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 꿈꾸는 예술계의 돈 키호테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를 집필했을 당시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얻은 엄청난 재화를 이웃국과의 전쟁에 쏟아부었지만, 이후 여러 전쟁에서 패하면서 점차 쇠퇴하기 시작한다. 영광과 쇠퇴가 공존하는 스페인의 운명과 닮은 이 작품은, 기사도 정신에 심취해 현실은 잊고 광기에 사로잡혀 세태를 비판하는 ‘돈 키호테’ 라는 인물을 창조한다.
사실성과 허구, 현실과 이상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독창적인 서술 방식으로 만든 세르반테스의 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갇혀 있던 동안 그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이 작품은, 이상을 추구하는 한 인간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동시에 그를 조롱하게 만든다. 그는 진정한 기사일까 혹은 단지 꿈 꾸는 광인일까? 이 작품은 비록 누군가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라도 한 사람의 허황된 꿈을 무시할 수 없게끔 만든다.
이 작품은 지금 공연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고민과 꼭 닮아 보인다. 현재 공연 예술학과를 보면 학구적인 분위기의 학교가 있는 반면, 실용적인 실습을 강조하는 학교도 있다. 당연히 두 가지 모두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공연 예술 학교는 학업적인 개념, 지식 습득과 실전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 학교의 주 목표는 항상 학생들의 편에 서서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되려고 나아가는 길 위에 어떻게 작품에 대해 분석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주고 공연 제작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2011년 3월 무대에 올린 발레 돈 키호테 프레스리허설 장면. 2011.3.25 연합뉴스
그렇다면 그런 젊은 학생들이 실전에 나왔을 때는 어떠할까. 한국에서, 혹은 외국에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이 과연 그들이 희망하는 분야로 나가서 그들이 배운 것을 토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까. 무대가 필요한 공연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현장 공연들 외에도 방송, 광고, 쇼, 영화 등 분야는 다양하다. 하지만 혹시 돈 키호테처럼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의 경계를 넘지 못해 방황하고 꿈꾸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젊은 학생들의 미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해줄 때마다 그들이 원하는 명확한 해결책을 줄 수 없어 난감했던 기억들이 있다. 예를 들어, 무대 미술에 관심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그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는 뮤지컬, 연극, 패션쇼, 대극장, 소극장, 설치 미술, 영화 세트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공연 예술에 관심 있어 하는 학생들은 점점 더 많이 생기지만, 그에 비해 학교는 그만큼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긴 힘들겠지만, 예를 들어 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회수와 현장 실습을 늘리고 1년 이상 지도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계획이 필요하다.
공연 세계가 젊은 친구들에게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꿈을 꾸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동등하고 합당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세르반테스처럼, 혹은 돈 키호테처럼, 그들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에 심취해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젊은 친구들에게 현실적으로 그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로서 어떻게 그들의 앞길을 위해 이끌어주고 뒷받침해줘야 할까? 나의 앞선 선배들은 어떻게 지금 더 젊은 후배들을 위해 더 앞선 길을 지나가고 있나? 학연, 인맥, 지연 등에 갇힌 감옥에서 젊은 친구들은 무엇을 어떻게 꿈꾸고 있을까. 꿈꾸는 자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가? 혹 누군가에게 독점 당해 소외되거나 공정성을 박탈 당하고 있진 않을까?
세르반테스의 를 뮤지컬로 만든 는 참 창조적이면서 비범하고 자유로운, 인간적인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법의 심판을 받으러 지하 감옥을 떠나는 세르반테스를 위해 죄수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며 극이 끝난다. 이 노래는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그 안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꿈을 꾸면 변화할 수 있다며 꿈을 꾸고 싶게 만든다. 젊은 친구들에게 무대 미술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 세상의 부당함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지 않길 바란다. 돈 키호테처럼, 작고 남루한 여인숙에서도 그들만의 아름다운 성을 찾길.
In this confused world, not improving and giving up the dream are the most foolish behavior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