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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독일 녹색당의 길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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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조국 대표가 9%의 지지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2~4%대의 좁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선호도와 정당 지지율 사이의 이 뚜렷한 괴리는, 조국혁신당이 현재 봉착한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한국갤럽 3월 10일~12일 조사 정당 지지도 제3당 지위 유지 장담할 수 없는 낮은 지지율 이러한 간극은 혁신당의 전략적 재검토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혁신당은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 맞서 싸운 투쟁 국면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선명한 기치를 앞세워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역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본격 추진하면서 혁신당만의 차별성은 현저히 약화됐다. 설상가상으로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고정 지지층 확보 경쟁에 매몰되는 사이, 지지 기반의 외연 확장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원내 12석을 보유한 제3당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구도 속에서 혁신당의 존재감은 크게 희석됐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방선거 이후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물론 조국 대표가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한, 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부진하더라도 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당의 흥망은 유력 대선후보 보유 여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9%의 지지율은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기에는 다소 낮은 수준이며, 전체 유권자의 64%는 아직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유보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지지율 순위가 유동적임을 의미하며,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조국 대표가 대선주자 대열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갤럽 3월 3일~5일 조사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이처럼 혁신당의 지속적인 침체는 조국 대표의 대권 행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재의 정체 국면을 돌파하고 양당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이는 조국 대표의 대권 가도에 강력한 추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혁신당의 재건과 조국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념적 정체성, 지방 정치, 사회적 연대로 기반 닦은 녹색당 독일 녹색당(동맹 90/녹색당)의 성공 궤적은 혁신당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968년 유럽 전역을 뒤흔든 학생운동의 주역들이 반핵·환경·평화·여성운동을 기치로 전개한 사회운동은 1980년 녹색당 창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녹색당은 스스로를 환경주의·평화주의·페미니즘·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정치적 대표 로 규정하며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했고, 창당 불과 3년 만인 1983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5.6%를 득표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독일 통일을 계기로 동독의 민주화 시민운동 세력인 동맹 90 과 합당함으로써 범진보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녹색당은 창당 초기부터 지방 정치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주의회와 기초의회에서 꾸준히 세력 기반을 넓히며 정치적 뿌리를 내렸고, 1985년 헤센주에서 사민당과 세계 최초의 적녹연정 을 구성하며 첫 집권 경험을 축적했다. 이는 제3당이 연방 차원의 비례 의석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 생존을 담보할 수 없으며, 지방 정치에서부터 착실하게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울러 녹색당은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결합을 또 하나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고학력 도시 청년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환경·평화·인권 운동 등 다양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정책 공동체를 형성하며 풀뿌리 연대를 구축했다. 이러한 사회적 연대는 선거 성적이 부진한 시기에도 당의 지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저력의 원천이 되었다. 녹색당은 집권 사민당과의 관계에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사민당이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던 반핵·젠더·소수자 권리 등 진보적 의제를 선점함으로써 독자적 차별성을 확보하는 한편, 연정에는 적극 참여해 정책 실현의 발판으로 활용했다. 나아가 환경 문제에 머물지 않고 동성결혼 허용, 난민 지원 등 사회적 의제로 활동 영역을 과감히 확장하며 명실상부한 대안정당 으로 탈바꿈했다. 녹색당과 방향 같은 ‘사회권 선진국’의 ‘8대 권리’ 혁신당이 독일 녹색당의 성공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의제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이 시급하다. 검찰개혁 의제에 대한 편중에서 벗어나 정치개혁·기후변화·노동·복지국가라는 거시적 의제와 함께, 젠더·돌봄·주거·교육 등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삶의 의제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조국 대표가 최근 역설한 사회권 선진국 비전은 바로 이러한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그가 제시한 8대 권리 는 주거·건강·노동·교육·돌봄·환경·디지털·문화 등 인간다운 삶의 거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당의 공약보다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비전의 정교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건은 실천이며, 그에 수반되는 당의 이미지 전환이다. 혁신당은 검찰개혁의 당 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8대 권리의 당 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내외적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지방 정치에 뿌리내리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독일 녹색당이 연방 차원의 제3당으로 부상하기에 앞서 주의회와 기초의회에서 10년 이상 꾸준히 교두보를 쌓아왔듯, 혁신당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지방 조직 구축의 중요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정당들과 연대하여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실현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는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비례대표 확대로 이어지는 다당제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혁신 인재 1호 영입식에서 인천광역시 영종구청장에 출마할 안광호 전 인천경제청 본부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비례정당으로서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입지는 궁극적으로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의 2중대 로 전락하면 독자적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그렇다고 적대적 관계로 치달으면 정의당의 전철을 밟아 자멸할 수 있다.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와 소선거구제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제3당의 장기 생존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다당제와 연합정치의 쇄빙선 역할론은 깊이 새겨볼 만하다. 성급한 합당을 통해 결국 민주당에 흡수되는 수순을 밟기보다는, 전략적 연대를 기반으로 개혁 의제에서 과감하게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진보적 정치연합 전체를 견인하는 것, 즉 다당제와 연합정치의 허브로 기능하는 길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성공 방정식 적용할 수 있을까 조국 대표에게 지금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의 비전과 정치력을 직접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대선주자는 합당과 같은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침체에 빠진 혁신당을 검찰개혁 단일 의제 정당에서 사회경제적 영역을 아우르는 집권 가능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고, 민주당과의 의석 경쟁보다 정책 경쟁을 통해 범여권 전체의 개혁을 선도하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입증할 때, 조국 대표는 비로소 명실상부한 부동의 대선주자 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오는 6·3 지방선거는 혁신당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독일 녹색당의 성공 방정식을 한국의 정치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뿌리를 내리고, 의제를 과감히 확장하며,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찾는 전략적 혁신이 요구된다. 이를 실현할 때 혁신당은 조국 브랜드에 의존하는 정당의 한계를 넘어, 한국 진보정치의 새로운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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