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영업이익 폭스바겐도 제쳤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이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성이 높은 완성차업체가 됐다. 이른바 ‘질적 성장’ 덕분으로, 미국 관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라는 악재 속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자못 크다는 평가다. 올해 중동전쟁 등의 악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를 잘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1월에도 약진을 계속했고 현대차그룹은 판매량에서 글로벌 4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더 적게 팔고 더 많이 번, 현대차 그룹의 약진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727만대를 팔아 폭스바겐그룹(898만대)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조 5460억으로 폭스바겐그룹(15조 3000억원)을 제쳤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관세에 대응하는 전략 차이가 수익성을 갈랐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EV)에서 하이브리드차(HEV)로 빠르게 생산을 조정하는 등 유연한 전략을 취해 캐즘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기존 전동화 전략을 고수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캐즘과 미국의 세액공제 종료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할 조짐을 보이자 재빨리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늘렸고, 그 결과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4% 급증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에서 현대차 그룹이 개발한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가 주차돼 있다. 2026.1.12. 연합뉴스
미국 관세 대응에서도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들은 가격 인상과 물량조정으로 대응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83만 6172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전략으로 현대차그룹은 한국보다 먼저 관세가 인하됐던 일본 도요타그룹(1조2000억엔·11조 2000억원)보다 더 적은 관세 비용(7조 2000억원)을 부담했다.
기민한 시장대응으로 마켓쉐어를 늘려가는 현대차그룹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현대차그룹 판매량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5.1%였다. 도요타(59.2%), 폭스바겐(49.4%), GM(55.6%)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선진국 시장은 자동차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 이 지역 비중이 클수록 이익 창출력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고부가가치 트림의 판매 비중도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 기준 현대차·기아 판매량에서 고수익 트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68.5%로, GM(65.1%), 도요타(63.0%), 폭스바겐(55.1%)을 모두 제쳤다.
글로벌 완성차 빅5 판매량.영업이익, 자료 : 연합뉴스
중동전쟁 및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을 현대차 그룹이 극복가능할까?
다만 올해는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기차 경쟁 등 여러 악재가 상존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세계 2위’ 수성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지역 블록화로 재편되면서 단순히 판매를 확대하는 것보다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차를 파는지가 중요해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포트폴리오 실행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불안정성 등과 관련해선 친환경차 전략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급등으로 내연기관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등 다변화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 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모습. 새롭게 개발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는 구동과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외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신규 모터(P1)가 새롭게 내장돼 P1+P2 병렬형 구조 를 완성했다. 2025.4.20.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GV80 하이브리드, GV90, 아이오닉3 등의 신차를 내세워 친환경차 판매량을 2030년 330만대까지 끌어올리고 친환경차 비중을 지난해 25%에서 6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기아도 전기차인 EV시리즈, 하이브리드 모델,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모델로 유럽 등에서 친환경차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피지컬 AI를 앞세워 미래 이익 창출력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체(OEM) 가운데 테슬라와 함께 AI 로보틱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를 공개했으며 향후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또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한편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 5000억원을 투입하고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38조 5000억원, 경상 투자에 36조 2000억원을 집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판매실적과 영업이익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다”서 올해 전략이 이러한 성장세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2026.1.8. 연합뉴스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이어져
올 1월 비(非)중국 시장의 전기차 인도량이 북미 시장 부진에도 유럽과 아시아 시장 성장에 힘입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1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신규 인도된 전기차가 작년 동월 대비 21.2% 증가한 57만 2000대라고 11일 밝혔다.
통계에는 순수전기차 외에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포함됐다.
중국을 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유럽의 성장과 북미의 둔화가 교차하며 지역별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럽 시장은 19.5%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보조금 축소나 정책 조정 논의에도 신규 전기차 모델들의 공급이 본격화되고 탄소배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동화 전환 방향성을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SNE리서치는 설명했다.
반면 북미 시장은 30.2%의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북미 소비자의 선호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옮겨가고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작년 동월의 2배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보조금 확대보다는 현지 생산·공급망 연계형 인센티브로 정책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연도별 전기차 인도량, SNE리서치 제공
그룹별로는 폭스바겐그룹이 8.1% 상승한 8만 8000천대로 1위를 지켰다.
2위는 118.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6만 7000대를 인도한 중국 BYD(비야디)였다.
아시아에서 124.8%, 유럽에서 126.6%의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비중국 시장에서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3위는 8.4% 증가한 5만 3000대를 판매한 미국 테슬라였다.
현대차그룹은 4.9% 증가한 3만 8000대를 판매하며 성장을 이어갔으나 작년 동월 3위에서 BYD의 약진으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SNE리서치는 비중국 시장은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권역별로 서로 다른 성장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춘 제품 구성과 가격 전략, 생산 거점 운영 효율성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별 전기차 인도량, SNE리서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