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대세… 존중해야 존중받는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계약을 맺고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던 민간인 트럭 운전사 2명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숨졌다고 유니세프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사진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이트 난민촌 피란민들이 물통을 채우려 줄 지은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 외교는 2026년 4월, 전례 없는 가치관의 충돌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그간 한국 외교가 유지해 온 신중한 중립주의와 친서방적 관성을 뒤흔드는 기점이 되었다. 지난 10일, 대통령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비인도적 행위 의혹을 제기하는 Jvnior 라는 계정의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시작된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인적 소회를 넘어 한국 외교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언급된 아동 고문 및 살해 의혹에 대해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 없다 고 명시하며,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로 규정했다.
이러한 발언은 다음날 이스라엘 외무부의 강력한 규탄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 측은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 사건의 희생을 경시하는 듯한 비유를 사용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을 만하다 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사실 확인 없이 가짜 뉴스를 인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행동을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 으로 재차 규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외교부 역시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사안에 대한 단편적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을 표명한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외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매국노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스라엘을 지구 침공 화성인 에 비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는 단순히 말실수나 우발적인 감정 표출이 아니라, 취임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추구해 온 자립 외교 와 실용적 인권 외교 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2025년 4월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존의 미국 중심적이고 경직된 외교 틀을 탈피하여,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국제사회 거대한 물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도미노
2024년 유엔 안보리 표결의 역사적 함의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24년 4월 18일,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하며 외교적 기류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표결 결과는 찬성 12표, 반대 1표(미국), 기권 2표(영국, 스위스)였으며, 한국은 일본, 프랑스와 함께 찬성 대열에 섰다. 비록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정회원국 가입은 부결되었으나,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그늘 아래에서만 움직이지 않고 국제적 상식과 두 국가 해법 의 실질적 이행을 지지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결의안 찬성이 팔레스타인과의 즉각적인 양자 관계 수립이나 독립국가 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과 국가 수립의 열망을 공식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상진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한국이 1949년 유엔 가입 신청 이후 1991년에야 정회원이 될 수 있었던 고난의 역사를 언급하며, 팔레스타인의 열망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러한 공감은 과거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주권을 빼앗겼던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2025년 서방 강대국들의 전향적 전환
2024년의 유엔 표결이 변화의 시작이었다면, 2025년 9월은 국제 외교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한 일들이 잇따랐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이었던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가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같은 달 21일,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중동의 평화와 두 국가 해법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길 이라고 선언하며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뒤이어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국제 정의 실현과 이스라엘과 분쟁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23일 기준으로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81%에 해당하는 157개국이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승인했다.
이러한 선진 7개국(G7) 정부들의 급격한 태도 변화는 가자지구에서의 무차별적 인명 살상과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국제적 합의를 반영한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거대한 물결 속에 더 이상 결단을 늦출 명분이 없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만이 여전히 승인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은 급진적인 행보가 아니라 글로벌 상식 에 합류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외교적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며 세게평화와 국제규범, 인권보호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해 더는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고 말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제공 연합뉴스
한국 외교의 구조적 장애물: 친이스라엘 편향성
외교부 내 미국통 엘리트주의와 관성
대한민국이 서방을 편드는 국가들 중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유독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원인은 내부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외교부의 핵심 요직을 독점해 온 미국통 관료들은 한미동맹을 국가 외교의 지상 과제로 삼으며, 중동 정책 역시 미국의 시각에 동조해 왔다. 이러한 미국 중심적 사고방식은 중동 지역의 복잡한 역사와 팔레스타인의 주권 문제를 단순한 안보 프레임 이나 대테러 프레임 으로 치부하게 만들었다.
전직 외교관들의 비판에 따르면, 외교부 안에는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중동에서의 독자적인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데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2023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사례에서 보듯, 특정 강대국에만 매몰된 외교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대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결국 국가 이익의 손실로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이러한 해묵은 관료적 관성을 타파하고, 진정한 의미의 다변화된 외교를 실천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기독교 시오니즘과 국내정치의 결합
한국 사회 특유의 종교적 배경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퍼진 기독교 시오니즘 은 성경의 예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현대 이스라엘 국가를 신성시하고, 팔레스타인을 신의 계획 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세대주의 종말론 은 이슬람 혐오 정서와 결합하여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주권 주장을 친북 프레임이나 반기독교적 프레임으로 가두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종교적 편향성은 합리적인 국익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에서도 기독교 시오니즘은 강력한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시민사회의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가 특정 종교의 믿음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내 정치의 프레임을 과감히 깨부셔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왼쪽) 스페인 총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좌파 지도자들이 18일(현지시간) 우파 득세 흐름에 맞서 바로셀로나에 집결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오른쪽)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 회의 를 열었다.이 회의에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 등 중도 좌파 또는 좌파로 꼽히는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부총리,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도 참석했다. 산체스 총리와 룰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해온 좌파 성향 지도자로, 차기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이란 전쟁을 놓고 사사건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해온 산체스 총리는 극우 세력이 급격히 확장하는 유럽에서 좌파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몇 안 되는 정상으로 꼽힌다. 로이터 연합뉴스
역사적 동질성과 도덕적 책무
일제강점기의 기억과 팔레스타인 투쟁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주권을 침탈당하고 고통받았던 역사를 가진 국가다. 팔레스타인이 현재 겪고 있는 토지 몰수, 정착촌 확대, 이동의 자유 제한, 그리고 일상화된 폭력은 토지조사사업, 창씨개명, 산미증산계획, 관동(간토) 대학살 등 과거 우리 선조들이 일제 치하에서 겪었던 억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위안부 문제에 비유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피해자로서의 역사를 공유하는 민족적 공감대에서 우러나온 발언이다.
주권을 잃어본 민족만이 주권의 소중함을 진정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독립 운동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과거 우리가 국제사회에 주권 국가로 인정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듯, 이제는 우리가 팔레스타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주권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다.
홀로코스트와 가자지구의 비극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겪은 민족이 세운 나라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다른 민족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처럼,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던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반인권적 행위를 가하는 것은 모순이다 .
홀로코스트의 진정한 교훈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 는 것이지, 우리는 피해자였으니 무엇이든 용납된다 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동시에 현재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대해서도 준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권 중심 외교다.
중동 분쟁의 핵심인 팔레스타인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에 드리운 긴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은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신뢰 정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향후 거대한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외교적 교두보를 마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슬람협력기구(OIC)와의 연대와 대북정책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는 국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투표 블록이자 영향력 있는 집단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자국의 핵심 외교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라는 결단을 내린다면, OIC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든든한 자산이 된다. 북한은 오랫동안 중동 국가들과 반제국주의 연대 를 표방하며 외교적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이 선점했던 중동 외교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과거 외교부 장관들이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던 사례가 있듯이, 팔레스타인과의 긴밀한 관계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넓히는 전략적 무기가 될 것이다.
자립 외교의 길, 맹목적 동맹에서 가치 기반의 자율성으로
한미 동맹은 여전히 우리 외교의 핵심축이지만, 그것이 모든 사안에서 미국의 입장을 맹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와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 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선택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자국의 국익과 국제 사회의 정의를 위해 때로는 미국의 입장과 다른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성숙한 외교력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또한 이제는 미국의 파트너로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한국이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하위 파트너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에 따라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권 국가 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는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외교적 가치를 높여 동맹의 질을 격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단계적 승인 로드맵과 외교적 관리
팔레스타인 승인을 추진함에 있어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세밀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면서도, 승인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적 공론화로 기독교 시오니즘 등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이미 팔레스타인 승인을 마친 국가들과 공동 선언이나 협력을 통해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의 경제 협력 및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여 국가 승인 이후의 실질적인 관계 발전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국가 해법 을 통해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안보를 보장하는 길임을 설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6년 4월의 외교적 마찰은 대한민국이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보편적 인권 과 생명 존중 의 가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철학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단순히 먼 나라의 분쟁에 개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주권의 고귀함을 알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힘의 논리가 아닌 정의의 논리를 지지하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전 세계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는 외교 강국이 될 수 있다.
존중해야 존중받는다 는 이 대통령의 말은 우리 외교가 나아가야 할 가장 명확한 이정표다. 이제 대한민국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승인함으로써 역사적 자기부정을 끝내고, 인권과 국익이 조화를 이루는 자립 외교의 길로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