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석방 교섭 끝났지만…근본 문제 해결 미지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 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들이 체포 구금된 사건과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의 신속한 대응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 고 밝혔다.
강 실장은 그러나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다”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당한 이들은 대부분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구금 시설에 있는 상태다.
사건발생 뒤 정부는 과거 열악한 환경으로 지적받은 이 시설에 구금된 한국인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미국 쪽과 협의를 이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단속 이후 한미 양국은 서울 및 워싱턴, 애틀랜타 현지에서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왔다 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건설적 논의를 이어가던 와중에 터진 이번 일에 적잖게 당혹스러워했다가, 이날 석방 교섭을 발표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미 당국의 법 집행임에도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할 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며 조기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금된 가운데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구금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소속은 47명(한국 국적 46명·인도네시아 국적 1명)이고, HL-GA 배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은 250여명으로 파악됐다. 2025.9.7. 연합뉴스
미국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한 단속
일각에선 양국이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한미동맹 현대화 방안을 논의하는 건설적 흐름에 이번 일이 자칫 걸림돌 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이번 일은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 이민 단속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성과 부풀리기에 혈안이 된 담당 기관의 대규모 검거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는 전했다.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단속이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고 순전히 미국 국내 정치적인 의제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대미 투자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미 경제협력 의지 혹은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한 미측도 사태 해결에 일정 부분 협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강 실장은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정부는 대미 사업을 위한 단기 파견에 필요한 비자 카테고리 신설이나 비자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측과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B1 비자나,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일을 하다 체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 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B-1 비자는 상업·산업 노동자들의 장비·기계의 설치·작동·보수 및 현지 직원 교육에 활용될 수 있으나, 실제 건설 작업 수행은 불가하고 급여도 미국 내 사업체에서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미국 취업비자 문제는 정부가 오래간 공 들여왔음에도 쉽사리 풀지 못한 문제라 향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반이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전부터 대미 투자 확대 흐름을 고려해 비자 제도 유연성이나 카테고리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국무부 측에 꾸준히 전달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임태환 조지아 미국 동남부 연합한인회장은 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미 당국의 이민 단속과 관련, 한국 기업에 대해 특별 취업 허가가 검토돼야 한다 고 말했다. 2025.9.7. 연합뉴스
현지 한인회장도 사건 배경에 미국 국내 정치 요인”
한편 6일 와 인터뷰한 임태환 조지아 동남부 연합한인회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특별 취업허가”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미국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법을 존중해야 하고, 현실적·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번 일제단속이 장기간 준비해서 진행한 것을 보면 의도가 있는 이례적 단속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치적 배경”에 관한 질문에는 이걸 이재명 정부와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내 생각에는 미 당국이 수개월 전부터 오랜 기간 준비해 작전을 한 걸 보면 트럼프의 의도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나 지지자 규합 등 국내 정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치적 배경’이 있다면 보수언론이나 야당 일각에서 얘기하는 트럼프 정부의 ‘이재명 정부 길들이기’나 관세협상 과정에서의 한국쪽 실책 또는 은폐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 사정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연합뉴스
조지아, 내년 중간선거 앞둔 민감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 시점에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연방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30여 석, 30여 명의 주지사, 그리고 주 의회 의원들과 시장 등을 새로 선출한다. 내년 11월 초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지금 박빙의 상하원 과반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다수파 유지에 실패할 경우 트럼프 정권이 어려워지는데다 복수의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이후 사실상 레임덕 상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상적으로 중간선거는 집권당에게 불리하다.
특히 조지아 주는 박빙의 득표 차로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가운데 하나여서 공화 민주 양당간 경쟁이 치열한 민감한 지역이다. 이번 한국인 노동자 일제단속도 이런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권 출범 전부터 기획해 온 것으로 알려진데다, 그 단초가 된 것이 이 지역 극우 트럼프주의 정치인의 제보였다. 임 회장의 얘기는 조 바이든 전임 정권 때 인가 받아 공사를 해 온 현대-LG 합작 공장 건설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득표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이나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기관이 현지의 노동자 채용 허점을 파고들어 ‘한 건’ 하려고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 시점인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인 선거일에 실시되는 총선이다. 중간선거에 선출되는 연방 공직에는 미국 하원의 435석 전체와 미국 상원의 100석 중 33~34석이 포함된다.
또 미국 50개 주 중 34개 주는 중간선거에서 4년 임기 주지사를 선출하고, 버몬트주와 뉴햄프셔주는 중간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2년 임기 주지사를 선출한다. 따라서 중간선거에서는 36명의 주지사가 선출된다. 또한 많은 주에서는 중간선거때 주 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선거가 치러진다. 투표 용지에는 많은 시장(행정가), 기타 지방 관공서 및 다양한 시민 발의안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