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을 ‘요지경’으로 보는 언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2월 27일, 조선일보에 ‘[동서남북] 요지경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칼럼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요지경’이라 단정 짓고 ‘서툰 실험’이라 규정했다. 무주군의 자체 지급을 즉각 휘발되는 것”으로, 신안군의 인구 증가를 ‘제로섬 게임’으로 표현했으며, 연천군 청산면의 실험 결과를 반짝 효과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문장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나라에 돈 많아요” 발언을 배치하며 정책 전반에 의문을 던졌다. 그럴듯한 수사를 동원해 농어촌기본소득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듯한 어조로 일관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며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 인구의 56.6%(2025년 전망)가 65세 이상이며,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년 6월 기준 분석에서 전국 229개 시군구 중 62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현실 앞에서, 그 비판이 과연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를 말이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은, 청년이 떠난 빈집은, 불 꺼진 마을회관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수십 년 동안 외면해온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이며,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역사적 과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당 칼럼의 몇 가지 오류를 사실에 근거하여 바로잡고자 한다.
전북 장수군민에게 농어촌기본소득 이 처음 지급된 26일 장수군청에서 열린기본소득1호 수령자 전달식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장수 다둥이 가족과기본소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6.2.26.연합뉴스
수치 오독하고 현장 목소리 외면한 칼럼
첫째, 연천군 청산면 인구 변화를 오독했다. 해당 칼럼은 시행 전보다 1.4% 줄었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뉴스타파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직전인 2021년 12월 청산면 인구는 3895명에서 2024년 4068명으로 173명(+4.4%) 증가했으며, 2025년 6월 현재도 116명 더 많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천군 전체가 같은 기간 4.3% 감소한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해당 칼럼이 인용한 수치는 단기 고점 대비 하락률을 시행 전 대비 감소인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장기 추세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경기G뉴스’에 소개된 청산면 백의리 10년 거주자 이효승 씨는 이렇게 전했다. 농촌기본소득 지급 전에는 이 동네 아파트 공실이 많았는데 지급 후 공실이 없어졌고, 기본소득을 청산면 안에서만 써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곳으로 와 창업하는 소상공인도 늘었다” ‘농업인여성신문’ 현장취재에서 청산면 궁평2리 한태화 이장도 최근 몇 년 새 미용실과 카페, 식당 등 새 가게들이 생겼다”고 밝혔다. 통계와 현장 증언이 함께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기본소득이 농촌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제로섬’이라는 프레임과 ‘돈 뿌리기’라는 표현은 정책의 본질을 가린다. 해당 칼럼은 신안군 인구 증가와 목포시 인구 감소를 함께 제시하며 ‘제로섬 게임’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농어촌기본소득은 처음부터 농촌 소멸 방지를 위한 정책이다. 목포는 소멸 위험지역이 아닌 광역 중소도시다. 도농 간 인구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농촌으로의 인구 이동을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임에도, 이를 ‘제로섬’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외면한 해석이다.
더욱이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6년 2월 24일 제6차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10개 군 신규 유입 인구의 26%는 수도권 출신이고, 17%는 인근 대도시 출신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전체의 43%에 달한다는 것은, 이 정책이 단순한 인접 지역 간 인구 이동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다. 100%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어 해당 지역 소상공인에게서만 소비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가 소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민컴(B-Mincome)’ 실험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단 25%만 지역화폐로 지급해도 골목상권 승수효과가 21.79%, 일반 현금의 3.51배에 달했다. 100%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한국의 농어촌기본소득에서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지역화폐는 ‘즉각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반복 순환하며 자영업자·식당·마트·의원 등 골목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낸다.
전북 장수군민에게 농어촌기본소득 이 처음 지급된 26일 장수군청에서 열린기본소득1호 수령자 전달식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기본소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2.26. 연합뉴스
국가 총예산의 불과 0.087% 사용하는 값진 실험
셋째, ‘서툰 실험’이 아니다. 해당 칼럼은 정교한 정책 설계가 없어 효과를 따져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하여 비교군 설정을 포함한 체계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 설계가 진행 중인 ‘실험’을 두고 평가 기반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의 비판이다.
국제적 경험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2017~2018년 2000명에게 월 560유로(당시 환율로 약 72만 원)를 지급한 결과,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취업 일수도 개선됐다. 케냐의 12년 장기 실험에서는 GDP 성장과 창업 증가가 관찰됐다. 나미비아 실험에서는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루어졌다. 스코틀랜드도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에서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가 실증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역시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평가해야 한다.
넷째, ‘재정 논쟁’을 정확한 수치와 맥락으로 따져보자. 해당 칼럼은 이재명 대통령의 나라에 돈 많아요” 발언을 인용해 글을 맺었다. 그러나 그 발언은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위로의 말을 재정 방만의 근거로 활용한 것은 발언의 본래 맥락과 전혀 다른 ‘단장취의(斷章取義)’의 전형적인 사례다.
재정 규모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2년간 예상 총사업비는 1조 2664억~1조 2676억 원으로, 2026년 총예산 727.9조 원 대비 연간 0.087% 수준이다. 더욱이 이 중 중앙정부 국세는 40%인 약 4682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납부한 지방세다. 전체 국가 예산의 1000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이 재원을 두고 ‘낭비’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비판인가?
지금은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동아줄’을 함께 붙잡아야 할 때다. 특히 신안군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햇빛연금(발전소 인근 섬주민 기준 평균 월 56만 원)과 농어촌기본소득(월 20만 원)을 결합해, 수혜 주민의 경우 평균 월 76만 원의 소득을 나눠 받으며, 2022년부터 4년 연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무려 3685명(9.65%)이 한 해에 순유입되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 인구 유입 1위 지역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소멸해가는 농어촌에 동아줄 내려줘야 할 때
수치는 더 있다. 2026년 2월 24일 제6차 국무회의 보고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 이후 단 3개월 만에 10개 군 인구가 4.1% 증가했다. 증가 인구의 32%인 4163명이 39세 이하 청년이었으며, 청년층 증가율(5.6%)은 전체 인구 증가율(4.1%)을 유의미하게 웃돌았다. 더욱이 유입 인구의 26%는 수도권, 17%는 인근 대도시 출신으로, 전국 각지에서 농촌으로의 실질적인 인구 분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온 이유가 단순히 현금 때문만은 아니다. 기본소득이 마을에 새 가게를 열고, 사람을 불러오는 등, 지역에 활기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이 완벽한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선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제도 설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이 정당하려면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소멸해가는 농촌에 드리워진 동아줄을 끊는 것보다, 그 동아줄을 더 튼튼하게 엮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 농어촌기본소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소멸 위기의 농촌을 살릴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해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