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경제의 귀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일론 머스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두 사람은 그러나 5일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결별했다. 2025.6.5. AFP 연합뉴스
■ 신자유주의 붕괴 이후,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봉 이 아닙니다(No more being the world’s sucker).” 같은 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닙니다. 더 이상 공짜로 지켜주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UN General Assembly Speech, 2018.9.25 / Fox News, 2018.12.26)
이러한 발언에 대해 혹자들은 미국 외교노선의 변화, 또는 미국 고립주의의 부활 정도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단지 외교정책적 메시지가 아니라 미국 경제 전략의 전환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선언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지금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국가 전략의 중심축을 재편하는 과정에 있어 보입니다. 그 재편의 핵심에는 경제 위기와 그 대안을 전쟁경제에서 찾으려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고집스럽게 추진해 왔습니다. 감세, 규제 완화, 민영화를 통해 시장 효율이 최우선이라는 경제 원리를 신앙처럼 떠받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경제적 번영이 아닌 경제적 붕괴였다는 것이 이미 수치로 증명돠었습니다. 제조업 기반은 붕괴하고 중산층은 몰락했으며, 국가 경쟁력은 금융 투기와 부채 의존 구조로 대체되었습니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37조 달러가 넘는 국가 부채를 지게 된 것도 신자유주의 모델이 초래한 구조적 후유증이라 평가할 수 있슴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경제 구조가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정상적 경제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영향력 경쟁인가.
트럼프는 이 질문에 마주하여 매우 위험하지만 현실적인 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를 다시 살리려면 미국은 이긴 전쟁을 해야 한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군산복합체의 부활이며, 더 나아가 빅테크-군산 카르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권력 구조가 아닌가 추론해 봅니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미국 경제를 몰락의 길로 이끌었는가
오늘 미국이 처한 경제 위기는 경기 침체나 단기적 위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시스템 자체가 구조적 위기에 빠진 결과입니다. 이 문제의 출발점은 이미 앞의 칼럼에서 분석하였다시피,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에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효율’을 앞세워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고, 초국적 자본의 이동을 자유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구조적 파열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사실상 스스로 균열을 자초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 위기의 원인을 중국, EU,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외부의 ‘수탈’ 탓으로 돌렸고, 그 결과 미국 사회는 지목된 수탈자들을 향한 정치적 선동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미국 경제 위기는 외부 약탈의 결과가 아니라 내부 정책의 실패였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정당한 분석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남 탓이 아니라 경제체제 실패이며, 그 배후는 바로 자신들이 떠받든 신자유주의인 것입니다.
■ 미국 경제는 왜 ‘전쟁 의존 구조’로 이동하게 되었는가
신자유주의의 붕괴 이후 미국은 더 이상 생산 중심 경제로 복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합니다. 제조업 재건은 선언적으로만 존재할 뿐 높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현실성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 국가 재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기준 국가부채 37조 달러(GDP 대비 124%)를 넘어섰으며, 재정적자는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황입니다. 미국의 패권 유지에 과거에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정치적 장악력이 존재했지만, 이제 미국이 의존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지속적인 국채발행으로써 미국의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강력한 군사력으로 다른 국가들의 도전이나 이탈을 막아서는 길입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만성적 적자구조와 중국의 도전 등으로 달러의 힘만으로는 패권국의 지위를 지킬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2차 대전 이후 현재까지 누리고 있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감독권 강화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전략적 선택인 것입니다.
이런 구조적 위기 속에서 미국 경제는 부채 증가→국방비지출 확대→군수산업으로 이어지는 전쟁 의존 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은 미국 경제에서 불가피한 선택 정도가 아니라 구조적 의존 현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국방비 증액→군수 계약 증가→기업 이익 증가→정치 자금 순환이라는 경제-정치 카르텔 구조가 작동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국제정책에서도 군사적 개입 성향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쌍둥이 적자구조하에서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 강화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동맹국들에게 군사비 부담을 전가하거나 확대시키는 방안이 필수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NATO, 일본, 한국 등에 대해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한 것도 단순한 외교 압박이 아니라 군사력과 동맹 구조를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은 더 이상 공짜로 세계를 지켜주지 않는다”며 군사력의 상업화를 사실상 선언하였습니다.
■ 군산복합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 오히려 더 강력하게 귀환했다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이 경고는 오늘 현실에서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난 뒤 군산복합체는 약화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전쟁 구조가 변형되면서 더 깊고 넓은 형태로 재등장했습니다. 아래의 표는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들의 연간 수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해당 기업들의 매출에서 방산 관련 자료만 정리한 것인데, 여기에 소개된 미국 방산기업의 순위가 곧 세계 방산기업의 순위와 같습니다.
미국 군수 기업 상위 5개사는 여전히 미 국방 예산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발표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4》(2025.03 발표)기준에 따르면, 세계 5대 방산수출국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국제 방산 수출 통계는 ‘달러 금액’으로 발표되지 않습니다.
* 자료 :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SIPRI) 의 보고서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4”— 이 보고서에 2020-24기간 방산 수출 상위국과 수출 점유율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SIPRI+1
SIPRI는 TIV(Trend Indicator Value, 무기이전지수)라는 표준화 지수로 비교합니다. 따라서 국제 비교는 TIV 기준 점유율(%)로 해야 하며, 금액(USD)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표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전 세계 군사력의 반에 해당하고, 방산 수출금액 또한 50%에 해당합니다. 미국이 IT, 금융과 함께 세계 1등을 자랑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이 방산분야인 것입니다. 더욱이 이 방산분야는 미국의 패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더욱 미국이 지키고 확대해야 할 최고의 전략분야인 것입니다. 이러한 분야에 미국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 방산은 국제 분쟁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분쟁이 많을수록, 국제적 군사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미국 방산기업의 매출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
군산복합체는 전쟁이 계속될수록 성장하며,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방 전략 형성 과정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방비가 매년 증가하는 근본적 이유는 전쟁이 ‘경제적 필요’가 되어버린 구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이 세계 방산수출 5위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일부 언론과 정부는 한국이 세계 5위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 표현은 통계 기준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홍보성 표현에 가깝습니다. 해당 순위는 국제 기준이 아닌 ‘계약 체결 금액(USD)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이며, 실제 무기 수출 규모를 평가하는 공식적인 국제 통계 기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 비교는 SIPRI가 사용하는 TIV(Trend Indicator Value, 무기이전지수) 기준이 일반 원칙입니다. SIPRI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수출 순위는 세계 9위로, 이는 ‘계약 기준 5위’와 ‘실질 기준 9위’ 사이에는 분명한 통계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한국 방산의 경쟁력 상승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계약 규모와 실제 수출 실적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 평가 역시 홍보가 아닌 객관적 지표에 근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 트럼프주의(MAGA)와 결합 - 신(新) 군산체제의 등장
21세기 전쟁은 총과 전차보다 데이터와 위성, AI가 지배하는 전쟁으로 변했습니다. 전쟁 기술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네트워크·데이터 통제 체계로 이동하면서, 과거 군산복합체를 이끌던 록히드마틴·레이시온 중심 체제는 빠르게 팔란티어(Palantir), 스페이스X/스타링크(SpaceX/Starlink), 안드릴(Anduril)로 대표되는 신(新) 군산복합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군사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군사-경제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 팔란티어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팔란티어는 데이터 군사정보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동향 분석과 표적 타격 시스템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폭발적으로 키웠습니다. 미국과 NATO 군사작전에 깊이 관여하면서 매출이 4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고, 사실상 전쟁 데이터의 독점 기업으로 변했습니다.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은 트럼프의 핵심 정치 후원자이며, 민주주의는 자유와 양립할 수 없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온 이념적 극우 인사입니다.
안드릴은 자율살상무기(AI 드론, 로봇 방어체계)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신흥 군산기업입니다. 창업자 파머 러키(Palmer Luckey)는 트럼프의 국경장벽 정책을 지지하며 미국 내 반이민 정책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극우 정치 자금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으며, 사실상 AI 군사화의 정치적 파트너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Elon Musk)입니다.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이미 미국 정치와 군사 전략을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한 인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통신망을 마음대로 통제하며 전장의 작전을 좌우했고, 그의 판단 하나가 국지 작전의 성패를 바꿔놓은 사례들이 공개되었습니다. 즉, 한 민간인이 전쟁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쥔 초유의 상황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으나, 최근 돌연 결별하고 새로운 정당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을 창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비공식 선거 참모로 활동하며 막대한 재정·기술 지원을 제공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에는 행정혁신 기구인 ‘정부효율화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20일 자 행정명령으로 DOGE를 공식 출범시켰고, 머스크는 이 조직의 최고 고문으로서 각 부처의 예산 낭비를 감시하고 연방정부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정부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신념을 밀어붙이며, 관료조직과 반복적으로 충돌했습니다. 내부 관계자들은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불분명했다”(PBS, 2025.04.28)고 증언했고, 머스크의 고압적 지시와 과도한 근무 요구는 공직사회에 깊은 반감을 낳았습니다. 결국 그는 정부 내 실질적 직책에서 배제되거나 비공식 자문으로 밀려나며 트럼프 진영의 중심부에서 이탈했습니다.
균열의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원 빅 뷰티풀 빌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이었습니다. 이 법은 대규모 국방비와 국경안보, 우주항공 예산을 포함한 일괄 예산·세제 패키지로, 중산층 복지와 기후대응 프로그램의 삭감을 담고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이 법을 혐오스러운 괴물(a disgusting abomination)”이라 비판하며, 이 법은 정부효율화라는 DOGE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배신했다”(The Guardian, 2025.06.03)고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그는 이 법이 재정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워 국가부채를 악화시키며, 동시에 전기차 세제혜택의 축소로 자신의 산업비전과도 충돌한다고 보았습니다. 트럼프와의 갈등은 공개 비난으로 이어졌고, 머스크는 미국에는 사실상 하나의 당(uni-party)만 존재한다”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을 노골화했습니다.
이후 그는 중도 다수층을 대변한다는 기치 아래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머스크는 양당체제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대표하지 않는다. 80퍼센트의 미국인은 극단의 중간에 있다”(TIME, 2025.07.14)며, 자신이 이 ‘침묵하는 다수’를 대표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그는 기술과 자본의 영역을 넘어, 정치 권력의 중심부로 직접 진입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가이자 기술혁신가였던 머스크가, 이제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로서 미국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을 재편하려는 실험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적 정치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민자 혐오, 반(反)여성주의, 반(反)노동, 반(反)민주주의 정서를 SNS(X) 플랫폼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그가 인수한 트위터(X)는 이미 극우 선동과 인종차별, 혐오 선동의 본거지로 변했으며, 머스크는 MAGA 극우 네트워크의 정보전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기술·경제·우주·군사·언론 권력을 동시에 쥔 정치 행위자이며, 미국 신(新) 파시즘의 핵심 인물로 평가됩니다.
팔란티어(Palantir, 2024년 매출 약 28억 7천만 달러), 스페이스X(SpaceX, 업계 추정 2024년 매출 약 131억 달러 – Starlink 포함), 그리고 안드릴(Anduril, 추정 2024년 매출 약 10억 달러)은 매출 규모 면에서는 아직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2024년 710억 달러)이나 RTX(구 레이시온, 807억 달러)와 같은 전통적 미국 방산 기업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新) 방산기업은 데이터·위성 통신·AI 기반 자율 무기체계라는 ‘미래 전쟁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함으로써, 단순한 매출 규모 이상의 전략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이 기업들의 성장 방식이 기술 독점+군사 분야 진출+정치 권력 결탁이라는 매우 위험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팔란티어는 정보전(intelligence warfare), 스페이스X는 위성전(space warfare), 안드릴은 자율살상체계(AI lethal autonomy) 분야에서 이미 미군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으며, 동시에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트럼프주의(MAGA) 정치 세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의 국가 중심 군산복합체를 넘어, 민간 기술 기업이 군사·안보·정책 결정까지 관여하는 ‘신(新) 군산-정치 복합체’로 진화할 위험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경제 권력과 정보, 군사, 정치 권력이 하나로 융합되는 위험한 권력 집중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국제안보 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 트럼프의 ‘평화 쇼’는 정치적 위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자신을 전쟁을 끝낼 대통령”, 평화를 만드는 지도자”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스스로 노벨평화상 후보를 거론하며 평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외교 행보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트럼프가 내세운 평화는 실질적 평화가 아닌 정치적 연출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갈등을 줄이거나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미정상회담입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비핵화를 위한 구조적 합의나 평화체제 구축에는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그 결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오히려 중단되었고, 트럼프는 외교적 성과보다 정치적 이벤트 효과만 챙긴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가 추진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협상은 끝없는 전쟁을 종결했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미군 철수 이후 민간 군사기업(PMC)과 군수계약 기업들의 시장 확대를 촉진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외주화된 형태로 지속된 것이며, 전쟁의 이익은 군산복합체로 이전되었습니다. 트럼프가 중동에서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 역시 평화를 위한 외교 성과로 홍보되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동 지역 무기 수출이 급증했고, 미국 방산기업들의 중동 시장 확대라는 경제적 효과가 뒤따랐습니다. 이 협정은 중동 갈등 구조를 해소한 것이 아니라, 무기 거래를 통한 새로운 긴장 균형 체제를 구축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트럼프 외교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그의 외교는 평화를 해결하는 전략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고 전쟁을 자산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말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산경제를 강화하고 민간 군사·정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평화 전략은 정치적 위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평화를 파괴한 뒤 평화를 판 정치가였습니다. 그의 ‘평화주의’는 군산복합체와 정치권력, 그리고 신(新) 방산자본이 결합하기 위한 정당화 장치였을 뿐입니다.
■ 미국 경제의 새로운 위험, 전쟁은 구조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흐름 전환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실패 이후 부채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경제를 체제화하고 있습니다. 전통 군산복합체는 여전히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구조로 남아 있으며, 여기에 빅테크 기반의 신(新) 군산복합체가 결합하면서 ‘경제·기술·군사’가 통합된 전쟁 산업 카르텔이 등장했습니다. 이 구조는 트럼프와 같은 정치 세력과 결합하며 MAGA 군사-정치 블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단지 미국 내부 문제가 아닙니다. 동맹국은 군사비 증액 압박을 더 강하게 받을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갈등 관리형 세계질서 속에서 긴장과 경쟁의 상시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은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경제 전략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전쟁경제에 종속되며 약화될 수 있습니다.
〈칼럼 4〉에서는 다음 질문을 다루겠습니다.
○ 누가 이 전쟁경제 구조를 움직이는가?
○ 빅테크 군산복합체는 어떻게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가?
○ 왜 이 흐름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한국은 왜 대비해야 하는가?