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로 검찰개혁 발목잡는 국민의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5.9.25.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에 대한 총 4개 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했다. 민주유공자법 신속처리 안건을 투표할 때는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1표 더 많아서 여야가 서로 고성으로 충돌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리 예고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여야가 본회의 전 합의를 시도하려 노력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2시에 개최하기로 한 본회의는 오후 3시 반까지 늦춰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송언석 의원 등 107인으로부터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됐으므로 국회법에 따라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겠다 고 했다. 박수민 의원이 첫 주자였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대부분 의원은 자리를 떠났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특정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요구서를 제출하면 시작 가능하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하면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료할 수 있다.
안건마다 종결 표결을 해야 해 하루에 법안 1건씩만 처리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8월에도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처리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다. 종결 동의서는 이날 오후 6시 32분에 제출됐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필리버스터를 종료한 뒤 곧바로 안건을 표결에 부쳐 처리할 수 있다. 여야는 이날부터 정부조직법 수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 등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거쳐 오는 29일까지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자료를 들고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2025.9.25. 연합뉴스
이번 수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 검찰청 폐지 중수청·공소청 설치는 1년 유예 기간을 뒀다. 검찰청이 실제로 문을 닫는 시점은 내년 9월로 전망된다.
수정안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됐다.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의 개편은 민주당과 정부 간 협의에 따라 이번 수정안에서 제외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새로 둔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직전까지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를 멈춰줄 것을 부탁했다. 한정애 의원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 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는다 며 (해당 법률안은)정무위원회에서 상정되지 않고 미처리돼 금융감독위원회 개편 관련된 사안을 제외하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이 법률은 무제한토론도 신청되어 있다 며 정부조직법개정안은 정부가 일하려고 제출한 것이라 그 어떤 정부에서도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적 없다 고 했다.
한 의원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수정안만이라도 필리버스터가 아닌 상태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당론으로 발의한 정부조직 개편안이었고, 이 중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의 의석수는 171석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이었다. 윤석열 정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전체 272표 중 찬성 266표, 기권 6표로 통과됐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로 막은 셈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에 대한 투표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한 매 더 많이 나온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5.9.25. 연합뉴스
민주유공자 예우 법률안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투표 후 개표를 할 때는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1표 더 나와 사후 처리 방법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우 의장은 상황을 인지하고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명패수보다 투표수가 1건 더 많다. 그러나 국회법에 따라 투표에 지장이 없으면 처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자 송 원내대표는 어떻게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더 많나. 이러니까 부정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고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여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삿대질했고 우 의장에게 항의했다. 민주당도 당신들이 하나 더 넣었겠지 지금 뭐하고있는 거냐 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는 1시간가량 지체됐다.
우 의장은 한 매가 왜 더 많은지 국회의장으로서 모른다. 한 장씩 나눠주는데 아마 2장을 나눠준 걸 넣었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이라며 국회법에도 표결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재투표를 안 해도 된다 고 설명했다. 이어 경위에 대해서 알 수 없으니 재투표하지 않으면 부정투표라고 생각하면 재투표를 하자 고 제안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왔다. 우 의장은 김병기 원내대표와 송 원내대표를 불러 처리 방식에 대해 상의했다.
논의가 길어지니 의원들이 무효 라고 외쳐 우 의장은 조용히 해달라 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부정투표 있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모여서 상의했는데, 국회법 111조 기명투표 무기명투표 절차 3항에 투표수가 명패수보다 많을 때는 재투표를 한다. 다만 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때는 그러지 아니하다 고 되어 있다 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히 주장하기 때문에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있다. 하지만 흘겨 쓴 글이기는 한데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글자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처리할 방법은 없어 보여서 유효로 처리하겠다 고 밝혔다. 우 의장은 글을 쓰실 때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또박또박 써 달라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