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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가자 학살의 무덤 위에 던진 잔인한 농담, 노벨평화상

가자 학살의 무덤 위에 던진 잔인한 농담,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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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평화상이 누구에게 주어져야 할지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2년 넘게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참혹한 집단학살 속에도 병상의 환자를 지키던 의료인들, 쏟아지는 폭격 속에서 진실을 전하다가 죽어간 언론인들, 최악의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 준 팔레스타인 민중이야말로 가장 자격있는 이들이었다. 인류의 양심을 지키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고발해 온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특별보고관이나,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의제에 앞장서 맞서다가 이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고발하며 저항하는 최고의 투사가 된 그레타 툰베리 같은 활동가 역시 유력한 후보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이미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일본 반핵 단체의 미마키 토시유키는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가자지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갈 줄 알았는데 …. 가자지구에서는 피 흘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안겨 있습니다. 80년 전 일본과 같습니다. 가자지구에는 히로시마/나가사키의 3배가 넘는 폭탄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가 제주 4.3 학살의 비극을 현재진행형인 가자 학살과 연결 지으며 전 세계적 공감을 얻은 것 또한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현상이었다. 인류의 양심은 이스라엘의 만행과 이에 공모하는 서방 세계의 위선을 지켜보고 있었고, 노벨위원회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가졌다면 그 응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잡아간 가자의 의사 아부 샤피야 같은 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2025년 10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들려온 소식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뒤통수를 후려쳤다. 역사는 이것을 노벨평화상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해버린 날로 기억할 것이다. 수상자는 증오와 폭력, 제국주의적 개입을 옹호해 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의도된 정치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불길한 징조는 일찍부터 나타났다.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극우적 선동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전 세계에 파시즘의 공포를 되살린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블랙 코미디였지만, 현실은 코미디보다 더 엽기적이었다. 특히 가자 집단학살의 주범,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 막장극의 절정을 만들어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이란을 폭격해 중동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이며 평화를 가져왔다 라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기괴한 장면을 연출했다. 집단학살의 공범들이 서로를 추켜세우는 이 장면은, 오늘날 세계에서 평화 라는 가치가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더구나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헝가리의 오르반 등 전 세계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과 전쟁광들이 앞다투어 여기에 지지를 표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대표적 극우 유튜버인 전한길도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한다 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치며 이 희비극에 힘을 보탰다. 상식을 가진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기막힌 심정으로 지켜보면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노벨평화상이 그 권위를 잃고 빈껍데기가 되었다고 한들, 인류의 평화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물에게 상을 수여하는 극단적 자기 부정까지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착각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트럼프는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며 스스로 자신을 지옥의 묵시록 에 나온 전쟁광과 비유한 글을 SNS에 올렸다.  노벨위원회는 트럼프에게 직접 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대안은 기만적인 꼼수에 불과했다. 2025년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의 충실한 협력자이자 베네수엘라의 친미적 극우 정치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평화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 대신 두 번째로 거리가 먼 사람 을 선택하는 비겁한 줄타기를 감행했다. 마차도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트럼프에게 감사를 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그녀는 심지어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짐승 이라고 낙인찍으며 탄압하는 것까지 지지해온 라틴아메리카 극우 네트워크의 구성원이자, 국제적인 극우 세력과도 교류해 왔으며, 네타냐후의 시온주의 정책도 지지하던 인물이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산업의 완전한 민영화를 주장하는 강경한 신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 노벨위원회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평화적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라고 수상을 정당화했다. 물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의 사회주의적 유산을 상당 부분 뒤집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며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협해 온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주변의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의 좌파 정부들도 마두로 정권의 이런 행태에는 우려와 경고를 해 왔다. 마차도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선거 출마를 금지당하고 체포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평화적 전환 을 위해 노력했다는 노벨위원회의 주장은 사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마차도가 진정으로 노력한 것은 평화적 대화 나 국민적 합의 가 아니었다. 그녀가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바로 미국의 가혹한 경제 제재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고사시키고, 외부의 압력을 통해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의 다양한 좌파 및 민중운동 진영의 목소리를 전하는 베네수엘라 보이스(Venezuelan Voices) 에는 이것이 잘 기록돼 있다.    마차도는 나는 트럼프의 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고 주장해 왔다 -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마차도는 직접적으로 군사적 개입 을 요청하는 발언은 교묘하게 피했지만, 모든 힘과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라는 수사는 워싱턴의 매파들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미 미국이 여러 차례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배후 조종하고 군사적 침공 의도를 드러내 온 상황에서,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용인하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민중을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넣은 핵심 원인인 미국의 경제 봉쇄와 제재를 지지하고 심지어 강화할 것을 요청해 온 그녀의 행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미국의 제재는 마두로 정권의 상층 엘리트들에게는 별 타격을 주지 못하고, 식량과 의약품 부족, 고물가, 공공 서비스 붕괴 등으로 평범한 민중에게 큰 고통을 전가했다. 유엔 보고서조차 이러한 제재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트럼프는 마약과의 전쟁 을 핑계로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민간 선박을 몇 차례나 공격하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베네수엘라 침공에 명분을 실어주고, 그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의 급진좌파와 민중운동 활동가들은 마두로 정부의 잘못된 방향과 정책을 비판하면서 마차도보다 더한 집중적 탄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의 경제 제제와 군사적 개입을 강력 반대하고 있고, 그것을 주장하는 마차도와 극우파 야당을 결코 지지하지 않고 마두로보다 더 위험한 적으로 여겨 왔다.  노벨위원회는 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한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린 듯하다. 첫째,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 극우 세력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다. 노벨위원회는 트럼프에게 직접 상을 주는 파국은 피하면서도, 그의 충실한 동맹인 마차도에게 상을 안김으로써 트럼프의 불만을 달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가자 집단학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다. 2년 넘게 이어진 학살과 서방 세계의 공모는 인권 과 민주주의 를 내세워 온 서방 자유주의 질서의 민낯을 드러내고 산산조각 무너뜨렸다. 만약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반대하던 인사에게 평화상이 돌아갔다면, 이는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또 하나의 강력한 역사의 기소장이 되었을 것이다.    마차도는 이스라엘 정부와 정책을 강력 지지하며 동맹을 약속해 왔다 - 마차도의 친이스라엘 입장을 풍자하는 이미지. 출처: 트위터(X)  노벨위원회는 이러한 부담을 피하고, 대신 베네수엘라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자신들이 여전히 인권의 수호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가자 학살의 참상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멀어지게 하려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이러한 노벨위원회의 선택은 한국의 극우 세력에게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도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라는 낡고 저열한 선동을 끝없는 돌림 노래처럼 부르던 자들은 더욱 힘을 얻어 목소리를 높일 것이 명백하다.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복잡한 현실을 선한 우파적 민주주의 투사 대 악한 좌파적 독재 정권 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고착시키고, 모든 진보적 대안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악용될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가자 집단학살에 대한 공모로 너덜너덜해진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서방 자유주의 질서’의 권위를 어떻게든 되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2025년 노벨평화상은 이 질서가 얼마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지를 다시 한번 폭로하며, 그 몰락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또 하나의 결정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애초에 다이너마이트라는 대량 살상무기를 팔아 번 돈으로 만들어진 노벨평화상은 그 태생부터 모순을 안고 있었다. 헨리 키신저(미국 국무장관)나 메나햄 베긴(이스라엘 총리) 같은 전쟁 범죄자들에게 상을 주며 강대국의 국제정치 필요와 논리에 충실히 복무해 온 그 부끄러운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상은 진작에 그 수명을 다했다. 미련 없이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마땅하다. 대신에 제국주의의 침략과 식민 지배, 국가폭력과 집단학살의 가장 큰 피해자들, 그리고 그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온 이름 없는 투사들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평화상이 필요하다. 이미 윤미향 전 의원은 생존자로 평화와 인권을 위해 싸우고 살며 죽기 직전까지 그 일을 위해 목소리를 내다 가신 김복동! 김복동이 평화의 기준이고 상징이 되어야 한다 라면서 김복동 평화상 의 필요를 주장해 왔다. 2025년 오슬로의 치욕적인 결정과 기만적인 정치쇼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그런 새로운 상상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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