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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죄수 칼에 사망한 아일랜드 태생 인도총독, 메이요 백작

죄수 칼에 사망한 아일랜드 태생 인도총독, 메이요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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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태생에 귀족 작위를 달고, 인도 땅 위에서 제4대 영국총독 으로 군림하다가 안다만 섬의 감옥소를 시찰하던 중 죄수의 칼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다. 리처드 사우스웰 버크, 메이요 백작 6세(Richard Southwell Bourke, 6th Earl of Mayo, 1822~1872). 이름부터 길다. 이름이 길수록 권력이 세다는 속설이 있다면, 이 양반은 충분히 검증해 준 셈이다. 그런데 이 인물의 이야기를 그냥 먼 나라 귀족 이야기 로 흘려버리기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땅에서도 너무나 생생하게 되풀이되는 장면들이 많다. 메이요 백작 1867년경.(위키피디아) 아일랜드 귀족이 인도를 다스린다는 것 1822년 2월 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리처드 버크는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한 뒤, 1845년 러시아를 여행하고 이듬해 기행문까지 펴낸 당대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 였다. 아일랜드 귀족이 러시아 황제의 궁정을 구경하고 책을 쓴다. 그 시절 유럽 상류층의 삶이란 참으로 여유로웠다. 물론 그 여유는 지배받는 자들의 등 위에 세워진 것이었지만. 버크는 1847년부터 1868년까지 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킬데어, 콜레레인, 코커머스 등 여러 선거구를 옮겨 다니며 1852년, 1858년, 1866년 세 차례에 걸쳐 아일랜드 수석 장관직을 역임했다. 이쯤 되면 행정의 달인 이라 불러 마땅하다. 실제로 그와 함께 일한 군인이든 외교관이든 부서 책임자든, 모두가 그와 한 번 회의를 끝내고 나오면 자기 계획의 허점을 이미 짚어낸 사람을 만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는 증언이 전해진다. 요즘 말로 하면 디테일에 강한 리더 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행정능력 이 식민지배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1869년 1월 12일, 버크는 인도 캘커타에 도착해 영국령 인도의 제4대 총독으로 취임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의원도, 장관도 아니었다. 빅토리아 여왕 아래 수상 다음가는 서열, 사실상 수억 명의 삶을 손아귀에 쥔 권력자가 된 것이다. 1860년경 메이요 백작.(위키피디아) 업적이라 불리는 것들, 그 이중성 그는 총독 재임 중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인도 최초의 인구조사를 실시했으며, 적자 예산을 흑자로 전환하고, 농업·상업부를 신설했다. 또한 관개시설, 철도, 산림개발 등 각종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위원회를 설립했다. 겉으로만 보면 훌륭한 통치자다. 철도를 놓고, 물을 끌어오고, 예산을 흑자로 만들었으니. 그런데 누구를 위한 철도인가? 철도는 인도인들이 편리하게 이동하라고 놓인 게 아니라, 내륙의 자원을 항구까지 빠르게 실어 나르기 위해 놓인 것이었다. 그 자원들은 영국으로 향했다. 관개시설? 그로 인해 늘어난 농업생산량은 결국 영국으로 수출용이었다. 그는 또한 아지메르에 인도 귀족자제들의 교육을 위한 메이요대학 을 세웠는데, 설립비용 7만 파운드는 인도 귀족들 스스로가 갹출해 부담했다. 자기들 돈으로 자기들을 영국식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세운 셈이다. 이 학교는 지금도 인도의 이튼 이라 불린다. 참으로 식민지교육의 정수가 아닌가. 지배자의 가치관과 언어와 생활방식을 피지배자의 지도층에게 내면화시키는 일, 총칼보다 훨씬 오래가는 지배방식이다. 이것이 이른바 계몽적 식민주의 의 민낯이다. 우리가 너희를 개화시켜 주겠다 는 말 뒤에 숨겨진 것은 착취의 정교한 체계였다. 메이요 백작 초상화.(Richard Southwell Bourke (1822–1872), 6th Earl of Mayo, Viceroy (1869–1872) | Art UK) 역사상 유일한, 암살된 영국의 인도총독 역대 영국령 인도총독들 가운데 암살된 사람은 메이요 백작 단 한 명이다. 이 불명예스러운 유일 의 자리는 그가 애초에 감옥소를 시찰하러 갔기 때문에 얻은 것이었다. 그를 찌른 이는 셰르 알리 아프리디라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전직 군인으로, 혈족 살해죄로 종신형을 받아 안다만 섬의 감옥소에 갇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형이 너무 가혹하다고 여겨 총독과 감옥소장을 죽이려 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렇다. 메이요 백작은 아일랜드 수석장관 시절부터 형사정책에 관심이 많았고, 바로 그 관심이 그를 안다만 섬 감옥소로 이끌었다. 셰르 알리는 거사 동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신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인간 세상에 공범은 없다. 메이요 백작은 쓰러지며 버른 비서에게 겨우 한 마디를 남겼다. 버른, 나를 친 것 같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향년 49세. 50번째 생일을 불과 보름 앞두고였다. 그의 시신은 아일랜드로 운구되어 킬데어주의 중세 교회묘지에 묻혔다. 셰르 알리는 1872년 3월 11일 처형되었다. 죽음의 방식은 언제나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을 반추하게 만든다. 가장 잘 관리되어야 할 공간, 그것도 자신이 특별히 관심 가지던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 이보다 더 뼈아픈 역설이 있을까. 감옥에 수감 중인 메이요 백작 암살범 셰르 알리.(위키피디아) 한국에서 읽어야 할 시사점 자, 이제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첫째, 능력 있는 지배자 의 신화. 메이요 백작은 분명 유능했다. 그런데 그 유능함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작동했는가? 오늘날 한국에서도 그래도 저 사람은 일을 잘 한다 는 말이 많은 문제를 덮어버리는 데 사용된다. 능력과 정의는 다르다. 유능한 관료가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면, 오히려 그 피해가 더 크고 더 정교해진다. 철도를 더 빨리, 더 많이 놓을수록 자원 수탈이 더 효율적이었던 것처럼. 둘째, 계몽 이라는 이름의 동화 압력. 메이요 대학이 인도 귀족자제들에게 영국식 교육을 시킨 것처럼, 오늘날에도 특정 엘리트 교육체계가 사람들을 지배적 가치관에 적합한 인간으로 빚어내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돈을 내고, 스스로 그 틀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면 지배질서를 내면화한 자발적 협력자 가 된다. 이것이 가장 정교하고 가장 지속적인 지배방식이다. 지금 우리 교육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는가! 셋째, 제도는 시찰하는 사람도 삼킨다. 메이요 백작은 감옥제도를 점검하러 갔다가 그 감옥 안에 갇힌 사람에게 목숨을 잃었다. 제도가 만들어낸 분노와 절망은 언제나 어딘가에 쌓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사회 곳곳에는 제도의 그늘 아래 누적된 분노가 있다. 그것을 이상한 사람들의 일탈 로만 처리하고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카셀의 인도 역사 삽화집(1880)에 실린 메이요 경 암살 .(위키피디아) 동상에 대하여 메이요 백작이 암살된 뒤, 인도 자이푸르의 마하라자는 그를 기리는 3톤짜리 주철 동상을 세웠다. 그러나 1947년 인도독립과 함께 그 동상은 묻혔다. 60년이 지난 2007년에야 땅 속에서 다시 발굴되었다. 동상은 묻혔다. 60년간. 그리고 다시 나왔다. 지배자는 죽으면 동상이 되고, 동상은 묻히고, 세월이 흘러 다시 발굴된다. 그것이 역사다. 중요한 것은 발굴된 동상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묻느냐다. 저 사람은 위대했는가? 가 아니라, 저 사람의 위대함은 누구의 고통 위에 세워졌는가? 라고. 메이요 백작은 빈자리를 남겼다.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치세 동안 더 효율적으로 수탈당했다. 아일랜드 사람이 인도를 다스리는 그 기묘한 제국의 사슬 안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언제나 선명했다. 오늘 우리가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 사슬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태가 바뀌었을 뿐, 구조는 놀랍도록 집요하게 살아남는다. 잉글랜드 북부 코커머스에 있는 메이요 경의 동상.(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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