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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최저임금 낮아도 괜찮다 는 대구시장[뉴스]
지방은 최저임금 낮아도 괜찮은 생활 가능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2026년 5월 20일,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전 경제부총리)는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열린 청년 토크쇼-대구 청년을 품고, 미래를 듣다 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대구는 알바생 절반이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다 며 고질적인 노동법 위반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추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딱하게도, 본인도 사람을 쓰기는 써야 하는데 일일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피치 못한 부분도 있을 거다. 시급을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급격하게 올려서 감당이 안 되니까 자꾸 편법이 나오고 불이행률이라는 게 높아지는 거다. 그는 이어 국회에 있을 때 한 해는 차등화를 시행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안 됐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며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언급했다.
서울은 전월세 값도 비싸니까 (최저임금) 수준이 더 높을 필요가 있는데, 지방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생활비 수준은 그보다 좀 낮아도 괜찮은 생활을 할 수도 있는 거다.
이 발언은 토크쇼 당일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영상이 유튜브로 확산되면서 파이낸셜 뉴스가 17일 보도하면서 뒤늦게 논란이 됐다. 추 후보는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경북대학교 의정활동연구원 주최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 추경호 페이스북
부당 대우 호소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라
약 12년 전인 2014년 12월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김무성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타운미팅 청춘무대 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임금 등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는다 는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의견을 묻자,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젊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것도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인생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그는 이어 아르바이트 해가지고 비용을 제대로 안 주는 악덕 업주, 나쁜 사람들이 많다 면서도 그런 사람인가 아닌가 구분하는 능력도 여러분이 가져야 한다 고 했다. 김 대표는 또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도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여러분의 능력 이라고까지 발언해 임금 체불의 책임을 사실상 피해 당사자의 처세술 문제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임금 등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는다 는 설문조사 관련 의견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ytn
발언이 알려지자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같은달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젊어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다. 이 아르바이트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며 이런 현실이 어쩔 수 없고 방법이 없다고 하는 건 정치권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확인하는 일 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표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 오해든, 의도하지 않은 다른 의미였든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고 해명했다. 발언 자체를 철회하거나 별도의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구경북통합특별법에 담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12년이 지난 2026년 1월,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이 대표발의하고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구을) 등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24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이 국회에 제출됐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이 법안에는 [별표]글로벌미래특구에 적용 가능한 규제배제특례등의 범위 및 내용(제115조제3항제2호 관련) 으로 다음과 같은 특례 조항이 포함됐다.
- 글로벌미래특구에서는 최저임금법 제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1주 또는 1일의 근로시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달리 적용할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거센 반발이 일었다. 실제로 대구·경북 지역은 인구 10만 명당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율이 4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2026.2.3 오마이뉴스) 논란이 확산되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2월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조정될 수 있도록 공식 의견을 제출하겠다 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월 11일 해당 최저임금·근로시간 적용 배제 조항을 삭제한 채 심사를 진행했고, 정부 역시 대구·경북 특별법안의 이 조항을 비롯해 일부 조항에 불수용 의견을 통보했다.
문재인 정부 탓 진단부터 사실과 어긋난다
추경호 시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구의 만성적인 최저임금 미준수 문제를 시급을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급격하게 올려서 감당이 안 되니까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진단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의 정치권 분위기에 어긋난다.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을 공약했다. 문 후보만 그 공약을 내건 것이 아니었다. 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을 똑같이 공약했고, 추경호 후보가 속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국민의당) 후보 역시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요 대선 후보가 모두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려 1만원까지 가야 한다 는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했고, 차이는 그 시점을 2020년으로 보느냐 2022년으로 보느냐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인상 속도(2018년 16.4%, 2019년 10.9%)가 자유한국당의 목표( 2022년까지 1만원 을 위해서는 매년 9.2%씩 인상 필요)보다 가팔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급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 는 정책 방향 자체를 보수정당도 함께 설정했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 탓에 감당이 안 됐다 는 진단에서 빠져 있다.
지방은 부동산이 싸니 괜찮다 는 전제의 허점
추경호 후보 발언의 논리는 지방은 전월세가 싸니 그만큼 낮은 임금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 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담배, 프랜차이즈 커피, 스마트폰,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공산품 등은 제조사·본사가 전국 단일가 정책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품목들로, 소비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리 책정되지 않는다. 주거비 하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전체 생활비 수준이 낮으므로 임금도 낮아도 된다 는 결론으로 단순히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작 그 낮은 부동산 가격 이라는 전제 자체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구 아파트값은 2023년 11월 셋째 주부터 하락이 시작돼 이달까지 3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장 하락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때 대구 미분양률은 2025년 8월 기준 68.3%(8762가구)로, 절대량 기준으로는 경기도 다음이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악성 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26년 4월 기준 전국 물량의 13.1%를 차지하며 3개월 연속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사태의 원인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 아니라 정책 실패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2025년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구에서 다수의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공동주택 인허가 물량이 2021년 2만 2767 호에서 2022년 2만 5544 호로 폭증했고, 이에 따라 입주물량도 2021년 1만 6259 호에서 2023년 3만 3103호로 급증했다. 단기간에 쏟아진 공급이 그대로 미분양으로 이어져 2022년 미분양률은 69.5%까지 치솟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무분별한 인허가가 다른 정당이 아니라 추경호 후보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 시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직접 공개한 자료를 인용한 환경신문 보도(2024.02.14) 를 보면, 권영진 시장(민선 6~7기, 2014년 7월~2022년 6월, 국민의힘) 재임 기간에만 437건, 총 19만 1055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건축허가·사업승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뒤를 이은 홍준표 시장(국민의힘)은 결국 2023년부터 미분양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주택사업 인허가를 전면 중단하는 비상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쌓인 물량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즉 추경호 후보가 지방은 부동산이 싸니 낮은 임금도 괜찮다 고 말할 때 근거로 삼은 그 낮은 부동산 가격 자체가, 같은 정당이 10년 넘게 책임져 온 대구시 행정의 정책 실패(공급 과잉)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낮은 경제력 을 만든 31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대구의 일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줄곧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으로도 대구의 일인당 GRDP는 전국 최하위권이었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0.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리고 대구는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제도 도입 이후 31년간 단 한 번도 보수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외의 인물이 시장에 당선된 적이 없다. 즉 대구가 30년 넘게 전국 최하위권 경제지표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그 지역의 행정을 책임져 온 것은 줄곧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었다.
추경호 당시 후보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거주 지역의 경제 여건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도 괜찮다면, 30년 넘게 전국 최하위 경제지표를 벗어나지 못한 지역을 책임져 온 대구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의 보수 역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보수는 전국 공통 기준(공무원보수규정 등)에 따라 직급과 호봉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근무지의 지역경제 수준이나 부동산 가격에 따라 차등되지 않는다. 거주 지역의 경제 여건을 임금 차등의 근거로 들었던 추경호 당선인 본인은, 같은 잣대를 자신과 대구시 공무원들의 보수에도 적용할 생각이 있을까. 이것이 그의 발언 논리를 그대로 스스로에게 되돌렸을 때 나오는 진짜 질문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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