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불법 확인되면 탄핵 망설이지 말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답변은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웠다. 이재명 사건의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이 정치재판이었다는 의혹에 그는 개인적으로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고 했지만, 정작 구체적 질문에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을 방패 삼아 침묵으로 일관했다.
‘적법한 절차였느냐’는 질문에 침묵 일관한 조희대 대법원장
이는 전형적인 논점 회피다. 헌법 제103조의 법관 독립과 법원조직법 제65조의 합의 비공개 원칙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묻는 것은 판결 내용이 아니라 심리 절차의 적법성이다. 대법관들이 사건 기록을 실제로 열람했는지 입증하는 전자문서 로그 기록 제출 요구가 어떻게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가?
핵심은 간단하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심리하고 판결했느냐는 물음이다. 소부 배당 후 단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초유의 조치를 설명하라는 것이 헌법 제103조, 법원조직법 제65조와 무슨 상관인가? 조 대법원장은 법 조문 뒤에 숨지 말고 절차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의 생명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다. 국가 운명이 걸린 사건일수록 절차의 적법성은 더욱 중요하다. 법을 어긴 자를 심판하는 법원의 수장이 정작 적법한 절차를 위반했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까지 참조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전원합의체는 정상적 절차를 생략한 채 단 이틀간의 심리만으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일주일 뒤 선고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고려대 로스쿨 김선택 명예교수는 법사위 청문회에서 사전에 판결 방향이 공유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진행 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각본 의혹을 우회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비상식적 판결을 주도한 조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만약 특권 뒤에 숨어 궤변으로 일관한다면, 이제 탄핵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눈을 깜빡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2025.10.13. 국회방송 갈무리
쏟아지는 불법 의혹에 대법원 해명은 거짓말투성이
사건 기록 열람 과정에서 불법 행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전현희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전자 스캔 기록 열람은 현행 규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불법 행위 라고 지적했다. 핵심은 전자스캔 기록의 열람 시점이다. 형사소송업무 처리 지침 제3조에 따르면 전자기록 시스템은 시범 시행 법원에서만 적용된다. 대법원은 2025년 5월 1일부터 시범 시행 법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재명 사건은 3월 28일 접수되어 5월 1일 선고됐다. 전자법원 지정 이전에 심리가 진행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절차상 불법이다.
당시 대법원이 종이 기록이 아닌 전자스캔 기록을 열람했다면 이 또한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이 판결은 법적 절차를 위반한 상태에서 내려진 셈이며, 그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에서 전자기록 열람 시점에 대해 출석할 때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대법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록 심리는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절차다.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기에 그 절차는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사법부 최고 기관인 대법원의 심리 절차에 불법 요소가 개입되었다면, 재판의 공정성은 근본부터 무너진다. 전현희 의원의 지적대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전원합의체가 불법적으로 전자기록을 열람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한 위법 행위이자 탄핵 사유다. 조 대법원장에게 이재명 사건의 무죄 판결을 막겠다는 개인적 목표가 없었다면, 이토록 무모한 행위를 감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법부 독립’ 외치던 양승태 일당의 사법 농단 뒷거래
조희대 대법원장의 안하무인식 버티기는 사법부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독재 시절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사법부가 다시 헌법적 통제를 벗어나 재판을 정치권력 유착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정치 재판은 한국 사법부의 오래된 고질병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은 비판적인 법관을 사찰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목표 아래 정권과 유착해 긴급조치 피해자 배상,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 주요 시국 사건들을 뒷거래 수단으로 악용했으며, 실제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를 위해 작성된 BH 설득 방안 이라는 비밀 문건에는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 는 고백적 내용이 담겼다. 입만 열면 사법부 독립을 주창하던 사법부 수장이 뒤로는 사법부를 대통령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이 위선적 이중성은 사법부의 추락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법 카르텔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양승태 일당의 사법 농단을 규명하려는 수사는 법원의 철통 방어에 막혀 실체적 진실을 전혀 파헤치지 못했다. 사법 농단 수사를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모조리 기각됐다. 사법부가 스스로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차단한 것이다. 이것이 사법부의 독립이고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인가?
단죄 되지 않으면서 도덕적 마비 상태에 빠진 사법부 수뇌부
부실 수사의 결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와 전직 대법관들은 2024년 1월 1심에서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지만 유죄 선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판부는 남용할 직권이 없으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는 기이한 논리로 면죄부를 건넸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4.1.26 연합뉴스 [공동취재]
문재인 정권 초기에 터져나온 양승태 일당의 사법 농단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문재인 정권은 사법개혁을 요란하게 외쳤지만 실제 성과는 거의 없었다. 검찰이 사법 농단 관련 판사 명단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넘겼지만, 그는 단 한 명도 징계하지 않고 전원을 업무에 복귀시켰다. 사법 농단 관련자들이 단죄되지 않으면서 사법부의 수뇌부는 정치 판결을 내리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도덕적 마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 개입 판결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사법 농단을 무사히 넘긴 사법부는 스스로를 신성불가침의 집단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정치 권력의 일원이 되어 마음대로 재판해도 제재받지 않으니 더 대담하게 정치에 개입한다. 룸살롱 향응 의혹을 받는 판사조차 정치판사 네트워크에 속하기만 하면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사법부는 헌법적 통제에서 벗어나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재판소원제, 재판왜곡방지법, 대법관 증원… 사법개혁 위한 숙제들
민주당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정치 집단화를 방치하면 법치주의는 무너지고 민주주의도 뿌리째 흔들린다. 사법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사법부의 정치적 재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판소원제 도입과 재판왜곡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재판소원제는 사법부의 독점적 재판 권한에 대한 민주적 견제 장치로, 대법원 판결 자체에 위헌적 요소나 절차적 하자가 있을 경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사법부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재판왜곡방지법은 법관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왜곡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판결을 내릴 경우 명확히 처벌하는 법이다. 현행법상 법관의 직권남용은 입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서 드러났듯 사법부 내부에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법적 차단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대법관의 증원도 필요하다. 대법관을 현재의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해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고 사법부 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법관 평가제 개편, 판결문 공개 확대,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를 통해 사법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내란 사건과 같이 국가적 중대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들은 제도 보완을 넘어서 사법부가 진정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조희대 응징이야말로 사법개혁의 시작 알리는 신호
가장 시급한 일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단호한 책임 추궁이다. 헌법 제65조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모든 법관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탄핵소추될 수 있음을 명시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판결절차에서 중대한 불법성이 확인되면 민주당은 탄핵으로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탄핵을 통한 사법쿠데타 주동자 처벌은 사법부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국민에게 사법개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당시 책임자들이 무죄 판결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같은 행태를 반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은 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사법부 전체에 정치개입 불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법관의 권력이 국민을 향해야 하며, 재판이 정치의 도구가 아닌 정의 구현의 장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법치주의는 기능을 상실하고 국민의 기본권은 권력의 자의에 좌우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이르는 사법부의 정치개입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민주헌정체제의 위기다. 사법부의 정치적 개입을 제도적으로 완벽히 차단할 강력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