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던 공수처의 친윤 검사 , 뒤늦게 덜미 잡히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2024년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오른쪽은 공수처 현판 연합뉴스 사진.
이명현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한 혐의를 받는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를 겨냥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이전부터 더불어민주당 등에 의해 친윤 검사 로 지목됐던 인물로, 여러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볼 때 윤석열 정권을 위해 공수처에서 활동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정민영 순직 해병 특검팀 특별검사보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검팀에 파견된 공수처 인력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그들에게 확인할 내용이 있는 건 사실이고 일부에 대해서는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며 이분들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공수처에서 조사를 진행하기도 해서 수사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확인할 것이 있다 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공수처가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1년 넘게 통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공수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다만 통보의 시한은 별도로 나와 있지 않고, 공수처도 언제까지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대검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이어서 송 전 부장검사를 감싸기 위해 공수처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정 특검보는 위증 혐의에 한정해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공수처에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종합해서 살펴보고 있고, 그 대상 중에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서 다른 곳(대검찰청)으로 보내지 않은 부분도 포함된다 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직무유기 혐의로 의율할 수도 있다 고 전했다. 오동운 공수처장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후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 고 말을 아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9일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며 입장문을 읽고 있다. 2025.8.19. 연합뉴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전·현직 공수처 간부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피의자인 송창진 전 수사2부장의 자택과 참고인인 김선규 전 수사1부장, 박석일 전 수사3부장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가져가고 이들이 사용했던 공수처 집무실에서도 관련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023년 8월 채 상병 사망 은폐·외압 사건의 수사를 시작했던 공수처가 1년 반 넘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사를 장기간 지체한 경위와 함께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와 관련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특검팀은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 초기 수사팀 내부에서 대통령실 압수수색 및 주요 인물에 대한 통신 내역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결재가 계속 미뤄지는 등 수사 방해·외압이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고 송 전 부장검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전직 부장검사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송 전 부장검사의 혐의 확인을 위한 압수수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사건에 연루됐는지 언제 알았냐 고 묻자 공익신고자가 공수처에서 조사받은 것을 안 7월 10일 전까지 이 전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 고 답변했다. 김용민 의원이 6월 21일 법사위에서 입법청문회를 할 때 이미 이 전 대표가 여러 번 언급됐고 관련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몰랐느냐 고 질문했지만 역시 몰랐다 고 대꾸했다.
김건희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8.5. 연합뉴스
그러나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검사로 임용되기 전인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던 이종호 전 대표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주가조작에 쓰인 김건희 씨 계좌를 직접 관리했으며 작전세력의 컨트롤타워 로 지목돼 1·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해병대 출신인 이 전 대표는 특히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면서 임성근 구명 로비 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였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김건희를 배후로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인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그 전부터 공수처에서 이 전 대표가 속한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 관한 수사를 한창 진행할 당시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차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공수처의 주요 수사 현황을 모두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명백한 이해충돌 상황임에도 그는 지난해 7월 12일에야 직무회피를 늑장 신청했고 사흘 뒤인 15일 해당 사건의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됐다.
청문회 뒤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위증을 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그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에 이 사건 이첩을 요구해 넘겨받은 순직 해병 특검팀도 송 전 부장검사가 야당 측의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떠들썩했던 이 전 대표의 연루 의혹을 국회에서 증언한 시점보다 더 일찍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전시키고 있다.
2023년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상. 경찰이 같은 해 1월 2일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3.1.15. 델리민주 갈무리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재직하던 시절 채 상병 사건 외에도 여러 수사에서 미심쩍은 행보를 보여왔다. 사법연수원 33기인 그는 대구지검 특수부, 대검찰청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및 첨단범죄수사1부를 거친 전형적인 특수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09년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 밑에서 일했으며, 윤석열이 2011년 대검 중수부 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를 할 때도 합동수사단에서 함께 일하는 등 특수통+근무연 을 겸비한 친윤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뒤 2023년 2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그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울산시장일 때 그 동생 등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으로 고발됐던 전·현직 울산지검 검사 5명을 지난해 4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 의원의 친동생 A 씨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형이 울산시장으로 당선되면 건설업자 B 씨의 아파트 시행권 확보와 울산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그 대가로 B 씨와 30억 원짜리 용역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에 경찰이 변호사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울산지검 특수부는 A 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오히려 B 씨를 강요미수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송 전 부장검사는 또 공수처 수사2부장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부산 가덕도에서 살인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피가 흥건한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재빨리 물청소를 해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됐던 우철문 전 부산경찰청장과 옥영미 전 부산강서경찰서장을 지난해 8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민주당 측은 현장 보존은 범죄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 원칙인데 윗선 지시 없이 현장 경찰이 야당 대표 테러 현장을 물청소했다는 건 절대 납득할 수 없다 며 공수처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송 전 부장검사는 게다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에서 검찰과 거래했던 정황을 육성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장시호 녹취록 이 큰 파문을 일으켰음에도 무기력한 수사 끝에 사건을 사실상 덮기도 했다. 장시호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허위 증언 연습을 시킨 의혹 등을 받아 직권남용, 모해위증교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영철 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을 고발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이렇다 할 조사나 압수수색도 없이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 공수처도 이 모양이니…장시호·김영철 사건 끝내 뭉개
장시호 녹취록 은 장 씨가 가까운 지인과 통화하면서 털어놓았던 얘기들을 해당 지인이 녹음해 갖고 있던 것으로 2년치 녹음 파일이 1300여 개에 달한다. 이 녹취록에는 수사 검사가 수감 중인 피의자를 상대로 어떻게 회유 작업을 벌이며 증언을 압박하고 뒷거래를 하는지에 관한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검찰의 치부를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 는 표현까지 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종결하던 무렵 개인적인 이유 라며 돌연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2023년 2월 공수처에 합류해 임기가 2026년 2월까지인데 겨우 1년 9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를 떠나기 직전 작심하고 사법연수원 33기 동기이자 같은 친윤 으로 통하는 김영철 전 부장검사에게 마지막 선물 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송 전 부장검사는 당시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윤석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진행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공수처를 그만둔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지난해 11월 20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서영교·김승원·이성윤·박규택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철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윤석열-김건희 사단의 핵심 인물 이라며 그런 김영철 검사를 봐주기한 송창진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분류된다. 김영철 검사가 김건희 여사를 봐주고, 이런 김영철 검사를 송창진 검사가 봐주는 끼리끼리 봐주기 행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최고위원들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위원이 발언하며 게시한 뉴탐사의 장시호 녹취파일 단독 입수 영상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24.5.8.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