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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전봉준이 넘지 못한 ‘남태령’을 그날, 우리는 넘었다

전봉준이 넘지 못한 ‘남태령’을 그날, 우리는 넘었다
[사회혁신]
오동진 영화평론가 영화인에게 윤석열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제작 아이템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아니다. 잘한 일이 또 있다. 농민들을 정치적으로 조직시켰고 2030 여성들의 정치적 힘을 크게 고양시켰다. 다큐멘터리 을 본 관객 중 상당수는, 한국에 2030 여성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처럼 윤석열을 처단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들 그 얘기를 입 밖에 내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공연한 젠더 갈등의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큐 영화 남태령 포스터 경쾌하고 발랄하게 기억하는 그 치열했던 장면들 어쨌든 윤석열 덕분에 이 탄생했다. 경남 MBC에서 일하는 김현지 PD가 이후 또 한편의 역작을 만들게 됐고 경남 MBC의 전국 인지도가 높아졌다. 김현지의 작품답게, 그리고 방송 다큐가 가지는 특징답게, 은 의도적으로 묵직함을 버리고 경쾌하고 발랄한 톤앤매너를 일관되게 이어간다. 이 다큐가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다큐멘터리가 원래부터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은 2024년 12월 21일 정오부터 22일 오후 4시까지 28시간 동안 벌어진 시위 상황을 기록한 영화이다. 당시는 새벽 시간대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시작은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시위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전봉준 투쟁단은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를 거부하며 버티는 윤석열을 응징하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트랙터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을 사당동 남태령에서 차벽을 세워 저지했다. 이 소식은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해 곧바로 세상에 알려지고 서울을 비롯한 각지의 시민들, 특히 젊은 여성들, 여성 운동가들이 트랙터 시위 현장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남태령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 를 마친 트랙터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지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트랙터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결합이 일깨운 ‘민중의 자발성’ 여기에는 중요한 해석과 평가의 지점이 있다. 일단 전통적인 시위와 투쟁의 방식이 시작의 동력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녹두 장군 전봉준은 죽창을 들었고 이후의 학생운동 세력은 화염병을, 노동자들은 횃불을 들어 시위의 존재감을 세웠다. 남태령 대첩의 시작은 트랙터였다. 그러나 그것이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결합할 때 가지는 파급효과는 거의 핵폭탄급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이제 시위는 언제든 전국 단위로 빠르게 조직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40년 전에는 몸에 전단과 유인물을 숨기고 몰래 다니며 사람들에게 시위의 내용, 의미, 정당성과 조직의 필요성을 알려야 했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시위의 조직력을 초 단위로 구성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문제를 떠나 다큐 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 더 나아가 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원초적 ‘무기’와 첨단기술이 결합한 남태령의 시위 양상이 이른바 ‘민중의 자발성’을 어떻게 실현하고 구체화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에 그 ‘구체성의 변증법’이 잘 그려지고 표현돼 있다. 이론이 어떻게 실천되고 실천이 또 어떤 이론으로 계단 상승하는지, 그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낸다. 남태령 대첩에 참여한 개인 한명 한명은 자신의 정치의식이 성장했음을 투박한 어투로 증언한다. 그러나 이 한명 한명이야 말로 정치적으로 급격히 고양된 집단지성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다큐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민중이 존재하는데 예전에는 이 민중이 소위 뱅가드라 불리던 전위, 소수의 지식인 운동가에 의해 교육되어야 한다(이것이 사회당, 공산당 조직의 당위 이론이 된다)고 생각되었으나 지금의 집단지성은 디지털 기술로 철저히 무장한 채 스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태령에 집결한 시민들이 밤샘하며 농민 지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4.12.22. MBC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전국 투쟁 현장으로 퍼져나간 남태령의 경험 다큐 의 러닝타임 114분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 1시간은 남태령 대첩에 대한 기록과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후반 약 1시간은 이 자발적 대중들의 정치 조직화가 어떻게 확산했고 또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영화는 이들이 남태령의 경험 이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 및 단식 투쟁에 참여하고 대구 태경산업 부당징계 철회 투쟁에 참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다큐 은 이를 3.8 여성파업대회와 성소수자 연대 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의 피날레로 정리해 낸다. 다큐의 후반부, 결말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한방을 던진다. 이 포착한 사실은, 현재의 진보적 시위는 청년 젠지(Gen-Z) 세대가 이끌고 있으며 남태령 시위는 그 가운데서도 퀴어 페미니스트들이 주축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태령을 겪으며 ‘말벌 동지회’라는 자발적 동지회를 만들었다. 현재 모든 전국 시위의 참여는 이 조직이 중심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젠지에는 페미니스트, 다양한 성소수자, 비정규 노동자가 다 포함돼 있고 이의 외연화가 ‘말벌 동지회’인데 이 조직이 추후 어떤 분화 발전 과정을 겪게 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남태령의 정치적 경험이 한국의 진보적 여성, 특히 2030 여성들을 여러 사상으로 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끊임없는 시위 투쟁을 거쳐 스스로 정리하고 진화할 것이다.   전봉준의 우금치 이래 농민들은 왜 늘 지기만 했는가 정치적 시위는 특정 집단의 이론적 교화가 아닌 대중 스스로의 감화를 통해 발화한다.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원 길한샘의 자유발언은 그 실체를 느끼게 한다. 그는 남태령의 역사적 시위 현장에 물건을 배달하며 자신 역시 당당한 시민으로서 약자들의 곁을 지키는 구국의 라이더가 되겠다”고 울먹인다.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의 전주환 사무처장은 다큐 초반부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농민들 집회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WTO 한미 FTA, 우루과이라운드 등등. 김영호 의장이 구타당하고 백남기 어른이 돌아가시고 목숨 걸고 싸웠지만 이기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윤석열을 끌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잡혀가겠지 했다.” 역사가 이긴 자의 기록이라면 은 민중의 보기 드문 승리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민중의 승리가 기억되는 건 역사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다. 다큐 은 그 동력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1894년 전북 삼례와 충남 논산을 거쳐 한양으로 진격하던 전봉준의 동학 농민부대는 충남 공주의 우금치 고개에서 관군과 마주한다. 이때의 관군은 일본군을 끌어들인 상태였다. 전봉준 군대는 이들 반역사적 연합군의 소총 화력에 당해 내지를 못한다. 전봉준은 사형 당했다. 비통한 역사이다. 이번 전봉준 투쟁단은 전국에서 모여 전라, 충청을 지나 경기도 평택-수원-과천을 거쳐 서울의 남쪽 관문(휴전선이 뚫릴 때를 대비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이곳을 축차 방어하고 있다. 여기가 밀리면 낙동강까지 밀리게 된다. 군 전술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공간이다. 윤석열은 계엄을 통해 이곳의 B1 벙커에 이재명 등 정치인들을 수감하고 고문하려 했다)인 남태령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전봉준 때는 졌지만 이번에는 여성 ‘부대’가 이겼다. 전봉준 때 없었던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 2030 여성들, 성소수자들, 차별금지법을 만들려는 청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변화, 다큐멘터리 대중화에 변곡점 찍을 작품 다큐 은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세태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 정치를 논할 수 없다. 영화 은 흥행에 성공할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다큐 은 5월 30일 현재 관객 24만 7천 명가량을 모았다. 는 2025년 4월 재개봉 때 3만 3811명을 모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 애플TV, 티빙, 웨이브 등 OTT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시청자들에게 보여졌다는 것이다. 이번 으로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는 새로운 변곡점을 찍게 될 것이다. 은 한편으로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투쟁 방향(?)’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봐야 할 매우 귀중한 정치 교과서이다. 5월 20일 개봉했다.      오동진 ohdjin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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