 구상과 지향은 세계 질서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한다. 한반도와 주변 정세, 그리고 생명평화운동 역시 이들과 함께 빚어내는 자장 속에서 그 형상을 드러낼 것이다.
11월 27일 발표된 신시대 중국 군비통제·군축 및 확산방지 백서
G2의 세계 전략: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다자주의’
중국은 ‘백서’에서 패권·블록 대결·일방주의”가 군비경쟁과 지역분쟁을 키운다고 진단하며, 유엔 중심 다자주의와 공동안보를 전면에 내세운다. 요약하면 ① 특정 국가(미국)의 절대우위 추구가 군비경쟁을 촉발하며 지역 내 긴장을 고조한다고 비판하고 이를 위협으로 규정, ② 유엔 중심 다자주의와 공동안보,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성과 발언권 강조, ③ 핵 정책은 선제 불사용과 최소 수준의 필요 충족, ④ 우주·사이버·AI와 같은 신흥 영역에서의 규범과 거버넌스 선점을 위해 유엔 중심 포괄적 규범을 주장한다.
11월 27일 중국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보도국 부국장 겸 국방부 대변인 장빈(蒋斌) 대교(大校·한국의 대령과 준장 사이)가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군축·확산방지 백서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CGTN
중국이 백서에서 언급한 주장은 현실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다. 특히 평화와 군축, 투명성과 방어적 측면을 강조하나 해양과 회색지대에서 필리핀이나 베트남, 서해에서 한국과의 긴장은 국제법적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유엔을 핵심 플랫폼으로 간주하고,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단순히 규범적 측면을 넘어, AI나 우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전략’에서 ① 국제기구나 초국가 조직이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주권·국경·내정”을 안보의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이민을 막는 국경통제를 국가 생존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② 동맹의 경우 가치동맹보다 거래와 분담이 우선, 부담 공유 시 혜택 부여를 명시한다. ③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이며 무역적자 축소, 관세, 공급망·핵심 광물, 리쇼어링,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중시한다. ④ 화석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지배를 최상위 전략으로 위치 지우고,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탄소 중립을 적대시한다. ⑤ 지역 전략의 경우 모든 지역이 아닌 서반구 우선, 유럽 내 극우와 민족주의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드러낸다.
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마지막 페이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
2025 NSS, 기후위기 부정·다자주의 포기·미국 우선주의 전면화
미국의 NSS는 한반도 공동체 구성원에게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 NSS는 지금까지 고수해 온 NSS 전략과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안보 개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바로 직전인 오바마와 바이든 초반까지만 해도 안보에는 군사·경제·기후·보건·인권·국제 협력을 포함하고 있고, 기후위기의 경우 위협의 증폭자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2025 NSS는 안보를 군사력·국경통제·산업과 자원 패권으로 한정하고, 기후·생태·팬데믹은 사실상 비 안보 영역으로 격하시켰다. 여기에 더해 ‘국제 협력은 미국의 주권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묘사한다.
둘째, 국제 질서에 대한 인식도 관리자에서 ‘파괴적 수정주의자’로 바뀌었다. 이전 NSS에서 미국은 국제 질서의 설계자이자 규칙 기반 질서(rule-based order)의 수호자였고,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고쳐 쓰는 질서’을 지향했다. 하지만 2025 NSS는 기존 국제 질서를 글로벌리스트 엘리트의 산물이자 미국을 착취하는 구조로 간주하고, 국제기구나 다자주의는 의심과 적대의 대상이다. 미국 스스로 ‘질서의 관리자’가 아니라 ‘질서의 파괴적 수정자’로 규정한다.
셋째, 동맹에 대한 개념도 공동체”에서 거래와 동원 대상”으로 변했다. 이전 NSS는 동맹을 가치 공동체이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연대체로서, 방위비 분담 등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부차적일 뿐이었다. 하지만 2025 NSS는 동맹에게 방위비 분담과 미국산 무기 구매, 전략적 전초기지 역할을 주문하고, 한국과 일본, 유럽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파트너일 뿐이다. 동맹을 묶어주는 도덕적·정치적 정당성은 해체되었다.
넷째, 유럽에 대한 태도 변화는 더욱 놀랍다. 유럽은 미국에게 더 이상 민주주의의 동반자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극우와 민족주의를 부추기며 유럽의 내부 정치에 개입한다. 이전 NSS에서 유럽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핵심축이자 EU는 전략적 파트너였다. 그러나 2025 NSS에서 유럽은 이민과 다문화주의로 붕괴되고 있는 문명적 쇠퇴지역으로 간주되고, 미국은 극우 민족주의 세력에게 노골적 지지를 보낸다. 미국의 개척자들이 유럽에 정신적 토대를 두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기후와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2025 NSS의 반동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전 NSS는 기후변화를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하고, 군사와 외교, 개발 정책의 핵심 변수로 이해했다. 하지만 2025 트럼프의 NSS는 기후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주권을 침해한다고 규정한다. 화석연료 확대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수단으로 명시한다. 생태 안보의 경우 트럼프 치하에서 완전히 전도되었다.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 18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리화나를 덜 위험한 약물로 재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5.12.18.UPI 연합뉴스
G2의 충돌, 대만 갈등의 한반도 자동 전이 무조건 막아야
이제 시선을 한반도와 동아시아로 돌려 보자.
2025 NSS는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으로서 제1도련선 억지 부담을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게 지운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전문가들도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조선과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2026년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한 운신 폭을 가져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핵 문제 해결보다는 대 중국 포위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고, 방위비 증액과 역할·능력(미사일 방어, 해·공군, 정보)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반도는 조선의 핵 관리”보다는 대중 억지(도련·해양·공급망) 퍼즐의 일부로 재배치”될 소지가 크다.
미국의 2025 NSS와 중국의 백서는 대 한반도 정책에서 크게 6가지 정도의 핵심 쟁점에서 정면으로 충돌한다.
첫째, 주한미군과 동맹의 역할을 두고서는 ‘대 중국 억지를 위한 플랫폼화’ 주장과 ‘중국을 포위 도발하는 서사’라는 주장이 충돌한다. 미국은 한국을 제1도련선 억지의 핵심 거점으로 보고 한국의 부담과 역할 확대를 요구한다. 중국은 이를 대 중국 포위와 해양 접근 차단으로 인식한다. 우리로서는 조선의 핵 억지를 위한 한미일 훈련과 MD 강화라는 조치가 대 중국 억지 구도와 연결되면서 중국의 반발이 커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둘째, 핵 확장 억지와 핵 공유·배치 논의가 부상하면서 충돌한다. 일본 내에서도 ‘핵’ 관련 발언이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한국 내에서도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담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비확산 위반과 군비경쟁으로 압박하고, 조선은 핵 보유 정당화로 응수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합의한 핵잠수함 추진은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셋째, 전략적 안정을 위한 군비통제 채널의 약화는 한반도 위기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중국의 군비통제 대화가 대만 등의 현안과 얽혀 중단·경색되는 양상은 한반도 위기 시 핫라인 가동과 오판 방지 장치가 약해질 수 있다.
넷째, 한미일이 연합훈련과 미사일 방어·사이버 등 통합훈련과 3각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과 러시아·조선 역시 이를 블록화와 대결 구도 강화로 규정하고, 동일한 비중과 무게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에서도 동맹 비용과 재배치 논쟁이 존재해, 역할 확대 요구는 커지는 데 미국이 보장하는 제공은 가변적인 불확실성이 생긴다. 즉, 한국이 3각 협력에 더 깊이 들어갈수록 대중 관계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커지고, 미국이 제공하는 보장은 정치적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
다섯째,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상대적 후퇴 또는 변형 가능성이다. 2025 NSS에서 조선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은 핵 문제 해결이 미국으로서는 주요한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중국과 러시아가 압박보다 대화 프레임을 강화할수록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는 점차 관리·동결·위기 억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당연히 한국이 추구해 온 한반도 비핵화의 국제적 공조 기반이 약해질수록, 국내적으로는 핵무장론이 득세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섯째,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략적으로 연동되어 한반도로 전이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담론에서 제1도련선이 강조될수록, 대만 유사시 한국(기지, 후방, 해상교통로)이 자동으로 연동될 수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 격화는 역내 군사적 불확실성도 증폭시키고 있다. 한반도 리스크에 더해 대만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 전장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국 USS 제럴드 포드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토머스 해안에 정박해 있는 모습.. 지난 12월 3일 촬영, 12월 5일 플래닛 랩스 PBC에서 제공.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세계 최대 항공모함을 포함한 무장 병력을 카리브해 해역에 배치했다. 2025.12.5. AFP 연합뉴스
생명평화운동의 선택: 반생명·반평화 질서 거부, 시민사회 연대와 돌봄으로 극복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 속에서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명평화운동은 패권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생명과 평화에 반하는 모든 흐름을 거부해야 한다.
우선 미국에 대해서는 대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이러한 노력을 설명하고, 역내에서 긴장 고조와 군비경쟁이 아닌 위기관리 장치 가동과 교류 확대 등 생산적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안보와 대만 억지가 자동으로 연동되는 것을 차단하는 민주적 통제를 확보해야 한다. 대 중국 공격을 위한 한국 내 기지 사용, 작전 계획 수립, 연합 훈련의 범위 등에 대한 국회와 시민사회의 감시를 확대하고, 정보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 확대는 자주국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조선의 맞대응을 불러와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지금의 국방비 수준도 대 조선 억지라는 합리적 수준을 한참 상회하고 있으며, 한국의 미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2025 NSS에서 취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는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의 복원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 조선 적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헌법 3조의 영토 조항, 4조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 조항 수정을 목표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위 법령인 국가보안법 등도 폐지해야 한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평양 신속 점령 목표’ 역시 삭제해야 한다. 당연히 조선의 ‘국토 완정 목표’ 역시 성립될 수 없다. 한반도의 분단과 대치는 패권국이 자신의 세계 전략대로 우리를 조종하는 목줄이 되고 있다. 국내적으로 많은 반발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생명평화운동은 그 파고를 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확대를 국가 안보의 핵심적 수단으로 위치 지우는 트럼프의 2025 NSS는 전 인류와 지구공동체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미국의 NSS는 진화가 아니라 탈선이다. 타인과 비인간에 대한 착취와 희생에 기반한 패권국가의 풍요는 더 이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목격하는 서구의 몰락은 미국의 미래상이다. 생명평화운동은 세계 평화애호세력과의 연대와 돌봄으로 이 반동의 파고를 넘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