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화가 오윤의 유일한 공공 벽화 지키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 민중미술의 독보적인 거장, 고(故) 오윤 작가(1946~1986)가 50년 전 흙을 빚어 새긴 국내 유일의 대형 테라코타 벽화가 영구 소멸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지키기 위한 긴급 시민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과 오윤 작품 보존 추진위원회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 외벽에 새겨진 이 작품을 지키기 위한 「오윤 구의동 벽화 시민 청원」을 전개하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오윤은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서구 미술의 형식을 따르는 대신 우리 고유의 민화, 무속화, 탈춤 등에서 한국적 조형미의 원형을 찾아낸 작가로 평가된다.
서울 구의동의 오윤 벽화.
이번에 위기에 처한 구의동 벽화는 1974년 작으로 오윤이 본격적인 판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전돌 공장에서 직접 흙을 만지고 벽돌을 굽던 시절의 작품이다. 높이 3.5m에 달하는 이 대형 테라코타 부조는 그의 유일한 공공미술 작품이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은 이 벽화에 대해 오윤 작가는 미술관의 화려한 조명 대신,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은행 외벽에 자신의 손길을 새겼다”면서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구현된 현장이 바로 이곳”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위치한 건물은 최근 매각돼 오는 8월 초 철거가 확정된 상태인데 다행히 매수인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알려 보전 작업이 시작됐다. 거대한 벽체를 안전하게 해체하고 공공의 공간으로 이관하는 데에는 행정적 지원과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서인형 이사장은 오윤의 벽화는 개인의 사유 재산이 아닌 우리 현대사의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며 50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을 견디며 길 위의 시민들과 호흡해 왔으나 8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 작품을 구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서명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청원(https://saf2026.com/ko/petition/oh-yoon)은 다음달 선출될 차기 서울시장에게 전달돼 작품의 안전한 보존과 공공 이관을 위한 공식 안건으로 제안될 예정이다.
오윤 작가는 오윤은 소설 『갯마을』로 유명한 소설가 오영수의 장남으로 ‘한(恨)’과 ‘신명(神明)’을 작품의 주조로 삼아 억눌린 민중의 고통을 단순한 슬픔으로 남겨두지 않고, 역동적인 춤사위와 강인한 선을 통해 폭발적인 생명력으로 전환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미술 평론가들이 ‘칼 맛(knife touch)’이라 부르는 그의 독특한 판화 스타일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묵직하고 선명한 자취로 평가받는다. 1986년 40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