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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이 진짜 평화통일을 위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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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인권운동가(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사무국장) 내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위원에 처음 위촉된 것은 2001년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후 민주평통이 10기를 맞이하던 때였다. 당시 재야 통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던 선배가 나에게 민주평통 위원직 공모에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보수 인사들이 주도하던 민주평통 문화를 바꾸기 위해 우리같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선배의 생각에 나는 동의했다. 그렇게 시작한 민주평통 위원직을 25년 동안 네 차례나 맡게 됐다. 민주평통은 대한민국 헌법 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자문기관이며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평화통일 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두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약 2만 2000여 명의 다양한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하고, 의장은 대통령이 맡고 장관급 수석부의장을 두고 있다. 민주평통의 출범일은 1981년 6월 5일이었다. 이때 헌법 제68조에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라는 명칭으로 창설되었다가 1987년 10월 29일 헌법을 개정하면서 제92조에 기관 명칭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25년 12월 2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 민주평통 22기 출범식. 촬영 고상만 사교 활동과 반공 관광 하라고 평통 만든 건 아니지 않나 민주평통 위원 위촉 경쟁률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장이 현직 대통령이고, 헌법에 명시된 국가기관이기에 명예성이 높다는 점, 그래서 조직 초창기였던 1980년대 전두환 집권 시기에는 파워도 꽤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동네에서 나름 유지로 알려진 사람들이 민주평통에 들어오려고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 전설 같은 과거의 이야기다. 여하간 지난 25년간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경험하게 된 민주평통의 좋은 점을 평가한다면 ‘내가 사는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세대와 성별, 정당 상관없이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평통만큼 괜찮은 조직은 없을 듯싶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좋은 분들과 함께한 것은 개인적인 즐거움일 뿐 정작 우리가 해야할 본연의 일을 제대로 했나 하는 반성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001년 처음 위촉 되었을 때의 포부는 물론 대단했다. 그때의 초심을 돌아보면 나는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그 당시 민주평통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 소위 지역 유지와 정치 지망생 중심의 사교 모임 같은 민주평통을 ‘평화통일을 위한 토론 마당’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민주평통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당시 3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나를 반겨주는 기성 위원은 없었다. 그저 여야 정권이 바뀌니 어디서 근본 없는 운동권이 와서 시끄럽게 한다는 식의 배제 어린 시선이었다. 특히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민주평통 취지가 평화통일을 위한 여건 조성인데, 당시 추진하는 행사의 대부분은 사실상 반공 단체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땅굴 견학과 같은 안보 관광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행사를 하면서 무슨 평화와 통일이 가능할까 회의감이 들었다. 북한 사람이 남한 아는 것 보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평통 22기 출범식이 열린 2025년 12월 2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의장으로서 연설대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 공존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것”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7년째 중단된 남북대화를 되살리는 것부터가 평화 공존의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대화 재개를 위해 우선적으로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나는 내란 수괴 윤석열이 집권기간 무력 도발을 유인하고자 북한을 자극한 일련의 행위를 돌아보며, 이 대통령이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해 제안한 남북 대화채널 복구를 북한측이 수용할 것을 소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녹녹치 않다. 내가 만난 여러 탈북민들은 이 땅에서 자신이 탈북민임을 숨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야 직업을 얻는 것도 수월하고, 사람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진다는 슬픈 고백이었다. 그래서 탈북민이 연변 출신이라며 거짓말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왜 그럴까. 종편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북한 방송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탈북민은 2등도 아니고, 3등이나 4등 쯤으로 취급된 지 오래 아닌가. 그런 사연중 하나다. 어느 날 평소 친분이 있는 탈북민 동생과 저녁을 먹다가 듣게 된 말이다. 그는 북에서 고급 군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인민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여러 사정으로 탈북하여 남한에 정착한 지 수년이 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 곳에 내려와 살면서 처음 두 가지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다 보는 방송에서 북한에 대한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걸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그 말에 오히려 내가 놀라 그럼 거기 나오는 내용이 전부 거짓말이냐?”고 하니 그는 아니, 그럼 북한 사람들은 다 바보들인 줄 아십니까? 방송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어떤 바보가 그런 나라에서 산답니까?”라고 조용히 웃으며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놀란 일은 또 뭐냐고 물으니 그는 그런 방송을 또 의심도 없이 그대로 믿는 남한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사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고, 또 이미 여기 와 있는 탈북민 가족들과 전화 통화로 여기 실상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만 너무 북의 실상을 잘못 알고 있단 말입니다. 전부 잘못된 북한 방송을 통해 알고 있으니… 이런 지경에 남북이 무슨 화해나 통일이 이뤄지겠나요?”라고 말했다.   북한 주재 러시아, 스웨덴,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의 외교 대표들, 대사관 성원들과 재중동포들이 1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진행되는 평양시의 여러 선거장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3.15. 연합뉴스 민주평통이 제 역할 다 할 때 평화공존 가능하다 이 대화가 있고 난 후, 나는 ‘민주평통이 해야 할 일이 이것이구나’ 싶었다. 지금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가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줄 모르는 가운데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전쟁까지 확산일로다. 이 다음은 한반도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우리 주변을 떠돈다. 어느 때보다 평화의 가치가 중요한 때다. 하지만 말로만 떠드는 평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진짜 평화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1978년 반공 만화영화로 널리 알려진 을 보고 자란 나는 북한에서는 부모가 죽으면 과수원 사과 나무 밑에 묻는 줄 알았다. 내가 본 만화영화 에서 그렇게 나왔기에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탈북민 아우에게 북한 강제수용소 같은 곳에서 정말 그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면서 형님.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효도나 유교 사상은 거기가 더 깊다고 할 수 있고요. 부모를 함부로 했다가는 마을에서 쫒겨나고 사람 취급도 못 받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데, 무슨 놈의 남북통일이 되겠습니까?”라고 한탄했다. 이렇게 전해 들은 북한의 실상을 더러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사람마다 참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누군가는 북한 실상에 대한 자신의 무관심과 무지에 대해 자책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내가 북을 찬양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모습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왜곡된 북한 방송을 중단시키는 캠페인이 절실하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이 일에 민주평통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지난 22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또 다른 우리의 반쪽과 진정한 평화 공존을 위해’ 특별히 당부한 ‘청소년 통일교육’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나 여기나 ‘사람 사는 세상’임을 남북의 주민들이 공감할 때 통일도 오고, 평화가 가능할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처럼 근거없는 혐오 조장과 비난만 난무한다면 전쟁 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 그만하자. 어리석은 일이다. 22기 민주평통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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