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항복하라 최후통첩…하마스 고립무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마스가 조직은 물론 팔레스타인 인민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선택에 내몰렸다.
숙고할 시간은 72시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 후 진행한 기자 회견에서 네타냐후가 자신의 가자 평화 구상 을 받아들였다면서 하마스에 72시간 말미를 주며 최후통첩을 했다. 거부하면 네타냐후를 전폭 지지 할 것이라고 말해 하마스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전면 공격을 지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 09. 29 [EPA=연합뉴스]
트럼프 항복하라 최후통첩… 고립무원 하마스
하마스 무장해제·통치배제 담은 트럼프 평화안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는 일단 20개 항으로 이뤄진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안을 문서 형태로 공식 전달받으면 성실하게 검토하겠다 란 반응을 내놨다. 이 방안에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테러 공격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 충분한 인도주의 지원 제공, 이스라엘의 팔 주민의 강제 이주 방지와 가자 합병 불허,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와 가자 재건 등의 긍정적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동의하는 즉시 △ 전쟁 종료. 인질 석방 준비를 위해 합의한 선까지 이스라엘 군의 철수와 폭격·포격 등 모든 군사작전 중지, 완전한 단계적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전선 동결(제3항) △ 이스라엘의 공개 수락 시 48시간 이내 모든 생존·사망 인질 귀환(제4항)과 팔레스타인 종신형 수감자 250명과 구금된 가자 주민 1700명 석방 및 유해 교환(제5항) △ 합의 수락 즉시 가자에 전면적 구호품 제공 등이 이뤄진다.
문제는 전후 가자 통치와 관련해 휴전 협상의 당사자인 하마스를 철저히 배제한 대목이다. 트럼프 평화 구상 제13항은 하마스는 가자 통치에서 직접적, 간접적으로 또는 어떤 형태로든 역할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고 못 박고 있다. 이웃 국가들에 위협이 되지 않는 탈급진화된 테러 없는 구역(제1항)이 트럼프가 상정한 전후 가자의 모습인 만큼 그가 보기에 테러 조직 인 하마스가 가자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논리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폭격 이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9. 30 [로이터=연합뉴스]
평화공존과 무장해제를 약속하는 전제
하마스 대원들의 사면과 제3국행 허용
그 연장선에서 가자 비무장화가 진행된다. 제13항은 △ 터널과 무기 생산 시설 등 모든 군사적, 테러, 공격용 기반 시설의 파괴와 재건 불허 △ 독립적 감시단의 감독하에 가자 비무장화 △ 영구적 무기 사용 금지와 무기 회수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도록 했다.
다만 평화 공존과 무장해제 약속 을 전제로 하마스 대원들의 사면과, 원할 경우 제3국행을 보장(제6항)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협조하면 숨 쉬고 살도록 은 해주겠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은 하마스엔 항복 요구서 나 다름이 없다. 인질 석방, 무장해제, 통치권 포기 등 요구 조건만 있지, 그에 걸맞은 보상 은 없어서다. 알자지라의 선임 정치분석가 마르완 비샤라는 트럼프의 계획은 하마스에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절친인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내다봤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왼쪽)가 15일 도하에서 아랍-이슬람권 긴급 정상회의에 앞서 사우디아리바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영접하고 있다. 2025. 09. 15 [SPA=AFP=연합뉴스]
서방국, 아랍·이슬람권, 팔 당국도 환영
협상 상대 하마스에 하마스 배제 안 제시
하마스를 특히 더 곤혹스럽게 하는 건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비난하며 팔 국가 공식 승인 대열에 동참했던 프랑스, 영국 등 서방 국가들뿐 아니라, 파타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아랍, 이슬람권 국가들도 트럼프의 제안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 점이다.
먼저 PA는 팔레스타인 와파 통신이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제안에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진심 어리고 지칠 줄 모르는 노력 이라고 환영하고 평화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다 고 밝혔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요르단,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 장관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전쟁 종식, 가자 재건, 팔레스타인 인민의 강제 이주 방지, 포괄적 평화 진전 방안, 서안 지구 합병 불허 등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환영한다 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는 자신들을 완전히 배제한 협상안을 받기도, 거부해 모든 비난을 무릅쓰기도 난처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조직 차원에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고 할 수 있지만, 극한을 넘어 더는 견디기 힘든 가자 주민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하마스의 고위 인사인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회견 내용은 이스라엘 관점에 기울었고, 전쟁 지속을 위해 네타냐후가 고집하는 것과 가깝다 고 말했다.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있은 직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몸을 피하고 있다. 2025. 09. 27. [EPA=연합뉴스]
전후 가자 통치의 실권은 평화이사회 에
트럼프가 이사장 겸 의장, 블레어는 이사
전후 가자는 기술 관료적이고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 의 임시 과도기적 통치를 받는다. 가자 주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 제공과 지방자치단체 운영이 주임무다.(제9항) 이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장과 의장을 맡는 새로운 임시 기구인 평화 이사회 (Board of Peace)의 감독과 관리를 받게 되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일부 국가 정상들이 이사진에 참여한다. 평화이사회는 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가자 통제권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가자 재개발 체계 마련과 자금 관리를 하게 된다.
전후 가자의 안보와 관련해 미국은 아랍 및 다른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해 임시 국제안정화군 (ISF)을 구성하고, 즉시 가자에 배치할 것이다. ISF는 검증된 팔레스타인 경찰력을 훈련·지원한다.(제15항) 제20항에선 팔레스타인 국가 문제를 다뤘다. 가자 재개발이 진전되고 팔레스타인의 개혁 프로그램이 이행되면, 팔레스타인 인민의 열망으로 인정되는 팔레스타인 국가 로 가는 믿을 만한 경로가 마련될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를 점령하거나 합병하지 않는다. ISF가 통제와 안정을 확립함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비무장화와 연계된 기준, 이정표, 시간표에 따라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점령한 영토를 ISF에 점진적으로 인계하면서 철수하게 된다. 다만, 가자가 어떤 재발하는 테러 위협으로부터도 제대로 안전해질 때까지 안보 경계선 주둔 은 유지된다.(제16항)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18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짐을 챙겨 남부 가자 해안을 따라 피란하고 있다. 2025. 09. 18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안보 경계선 주둔 독소 조항
이스라엘군 영원히 떠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평화안 엔 중요한 몇몇 부분에서 내용이 모호하거나 독소 조항 도 발견된다.
먼저, 아랍·이슬람권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팔 국가 수립과 두 국가 해법 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다만 팔레스타인 인민의 열망 이라고 뒷맛만 남겼다. 이에 블룸버그는 팔 국가에 반대하는 네타냐후의 입장이 반영됐다며 친이스라엘 계획 이라고 논평했다.
두 번째는 전후 가자 통치에서 PA의 참여 여부다. 트럼프 평화안에는 훗날의 일이지만, 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가자 통제권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팔레스타인 위원회 가 과도기적 통치를 한다고 돼 있는데도, 네타냐후는 회견에서 가자에는 하마스도, PA도 운영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간 정부가 수립될 것이다 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 시한을 명시하지 않고, 안보 경계선 주둔 은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이에 워싱턴 D.C.에 사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정치분석가 오마르 바다르는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 내부에 안보 경계선을 무기한 점령할 수 있게 하고, 철수 시한도 없으며, 이스라엘이 떠나고 싶을 때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영원히 떠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외교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하마스가 단기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유인이 뭔지 상상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특히 발라크리슈난 라자고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X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유된 가자 지구 지도에는 이스라엘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하되, 세 번째 철수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안보 완충지대 를 유지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면서 최악 중에는 전범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과도 당국 과 영구 완충지대를 통한 토지 강탈이 있다. 이 과정은 반드시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빗금쳐진 부분이 이스라엘군의 제3차 철수 후 조성되는 안보 완충 지대 라고 백악관이 올려놓은 그림. 2025. 09. 29 [출처. 발라크리슈난 라자고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 X계정]
이스라엘 가자 집단학살 범죄 언급 없어
가자 대학살에 대한 정치적인 은폐 시도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퀸시연구소 연구원 아넬 셸라인은 하마스가 갑자기 자신들의 존재를 포기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면서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할 거라는 걸 미국 자신도 알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 측이 평화를 가로막는 것처럼 비치도록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아랍센터 선임연구원 유세프 무나예르는 전 세계가 이스라엘을 거부하는 시점에 가자 대학살에 대한 정치적인 은폐 시도 라고 비판했다. 하마스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내걸고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면죄부를 주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가 트럼프 평화안 을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도 북부 최대도시 가자시티를 포위하고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다. 28일 가자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10·7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6000명을 넘어섰으며, 16만8162명이 부상했다. 하마스는 민간인 등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억류했으며, 현재 생존 인질은 20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트럼프 평화안 의 최대 맹점은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른 네타냐후 극우 광신 정권에는 어떤 책임과 처벌을 가할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한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27일 보도에선 트럼프 평화안의 조항이 모두 21개였으나, 이날 공식 발표한 방안에는 이스라엘은 앞으로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다 는 조항이 빠졌다. 네타냐후가 카타르 군주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